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시설자금 대출 16% 증가할 때 중기는 제자리…수출·성장률 호조에도 체감경기는 냉랭
[금융소비자뉴스 홍윤정 기자]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수익성이 가파르게 개선된 반면 중소기업은 더딘 회복세로 기업 규모별 이자 지급 능력 격차가 2015년 집계 이래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수출·성장률 호조에도 기업 간 체감경기 차이 심화 등으로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대기업 1882%, 중소기업 322%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 격차가 1560%p로 2015년 1분기 집계 이래 최대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이자를 감당할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작년 2분기 대기업 362%, 중소기업 226%로 136%p였던 이자보상비율 격차가 1년 만에 10배 이상 커졌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영업이익 급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2분기 제조업 대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3903%로 1년 전(440%)의 약 9배로 급등한 반면 같은 기간 제조업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63%에서 401%로 1.6배 상승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비율 상승에도 자금 사정이 꼭 나아졌다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면 중소기업은 부채를 상환하고 투자를 줄이려는 재무적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며 "중소기업 이자보상비율 상승을 단선적으로 경영 상황이 개선된 결과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권 기업대출에서도 대기업은 설비 확충에 활용하는 시설자금 대출을 빠르게 늘린 반면 중소기업은 대출 증가분의 대부분이 인건비와 원자재 구매 등 운전자금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합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대기업 시설자금 대출 잔액은 75조80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는 337조8514억원으로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올해 9월 말 601조3648억원으로 17조4992억원(3%) 늘어났는데 증가분의 대부분인 13조2827억원이 운전자금 대출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법인의 경우 글로벌 경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대출금리도 높아지면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하는데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기업 영업이익 급증...중기와 서민, 지역경제는 상대적 부진 여전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수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잇따라 높아지고 있지만, 그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기업이 실적 개선을 주도하는 동안 중소기업과 서민, 지역경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초(超)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향후 경기 흐름도 해당 산업의 업황과 정부의 재정 여력에 크게 좌우될 수 있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일부가 매우 좋으면 총합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성과가 한쪽으로 쏠려 있다면 굉장히 많은 부문의 경제 주체들은 총합이 늘어난 걸 '착시'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법인세가 잘 안 걷히고, 정부 지출에 부담까지 생기면 더 어려워지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