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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보틀넥', 서울 집값 폭등의 진범은 ‘네 탓 정치’
한국 경제의 '보틀넥', 서울 집값 폭등의 진범은 ‘네 탓 정치’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09.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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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늦고 수요 몰리는데, 정치는 책임만 전가...‘왜 서울에 수요가 몰리고 왜 공급이 늦어지는가’ 짚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집값만 오르면 정치권의 레퍼토리도 어김없이 되살아난다. 여당은 전 정부의 공급 부족과 잘못된 규제를 탓한다. 야당은 현 정부의 무능과 정책 실패를 공격한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진풍경이 반복된다.

하지만 집값은 정치인의 말처럼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부동산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표적인 시차 산업이다. 오늘 공급대책을 발표한다고 내일 아파트가 생기지 않는다. 택지 확보부터 인허가, 착공, 준공, 입주까지 수년이 걸린다. 재건축·재개발은 10년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의 집값에는 과거의 정책 결정이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과거 어느 정부의 공급 축소와 정비사업 규제가 오늘의 공급 부족으로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현재 정부가 내놓은 공급 확대책 역시 실제 물량으로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부동산에는 정권의 임기보다 긴 시간이 흐른다.
 
공급 부족에 수요 억제만 덧댄다고 시장이 안정되는가
 
그렇다고 현 정부가 과거 정부를 탓하는 것으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유산은 현재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면죄부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 수요 억제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다. 대출을 조이고 거래를 묶는다고 주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기존 주택 보유자의 매물 출회를 위축시키면 시장의 유동성만 떨어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가격 자체보다 공급에 대한 불신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주택이 제때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지면 수요자는 서두르고, 보유자는 매물을 거둬들인다.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 실제 부족보다 먼저 가격에 반영되는 이유다.
 
정책은 시장을 억누르는 힘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안정시키는 신호여야 한다. 그런데 정책 발표와 수정이 반복되고 규제와 완화가 오락가락하면 시장은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공급이 부족한데 수요만 누르는 정책은 가격을 잡기보다 거래를 얼릴 가능성이 있다. 시장을 통제하려다 시장의 신뢰부터 잃는 역설이다.

서울 집값의 뿌리는 정권보다 깊다

서울 집값 문제를 정권의 책임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깊은 곳에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구조가 버티고 있다. 일자리와 기업, 교육과 의료, 교통과 문화, 금융과 정보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사람은 기회를 따라 움직이고 자본은 사람을 따라 움직인다. 수도권으로 일자리가 몰리는데 주택 수요만 지방으로 분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경제의 기본 작동 원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금리와 유동성도 무시할 수 없다. 금리 변화는 주택 구매력을 움직이고, 건설비와 토지비 상승은 분양가를 끌어올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 공급 비용도 함께 상승한다. 서울 집값은 공급과 수요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건설·산업·국토정책이 얽힌 복합적인 경제 현상이다.
 
따라서 해법도 달라야 한다. 서울에는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실질적인 공급을 지속해야 한다. 동시에 지방에는 주택만 지을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기업, 교육과 의료, 교통과 생활 인프라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지 않고 서울 집값만 잡겠다는 것은 뿌리는 놔둔 채 가지를 자르는 것과 같다.
 
서울 집값 폭등을 어느 한 정권의 작품으로 몰아가는 것은 시장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일이다. 전 정부의 정책적 유산은 분명 존재한다. 현 정부의 정책 판단과 대응 역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요인 위에 정권보다 오래된 수도권 집중과 공급 구조의 문제가 놓여 있다.
 
집값은 정치인의 구호로 내려가지 않아
 
그런데도 정치권은 집값이 오를 때마다 ‘네 탓’부터 외친다. 과거를 공격하면 현재의 책임이 가려지고, 상대를 공격하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 정치에는 편리한 전략일지 모른다. 그러나 시장에는 아무런 해법이 아니다.
 
집값은 정치인의 구호로 내려가지 않는다. 공급이 부족하면 오르고, 수요가 집중되면 오른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불안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것이 시장의 냉정한 문법이다. 이제 정치권이 바꿔야 할 것은 정책의 숫자가 아니라 접근법이다. ‘누가 집값을 올렸는가’를 따지는 책임 공방에서 벗어나 ‘왜 서울에 수요가 몰리고 왜 공급이 늦어지는가’를 짚어야 한다.
 
집값 폭등의 진짜 비용은 정치권이 부담하지 않는다. 정책을 믿고 기다린 실수요자, 내 집 마련의 꿈을 미룬 청년과 무주택자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집값을 잡으려면 먼저 ‘네 탓 정치’부터 멈춰야 한다. 정권은 바뀌어도 부동산의 구조는 남는다. 그 구조를 고치지 않는 한 서울 집값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만 달라진 채 되풀이될 것이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주필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전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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