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현대차그룹 공조분야 비중 50% 육박하고, 한온시스템의 매출의존도 48% 달해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최대주주 된 작년부터 현대차그룹도 자급화 방침 뚜렷이 해
-핵심 부품사 현대위아 작년부터 공조사업 본격착수. 올해부터는 양산 단계 돌입
-내년부터는 생산범위 더 크게 넓히기로. 한온시스템 최대매출처 점점 더 상실 위기 고조
-한온시스템도 매출 및 사업다각화 나서고 있지만 한계 분명
-한온시스템 최대주주 등극에 모두 3.3조 쏟아부은 한국타이어그룹도 곤혹
[금융소비자뉴스 정진교 기자] 글로벌 2위 자동차 공조업체인 한온시스템과 지난 10여년간 모두 3.3조원을 쏟아부어 작년 이 회사 최대주주에 오른 한국타이어(한국앤컴퍼니)그룹이 인수하자말자부터 지금까지 큰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오랜 기간 한온시스템의 최대 고객이었던 현대차그룹이 전기차(EV) 전환추세에 맞추어 이제부터는 열관리· 공조사업을 직접 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공조는 자동차 안의 온도와 바람 세기, 바람 방향, 습기, 실내 공기 순환과 외부 공기 유입 등을 조절하는 장치이다.
이를 위해 작년부터 현대차그룹 엔진 및 구동부품 핵심 계열사 현대위아가 이 사업에 본격 착수했고, 내년부터는 사업 범위를 크게 넓히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열관리· 공조시스템 대부분을 ‘내재화’하겠다는게 현대차그룹 방침이다.
작년 기준 한온시스템은 현대-기아차 공조· 열관리시스템의 50% 가까이를 맡고 있고, 회사 매출의 47~48%가 현대차그룹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필이면 사모펀드(한앤컴퍼니)로부터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직후부터 이런 일이 터지자 한국타어어 인수가 현대차그룹 방침 변화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굳이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최근 현대-기아차 주요 거래업체들인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위아, HL만도, 한온시스템의 현 상황과 문제점 등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서 나신평은 현대위아가 최근 통합 열관리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현대차 그룹 내 기존 공급구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는 현대위아의 관련 사업규모가 제한적이어서 한온시스템의 현대차그룹 내 공급 지위가 단기간 내 크게 저하될 가능성은 낮으나 그룹 내 계열 부품사의 열관리 사업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 공급선 내 한온시스템의 대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1986년 설립된 한온시스템은 1988년 현대차 쏘나타용 냉난방 시스템 생산을 개시하는 등 현대차그룹과 장기간 거래관계를 유지해왔다. 이후 현대차와 스마트 독립제어 공조시스템, 복합 열원 에어컨 및 E-GMP 기반 전기차용 고효율 열에너지 시스템 등을 공동개발하며 기술협력관계를 축적해왔다.
현재도 현대차그룹의 주요 내연기관·전동화 차종에 공조· 컴프레서· 열관리 부품을 폭넓게 공급하고 있다. 열관리시스템은 차량별 냉난방과 배터리· 구동계의 열 특성을 고려한 통합 설계 및 검증이 요구돼 공급업체를 쉽게 바꾸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글로벌 자동차 공조시장 점유율 2위인 한온시스템은 국내시장에서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한온시스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자동차공조 시장 점유율은 한온시스템이 50%, 두원공조 35%, 에스트라오토모티브시스템(옛 한국델파이) 8%, 기타 7% 순이다. 한온시스템 점유율은 2023년 46%에서 2024년 48% 등으로 계속 상승 중이다.
반면 현대위아는 2024년까지 열관리·공조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동차 엔진과 구동부품들을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던 제조 계열사였다. 2023년 5월 국내 자동차부품업계 최초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적용되는 냉각수 허브모듈 양산에 성공한 것이 눈을 공조 분야로 돌리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작년 상반기에 통합 열관리사업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작년 7월부터 자동차 실내 냉난방과 환기를 담당하는 공조시스템(HVAC) 자체개발과 양산에 첫 착수했다. 첫 적용 차종은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인 PV5다. 공조사업을 본격화한지가 이제 1년이 갓 지났다.
아직 사업규모 자체는 초기단계다. HVAC 양산은 사실상 올해부터 시작했다. 현재 공급차종도 PV5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관련 매출규모도 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업확대 계획은 분명히 하고 있다. 2027년부터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용 HVAC 양산도 시작할 계획이다. 전기차에서 먼저 양산 경험을 쌓은 뒤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까지 범위를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이 시장이 이미 성숙단계 시장인데도 현대위아가 뒤늦게 뛰어든 이유 또는 계기와 관련, 현대위아나 현대차그룹 측은 전기차 전환 문제를 주로 들고 있다. 전통 자동차인 내연기관 차량의 공조는 단순히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어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독립적인 영역이었다. 반면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엔진 폐열이 없기 때문에 배터리, 모터, 실내공조를 하나로 묶어 통합제어하는 열관리역량이 주행거리와 배터리 수명을 좌우한다고 한다.
기존 내연기관 공조업체든 신규 진입업체든 어차피 전기차 열관리· 공조는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분야라는 점에서는 같았다. 현대위아는 이 기회를 잡겠다는 뜻이다. 기존 공조업체들이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중심 구조에서 전동화를 맞이했다면 후발주자인 현대위아는 처음부터 전기차 특화 통합 열관리 시스템(ITMS)를 타깃으로 하는 사업을 시작해 차별적인 고효율 기술로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다 현대위아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사로서 현대-기아차 캡티브(계열) 물량을 발판삼아 안정적으로 공조시장에도 진입할 수 있는 강점도 갖고 있다. 기존 현대위아의 주력사업이었던 내연기관 엔진과 구동계 부품, 공작기계 등은 내연기관 축소 트렌드와 함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었다. 이에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엔진 대신 열관리 및 전동화부품을 핵심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단순히 냉각수 허브 모듈 같은 단품 공급에 그치지 않고 외부공기를 실내 적정 온도로 바꾸는 핵심 공조장치인 HVAC, 쿨링모듈(CRFM), 전동식 컴프레서 등을 자체 개발, ‘공조전문시스템 패키지기업’으로의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기회에 현대위아를 앞세워 공조·열관리시스템 자체를 아예 ‘내재화’하려는 방침이다. 한온시스템은 원래 한라그룹 계열인 만도기계와 미국 포드사가 50대50 합작으로 1986년 설립한 한라공조가 전신이다. 한라그룹 창업주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바로 아래 동생인 고(故) 정인영 회장이다. 이 때문에 한라공조는 처음부터 현대차의 공조· 열관리 전문 협력업체로 사실상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환위기로 한라그룹이 부도를 내면서 한라공조는 2015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어이그룹 컨소시움에 인수되면서 한온시스템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작년에는 한국타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한앤컴퍼니 지분 대부분을 인수, 단독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전환으로 이렇게 중요해진 열관리·공조시스템을 사모펀드나 다른 그룹(한국앤컴퍼니) 계열사에 맡겨 계속 위험부담을 안고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때마침 현대위아의 미래 새 먹거리도 필요한 터라 현대위아를 통해 공조기술을 직접 내재화해 독과점적 공급구조를 깨고 협상력도 높인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
한온시스템이 이 분야의 독보적 강자였는데, 이를 한국타이어그룹이 인수하자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지키기위해 현대위아를 전면에 내세워 냉각수 모듈에서부터 실내 공조에 이르는 전 영역을 자급화하기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는 현대차그룹에게 “부품을 사다 쓰기만 해서는 미래 전기차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고조시킨 셈이다.
현대위아가 현재 무서운 속도로 추격 중이라지만 기술 원숙도와 특허 장벽, 효율 제어능력 등만 놓고 본다면 여전히 한온시스템이 몇 수 위라고 볼 수 있다. 또 현대위아가 이제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한온시스템의 단기실적에도 영향이 아직 미미하다. 오히려 한온시스템은 최근 몇 년간의 부진을 씻고 올 상반기에는 큰폭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기순익도 흑자전환했다.
사모펀드 최대주주 시절 매년 무자비하게 뜯기던 대규모 배당이 크게 줄고 새 최대주주 한국타이어의 잇따른 대규모 유상증자로, 차입금이 크게 줄면서 금융비용 부담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48%에 달하는 한온시스템의 현대차그룹 매출 의존도가 문제다. 현대위아가 미래차 통합 열관리 부품 생산라인을 확장하고 공급기반을 넓힐수록 한온시스템의 몫이었던 현대차그룹 내 캡티브 물량이 중장기적으로 계속 현대위아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한온시스템 반기보고서를 보면 2024년 40.68%, 2025년 40.69%였던 한온시스템의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 2개사 매출 비중은 올 상반기 39.40%로, 1.29%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작년까지 상승하다 올들어 떨어진 것을 보면 현대위아의 HVAC 양산 시작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부터는 이 하강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할 것이다.
한온시스템도 이에 대비한 대책들은 서두르고 있기는 하다. 폭스바겐, 포드, GM등에 이어 최근에는 BMW향 수주를 확대하며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완성차 시장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위해 AI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시스템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열관리 솔루션 시장 진출도 공식화하며 매출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이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타이어그룹은 2015년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때 같이 컨소시움을 만들어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1조800억원에 인수, 2대주주가 되었다. 작년 초 한앤컴퍼니 지분을 대거 인수, 최대주주(현재 지분율 51.07%)로 올라설 때 유상증자 6000억원을 포함, 또 1조8277억원을 투입했다. 작년 말 2차 유상증자 때도 약 4000억원 안팎을 투자했다. 한온시스템 지분 51% 확보에 지금까지 10여년간 모두 3조3077억원을 쏟아 부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2015년 첫 인수 직전 5조원 안팎에서 9월 말 현재 3.33조원으로 떨어져있다. 한국타이어가 새 최대주주가 된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주가는 크게 오를 기미가 별로 없다. 이런 현대차그룹 동향이나 시장흐름을 일반주주나 시장은 이미 일찌감치부터 잘 알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글로벌 2위라지만 한온시스템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3% 정도로 현재 평가된다. 그만큼 많은 경쟁업체들이 들어와있고,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작년 2조 이상을 더 들여 한온시스템 최대주주가 될 때도 일부 일반주주들이나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반대진영에서는 ‘무리한 인수가 아니냐’는 지적들이 적지 않았다”면서 “글로벌 공조시장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너무 비싸게 사는게 아니냐는 지적들이 많았는데, 결국 그것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