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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의 기백과 정적의 품격, 日 도요하시에서 갈린 야구의 승부
환호의 기백과 정적의 품격, 日 도요하시에서 갈린 야구의 승부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09.2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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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결승전, 같은 상대-다른 감정의 온도…프로의 절실함과 사회인 야구의 절제가 빚어낸 한일 야구의 진풍경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2026년 9월 27일, 일본 아이치현(愛知県) 도요하시(豊橋) 시민구장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결정전.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3-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잡히는 순간 한국 선수들은 마운드로 뛰어들었다.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했다. 승리의 기쁨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반면 안방에서 금메달을 놓친 일본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큰 동작이나 과도한 감정 표현은 없었다. 차분한 표정으로 한국의 우승을 지켜봤다.

경기 내내 드러난 양 팀의 상반된 모습은 단순히 승자와 패자의 차이만은 아니었다. 선수 구성과 야구 문화, 국제무대에 임하는 방식이 달랐고, 그 차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선수들의 몸짓과 표정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프로의 절실함, 사회인 야구의 책임감

한국 대표팀은 KBO리그의 젊은 프로 선수와 유망주들로 구성됐다. 이들에게 국가대표 무대는 자신의 기량과 이름을 증명하는 자리다. 매 타석과 매 투구에 몰입할수록 감정도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결정적인 안타 뒤의 포효와 위기를 넘긴 투수의 세리머니는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다. 동료에게는 결속의 신호이고 관중에게는 긴박한 경기 흐름을 전달하는 장치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경기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달랐다. 이번 대표팀은 NPB 스타가 아닌 사회인 야구, 즉 기업팀 소속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평소에는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야구를 병행한다.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 소속 기업과 동료, 사회인 야구를 대표한다는 책임이 따른다.

일본 선수들의 침착함을 승부에 대한 무관심으로 볼 이유는 없다. 오히려 맡은 역할을 끝까지 수행하려는 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승리했다고 지나치게 들뜨지 않고 패배했다고 감정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 역시 스포츠를 대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기세를 끌어올리는 한국, 감정을 다스리는 일본

한국 야구에서 감정 표현은 투지와 기백을 보여주는 중요한 방식이다. 관중의 응원과 선수들의 열정이 맞물리면서 경기장 전체가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결정적인 순간에 터지는 파이팅과 세리머니는 동료의 사기를 북돋우고 경기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꾼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 한 장면의 의미는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팀 전체의 분위기와 연결된다. 한국 선수들의 역동적인 몸짓에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3대1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연합뉴스>

일본의 야구 문화에서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자기 통제를 중시하는 태도가 강하게 나타난다. 고교야구를 비롯한 오랜 스포츠 전통 속에서 승부의 순간에도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내기보다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태도가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이런 맥락에서 ‘메이와쿠(迷惑)’를 떠올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폐나 불편을 끼치는 일을 뜻하는 말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회적 규범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다만 이를 일본 선수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단일한 원인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개인의 성향과 팀의 규율, 경기 상황, 종목의 문화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완성된 스포츠의 품격

결국 일본 선수들의 포커페이스는 감정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감정을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 않고 경기와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는 선택이다. 한국이 감정을 경기의 추진력으로 활용한다면 일본은 감정의 통제를 집중력으로 연결하는 모습에 가깝다.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펼쳐진 3-1의 결승전은 단순히 금메달의 주인을 가르는 경기를 넘어, 두 야구 문화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한국 선수들의 환호에는 프로 선수로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절실함이 있었다. 일본 선수들의 담담한 모습에는 패배의 순간에도 자신의 역할과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는 태도가 있었다.

어느 한쪽의 방식만을 정답으로 볼 필요는 없다. 스포츠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선수와 팀, 문화에 따라 다르다. 크게 환호하는 것도 승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방법이고, 감정을 절제하는 것도 패배를 감당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라이벌 한일 야구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줘

환호에는 동료를 끌어안는 힘이 있고 침묵에는 스스로를 다잡는 힘이 있다. 포효는 승리의 순간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절제는 패배의 순간에도 품위를 지키게 한다.

2026년 아이치·나고야의 가을밤.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선수들의 뜨거운 함성과 패배를 받아들인 일본 선수들의 차분한 표정은 서로 다른 스포츠의 풍경을 남겼다.

같은 야구장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맞섰지만, 기쁨과 아쉬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랐다. 그리고 그 차이가 한일 야구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주필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전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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