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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응기금 지역계정, 중앙정부의 '쌈짓돈'인가
미래대응기금 지역계정, 중앙정부의 '쌈짓돈'인가
  • 정기석
  • 승인 2026.11.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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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응기금 지역계정 사업, 타 회계 또는 기존 사업과 유사·중복성 심각

농어촌 기본소득은 일반회계로...최우선 미래대응 과제는 ‘지방의 재정주권 회복’

[정기석 칼럼]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은 이름부터 ‘미래지향적’이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의 균형발전과 지방의 자생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도 혁신적이다. 특히 지역계정은 지방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지역 주도의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지역주민의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내년 정부의 예산안을 살펴보면 기대보다는 의문과 실망이 커진다. 지방에 돌아가야 할 재원을 중앙정부가 결정한 정책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또한 기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 혁신도시건설특별회계회계 등에서 추진하던 사업을 이름만 바꿔 옮겨놓은 사례가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의 ‘미래대응기금 지역계정 사업’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미래대응기금 지역계정의 지출계획안은 총 15조 2,662억 원이다. 지방의 미래를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입이라는 점에서 외형만 보면 상당한 규모다.

하지만 지역계정의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 혁신도시건설특별회계 등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이 적지 않다. 새로운 재원을 마련해놓고 새롭지 않은 정책에 헛돈을 쓰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중앙정부가 결정한 정책사업에 지방재정을...기존 회계 추진사업을 이름만 바꿔서

무엇보다 심각한 본질적 문제는 미래대응기금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기금은 설치 목적과 재원 조성의 원리에 맞게 운용해야 한다. 기존 사업을 단순히 이관하거나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할 장기적 복지지출 등 비용을 지방 몫의 재원으로 충당하는 건 부조리하고 불공정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생활편의 복합센터 지원사업이다. 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2년간 3조원의 초기 비용은 중앙정부가 지원하더라도 인건비와 관리비, 유지보수비 등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운영비는 결국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지역에 정말 필요한 것은 건물의 숫자나 크기가 아니라 주민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렇다면 복합센터 건립 지원을 확대하기보다 기존 공공시설의 운영비와 서비스 개선을 지원하고, 지역별 수요와 재정 여건에 따라 지자체가 사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공공기관 이전과 기능개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역계정에서 지원한다는 점이다. 특히 공공기관 기능개혁 지원사업은 공공기관 기능개혁에 참여한 기관에 특별수당과 총인건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사업으로, 지역계정에서 1,000억 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도대체 왜 공공기관의 기능개혁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방에 배분되어야 할 재원으로 지급해야 하는가. 공공기관의 기능개혁은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과 공공기관 경영혁신에 관한 사안이다. 그 성과를 평가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면 중앙정부의 일반회계에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속적 재정지출이 가능한 일반회계로 이관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가운데 절반가량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과연 시범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사업의 성격상 단기간에 종료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성격에 부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업은 이전 지출의 성격이 강하며, 지속적인 예산이 필요한 복지 지출이라는 점에서 기금에서 제외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확대될수록 장기적인 재정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시성과 재정 안정성을 중시하는 미래대응기금에 편성하기보다는 일반회계에서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재원 조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

지방대도시 호텔 건립지원사업도 기존 사업과의 유사·중복 문제가 뚜렷하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진흥기금의 관광산업 융자지원사업 가운데 지역관광활성화 융자지원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부처가 유사한 사업을 서로 다른 기금에서 추진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재정운용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재정주권을 회복이 최우선...지역은 중앙의 식민지가 아니다

미래대응기금 지역계정의 문제는 개별 사업 몇 개를 조정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핵심은 지방에 배분할 재원을 어떤 원칙과 철학으로 운용할 것인지에 있다. 따라서 본래의 설치 취지에 맞게 재정운용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계정성 기금의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을 높이고 자율적인 재정운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일반회계로 이관하고, 공공기관 기능개혁 지원사업은 폐지하거나 일반회계에서 추진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행정부처 이전사업 역시 기존 혁신도시건설특별회계 등 관련 회계체계를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생활편의 복합센터는 시설 건립 중심에서 운영과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고, 기존 회계·기금과 중복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통합하거나 정비해야 한다.

지방을 위한 재원이라고 만들어 놓고 중앙정부의 정책사업과 기존 사업의 재원 부족을 메우는 데 활용한다면 지방주도성장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방의 미래를 위해 조성한 기금이라면 그 돈의 사용처를 결정할 권한 역시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지방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건물도, 중앙정부의 생색내기도 아니다. 미래대응기금 지역계정의 첫 번째 미래대응 과제는 바로 지방의 재정주권을 회복하는 일이다. 지역(지방)은 중앙의 식민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前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비전임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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