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협상중…지분 10% 미만이어도 의결권 확보"
[금융소비자뉴스 백종국 기자] 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적 투자의 첫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등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지 않았지만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자위 전체 회의에 출석, 대미 투자 협상과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기로 결정한 프로젝트 1건과 추진 계획을 마련한 프로젝트 2건에 대해 국회에 보고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적극 발굴해 미 측과 협의했고 미 측이 제안한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을 일관된 원칙으로 면밀히 살펴봤다"며 "그동안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치열하게 미국과 협의해왔다"고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했다.
국회 산자위에 따르면 김 장관이 언급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는 텍사스 엔시날 지역에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으로 확인됐다.
최근 텍사스에는 첨단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대거 들어서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해 전체 설비용량 약 6.3GW(기가와트)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1.4GW 규모의 가스터빈 발전소를 먼저 지어 실제 수요와 경제성을 점검한 뒤 발전효율이 높은 4.9G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 설비를 순차적으로 증설하는 방식으로, 총사업비는 223억달러로 올해부터 오는 2032년까지 분납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정부는 20년간 432억9000만∼454억300만달러를 벌어 충분히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사업성 검토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엔시날 발전소는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등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관건인데, 이날 일부 공개된 산자위 보고 문건에는 엔시날 프로젝트와 관련해 'PPA 거부'라는 메모가 확인됐다.
추후 협의 과제로 분류한 프로젝트 2건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으로 파악됐다.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시추한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부 니키스키까지 1300㎞를 옮긴 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에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사업비는 440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경우 현지에 실사단을 파견하는 등 사업성과 안정성을 따져보는 단계이지만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사업 참여를 기정 사실화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미국 내 신규 원전 8기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20% 안팎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미국 측이 난색을 보이면서 협상은 진통을 겪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보고에서 "미국과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확보를 목표로 협상 중"이라며 "지분율이 5∼10% 수준이더라도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야당 소속 산자위 관계자는 김 장관의 비공개 국회 보고 직후 "지분이 10% 이상 돼야 이사를 선임할 수 있고, 이사가 선임돼야 의결권을 갖는 걸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이사는 선임 못해도 의결권은 갖는다고 장관이 명확히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는 미국에 건설할 신규 원전 8기 중 6기는 웨스팅하우스 모델인 AP1000, 2기는 한국이 개발한 APR1400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합의가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익 고려해 1차 투자 프로젝트 우선 발표..."MOU 날짜는 미정·발표는 트럼프가 직접"
결국 한미 양국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차 투자 프로젝트를 우선 발표하고 후속 협의를 통해 사업 참여를 최종 결정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업적 합리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호 사업을 결정하고 후속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보고한 것은 단순한 사업성을 떠나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국익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됐다.
김 장관은 "정부는 그간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치열하게 미국과 협의해 왔다"며 "대미 투자가 단순한 자금 투입과 회수를 넘어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도록 국익의 관점에서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힌 김 장관은 실제 투자 집행 규모가 대미투자펀드의 한도인 2000억달러를 과하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의 추진 결정에도 불구하고 업무협약(MOU) 체결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협의위원회를 거쳐 미국 내 투자위원회 절차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MOU는 미국 현지 선거 일정과 맞물려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발표하고, MOU 체결 이후 미국 측 요청이 오면 45일 이내에 투자 자금을 송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원(국민의힘) 산자위원장은 "(텍사스 발전소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이 담보됐다고 보고됐기 때문에 국회 동의까지는 특별법상 거론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상업적 합리성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어서 조금 더 면밀하게 세심하게 봐야 됐지 않나 하는 우려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