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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아킬레스건](47) 디스플레이·스마트폰 신화의 끝 : '포스트 반도체'는 어디에?
[韓경제 아킬레스건](47) 디스플레이·스마트폰 신화의 끝 : '포스트 반도체'는 어디에?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1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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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미래 위해 '포스트 반도체'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대전환 시급

권의종(경영학박사 · 경제·금융 칼럼니스트)/이왕로(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주력 품목의 성장 한계와 모바일·디스플레이 패권의 이동

[권의종-이왕로 박사] 대한민국 수출 전선을 최전방에서 수십 년간 든든하게 지켜왔던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산업이 이제 피할 수 없는 거대한 구조적 전환기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과거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눈부신 대전환기, 그리고 LCD에서 OLED로 이어지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도약기마다 국내 기업들은 세계 시장의 정점에 당당히 서며 막대한 부를 창출했고, 국가 경제의 눈부신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헐벗은 기반 위에서 기술 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보여준 산업계의 혁신과 도전은 참으로 눈부셨다.

그러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의 한계에 이르러 소비자의 교체 주기가 눈에 띄게 길어졌고,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거센 기술 추격과 무서운 저가 공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이 동시에 급감하는 쓰라린 수모를 겪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 역시 범용 LCD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어준 데 이어, 그간 독보적인 기술 우위를 자랑하며 프리미엄 시장으로 여겨지던 중소형 및 대형 OLED 영역마저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물량 공세와 빠르게 좁혀지는 기술 격차로 인해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실정이다.

과거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의 찬란한 '신화'가 속절없이 저물어가는 동안, 이를 대체할 차세대 주력 수출 품목은 안타깝게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력 산업의 심각한 노후화와 성장 동력의 고갈은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지닌 대한민국에 전례 없는 거시경제적 공백을 예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하나에만 국가 경제의 명운을 과도하게 의존하는 이른바 '원 휠(One-Wheel)' 구조가 심화되면서, 국가 생존을 위해 포스트 반도체를 시급히 발굴해야 하는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해졌다.

포스트 반도체의 실종과 미래 먹거리 공백: 신산업 부재의 위기

메모리 반도체와 전통 주력 산업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책임질 '포스트 반도체'가 이토록 실종된 근본적인 원인은,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패러다임 속에서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유기적인 생태계 구축에 총체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첨단 바이오·헬스케어, 차세대 항공·우주, 미래 모빌리티 등 세계 각국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자원을 쏟아붓는 동안, 한국은 기존 주력 산업의 방어에 급급하거나 겹겹이 쌓인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신산업 창출의 황금 같은 골든타임을 번번이 놓쳤다.

새로운 산업이 건강하게 태동하려면 기초과학의 탄탄한 토대 위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이들이 대기업의 거대한 밸류체인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선순환 구조가 흔들림 없이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산업생태계는 여전히 기득권의 규제 카르텔과 낡은 법 제도에 단단히 묶여 있어, 신산업 분야의 유니콘 기업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성장하기 어려운 척박한 토양에 머물러 있다.

포스트 반도체의 공백은 곧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급락으로 직결되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기존 주력 품목들이 중국의 거센 추격과 글로벌 수요 정체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가는 시점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국가 경제 전체가 장기 침체의 늪으로 깊숙이 빠져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냉혹한 수순이다.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혁파와 미래 포트폴리오의 재구성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신화의 종말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활짝 열기 위해서는 '포스트 반도체'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대전환이 시급하다. 가장 먼저, 신기술의 도입과 신산업의 창출을 사사건건 가로막는 모든 낡은 규제와 기득권의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어뜨려야 한다. 네거티브 규제 체제로의 전면적인 전환과 함께,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기술을 실증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거침없이 진출할 수 있는 파격적인 생태계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 바이오, 차세대 항공우주, 이차전지 고도화 등 미래 패권을 좌우할 핵심 전략산업에 국가 R&D 역량과 막대한 자본을 집중 배치해야 한다. 특정 몇몇 대기업과 메모리 반도체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 경제 구조를 완전히 탈피하고, 다각화된 첨단 산업 포트폴리오를 단단하게 구축하는 것만이 다가올 미래 세계 경제의 거센 파고를 안정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신화의 끝은 결코 절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기회다. 낡은 성공 방정식의 망령에서 벗어나 과감한 혁신과 미래 지향적 투자에 기꺼이 나설 때만이, 대한민국 제조업은 포스트 반도체의 새로운 성벽을 세계 무대 위에 당당히 쌓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왼쪽)-이왕로(오른쪽) 박사

권의종| 경영학박사 · 경제 경영 칼럼니스트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호원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와 《금융소비자뉴스》 주필

이왕로| 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조지아공과대학교 방문학자로 활동

전북대학교 교수로 30년간 재직. 물리화학, 재료과학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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