"올해 통신 정책 최우선 과제 알뜰폰 육성...사업자의 주파수 할당 제안받아"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정부가 기존에 추진하던 제4이동통신사 유치 정책을 포기하고 알뜰폰 회사 육성으로 돌아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테이지엑스에 줬던 제4이동통신 사업자 후보 자격 철회 뒤 연구반을 꾸려 논의한 결과, "시장에 도전하는 사업자가 있을 때 추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결론"이라며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주파수 할당 대역과 사업 모델 결정을 통한 제4이동통신 사업자 유치에 대해 15일 사실상 포기를 선언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정부의 알뜰폰 지원책을 통해 설비 및 시스템 자체 보유 알뜰폰 회사(풀 MVNO)를 육성, 제4이동통신사에 도전하는 여건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시절부터 제4이동통신사 유치를 7차례 시도했다 실패했고, 2022년 말 28㎓ 대역 최소 3년 독점 제공, 4000억원대 정책자금 융자 지원 등 강력한 유인 정책을 약속하며 스테이지엑스를 8번째 신규 사업자로 유치했으나 자본금 미납 등을 이유로 지난해 6월 이를 취소했다.
과기정통부는 신규사업자 등이 필요로 할 경우 정부가 지정한 주파수가 아닌 가용 주파수 범위 내에서 사업자가 원하는 주파수 대역 등을 정해 주파수 할당 공고를 정부에 제안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류 실장은 "자율주행차, 위성 등 여러 신기술 등장을 볼 때 우리가 현재 고정관념으로 생각하는 전형적 통신서비스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시도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새 시장이 나타나면 정부가 지체 없이 주파수 공급할 여건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테이지엑스 실패 사례를 보완해 현행 등록제는 유지하되 정부가 제시하는 최저 경쟁 가격 이상의 자본금 요건을 갖출 것, 설립 예정 법인의 경우 참여 주주 투자 확약서 등 법적 구속력 있는 서류를 낼 것, 주파수 할당 대가 분할 납부 시 납부를 보증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서류를 제출할 것 등을 경매 조건으로 걸기로 했다.
스테이지엑스를 제4이통사로 지정한 뒤 자본금 미납, 구성 주주 및 주주 별 주식 소유 비율이 주파수 할당 신청서 내용과 달랐던 점을 사후에 파악해 지정을 취소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 과점 체제인 현행 통신 시장에 경쟁을 불어넣을 요소로 알뜰폰을 선정하고 올해 통신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알뜰폰 집중육성' 방침을 밝혔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알뜰폰만이 갖는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요금제로 국민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알뜰폰은 지난해 9월 기준 가입자가 948만 명에 달하며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6.6%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서비스 품질과 자생력이 낮은 시장 구조에서 경쟁력 확보가 미흡한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사업자들은 자체적인 요금제 설계 등 이동통신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나마 시장이 통신3사 자회사인 알뜰폰사에 편중돼 통신사 영향력이 알뜰폰 시장에까지 확장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알뜰폰 회사들이 자체 요금제를 설계·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행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1MB(메가바이트)당 1.29원에서 0.62원으로 최대 52% 낮춘다고 밝혔다.
알뜰폰사가 사용할 데이터를 통신사로부터 대량으로 구매 시 할인받는 혜택을 확대해 SK텔레콤 기준 1년에 5만TB(테라바이트) 이상 선구매하면 도매대가의 25%를 추가 할인한다. LG유플러스 기준 2만4000TB 이상 선구매 시에는 20% 할인된다.
이에 이동통신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0∼30GB(기가바이트) 구간대까지 알뜰폰 자체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지며 이를 통해 1만원대 20GB 5G 요금제까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과기정통부는 기대했다.
정부는 또 교환기 및 고객 관리 시스템 자체 보유 알뜰폰 회사(풀 MVNO) 출현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통사와 네트워크 연동을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 정책금융을 통한 설비투자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풀 MVNO사가 통신사들처럼 이용자 맞춤형 요금제를 자유롭게 출시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알뜰폰에 대한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가 SK텔레콤에 국한돼있으나 풀 MVNO사에 대해서는 이동통신사의 설비를 안정적으로 연동할 목적으로 통신 3사 모두를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기본 제공량 소진 이후에도 데이터를 제한된 속도로 이용하게 하는 알뜰폰사의 데이터 속도제한 상품 종류를 기존 400Kbps 속도 상품에 1Mbps 상품을 추가하고 해외 로밍 상품도 현행 1종에서 4종으로 늘리도록 지원한다.
알뜰폰 부정 개통 등 국민의 피해 예방을 위해 알뜰폰 사업자에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의무화하고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를 두도록 한다.
정보보호나 고객서비스 역량이 부실한 사업자의 진입을 차단할 목적으로 알뜰폰 신규 사업자에 대해 정보보호 의무 이행 등 충분한 재정 역량을 갖추도록 자본금 기준을 현행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이 밖에 알뜰폰 사업자마다 달리 적용되던 해지 절차를 통일해 규정한 '알뜰폰 이용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통신사들이 분실신고, 사용량 조회 등 알뜰폰사에 제공하는 고객서비스 기능도 확대하기로 했다.
나아가 정부는 통신사 자회사와 독립된 중견 알뜰폰 기업 간 경쟁이 촉진되도록 차등화된 규제 적용도 검토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