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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티베트 대재난 사태와 히말라야의 경고
네팔–티베트 대재난 사태와 히말라야의 경고
  • 이정세
  • 승인 2026.08.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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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빙하와 설산의 변화는 중국과 네팔, 부탄, 인도, 방글라데시를 지나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공동의 생존 문제

아시아는 지금 ‘국경 없는 재난센터’를 세워야...상설적인 ‘아시아 초국경 기후재난대응센터(Asia Transboundary Climate & Disaster Response Center)’의 설립 필요

[이정세 칼럼] 필자는 호치민 메콩강으로 출장을 와서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참혹한 재난 소식을 접하고 메콩강이 마르면 어떤 재난이 발생할지를 생각해본다.

거대한 물과 토사가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덮쳤고 마을과 도로, 교량과 발전시설이 순식간에 파괴됐다.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수천 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구조대가 현장으로 향하고 있지만 높은 수위와 단절된 도로 때문에 접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비극을 단순히 네팔이나 중국 한 국가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보아서는 안 된다. 히말라야에서 시작된 재난은 국경에서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와 힌두쿠시 산맥은 아시아의 거대한 ‘물탑’이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은 인더스강, 갠지스강, 브라마푸트라강, 메콩강, 양쯔강을 비롯한 아시아의 거대한 강을 이루며 수많은 국가와 지역을 연결한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에 따르면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얀마까지 8개국에 걸쳐 있으며, 10개의 거대한 하천 시스템의 발원지다. 이 물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는 인구는 약 20억 명에 이른다.

해수면 상승은 메콩델타를 비롯한 아시아의 거대한 삼각주와 해안도시를 위협

따라서 히말라야의 빙하와 설산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산악지역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과 네팔, 부탄, 인도, 방글라데시를 지나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공동의 생존 문제다.

물이 너무 많아도 재난이고, 너무 적어도 재난이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서 히말라야 빙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빙하와 눈이 급격하게 녹으면 빙하호 붕괴, 산사태, 돌발홍수와 같은 재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장기적으로 빙하가 감소하면 건기에 공급되는 물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결과는 식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농업용수와 식량생산, 수력발전, 산업용수, 도시의 생존, 생태계와 식량안보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물 부족과 식량위기가 심화되면 빈곤과 이주가 증가하고, 국가 간 수자원 갈등과 사회적 불안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동시에 바다에서는 또 다른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메콩델타를 비롯한 아시아의 거대한 삼각주와 해안도시를 위협한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염수가 농경지와 지하수로 침투하면 농업과 식수 문제가 동시에 악화된다.

필자는 지금 메콩강의 하류에 자리한 베트남 호치민에 있다. 히말라야의 눈과 얼음, 메콩강의 물, 메콩델타의 농경지와 남중국해의 해수면은 서로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산에서 시작된 기후위기와 바다에서 올라오는 기후위기가 아시아 대륙의 한복판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홍수 덮친 네팔 바그마티주 [AFP=연합뉴스

평상시부터 국가간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위험을 분석, 동시에 대응해야

재난에는 국경이 없다. 글로벌 경제 위기속에 우리의 대응에는 국경이 있다 오늘날 아시아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강은 국경을 넘어 흐르고 태풍과 홍수, 가뭄과 산불, 지진과 쓰나미도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재난정보와 기상자료, 위성정보, 수문자료와 구조체계는 여전히 상당 부분 국가 단위로 관리되고 있다. 상류에서 빙하호가 붕괴하거나 거대한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하류 국가와 주민들에게 몇 시간이라도 먼저 정확한 경보가 전달된다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 몇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상시부터 국가 간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위험을 분석하며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제 아시아에는 선언이나 일회성 국제회의를 넘어서는 상설적인 ‘아시아 초국경 기후재난대응센터(Asia Transboundary Climate & Disaster Response Center)’가 필요하다. 이 센터는 특정 국가의 재난기관을 대체하는 조직이 아니라 각국의 재난대응 역량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히말라야 빙하와 빙하호, 강우량과 하천 수위, 산사태 위험지역을 위성과 AI로 상시 관측하고, 상류에서 위험징후가 발생하면 국경을 넘어 하류지역까지 실시간으로 경보해야 한다. 중국·네팔·부탄·인도·방글라데시와 메콩 유역의 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이 재난정보와 수자원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어느 국가든 요청 즉시 구조·의료·통신·드론·위성분석 전문가가 공동으로 투입될 수 있는 아시아 공동 긴급대응팀도 갖춰야 한다.

아시아 각국과 국제기구가 함께하는 초국경 재난협력 플랫폼을 한국이 제안해야

한국이 먼저 제안해야 한다. 한국은 이 문제를 남의 나라 문제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아시아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외교적 공간이며 동시에 국제개발협력의 핵심 파트너 지역이다. 네팔,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과 한국은 오랫동안 개발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제 한국의 ODA 역시 개별 국가에 학교 하나, 시설 하나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기후변화와 초국경 재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아시아의 공공재를 만드는 ODA가 필요하다. KOICA를 비롯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기관과 대학·연구기관·시민사회·기업이 참여하고, 아시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함께하는 초국경 재난협력 플랫폼을 한국이 제안할 수 있다.

초기에는 한·아세안 협력과 ODA를 활용하여 메콩 유역의 홍수·가뭄·수자원 공동관측과 조기경보 시스템부터 시작하고, 장기적으로 히말라야–갠지스–브라마푸트라–메콩을 연결하는 광역 기후재난 네트워크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공동체’는 재난 앞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아시아공동체와 동아시아의 공동번영을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공동체란 경제가 성장할 때만 함께하는 관계가 아니다. 누군가의 산이 무너질 때 함께 경고하고, 누군가의 강이 범람할 때 함께 구조하며, 누군가에게 물과 식량이 부족해질 때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것이 공동체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이정세(allphoto@naver.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미디어위원장

KOICA 한남대 아시아태평양 국제협력단 부단장

전 문화일보 미디어사업부장 

전 문화일보, 세계일보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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