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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세계 문자로 만들자
한글을 세계 문자로 만들자
  • 신부용
  • 승인 2026.08.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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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칼럼] 한류는 우리가 미처 다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도 홍콩 영화와 일본의 대중문화가 세계인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류는 음악과 영화, 드라마, 음식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02년과 2003~2004년에 각각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은 일본과 동남아시아에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2012년에 발표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좋아요’ 숫자로 기네스 기록에도 올랐다. 그 뒤를 좇아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그 물결을 이었다. 올 3월 완전체로 돌아온 방탄소년단(BTS)은 7월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의 하나인 월드컵 축구 결승전 사상 최초로 마련된 공식 하프타임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한류 열풍’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마음 한 구석에서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많은 사람이 한글을 우리의 가장 뛰어난 문화유산으로 꼽으면서도 과연 그 가치를 세계에 얼마나 알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로부터 우리가 얻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자책감마저 들기 때문이다.

목하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그것은 대체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지, 한글 자체가 지닌 큰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한글이 한반도 내에서 한국어를 적는 문자에 머물지 않고 세계 문자로 발전하도록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더구나 인공지능(AI)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지금, 한글과 AI의 접점을 연구할 시기를 더 이상 놓쳐서는 안 된다.​

​AI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다만 AI가 더 발전하려면 막대한 전력과 냉각수 등 연산 자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AI의 외형적 확대와 함께 정보 처리의 효율을 높여 전력과 연산 부담을 줄이려는 연구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방향의 노력은 크게 알려진 바 없다. 여기에서 한글이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즉, 한글의 과학적 구조를 활용해 다언어 정보 처리의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자음과 모음을 체계적으로 결합해 말소리를 나타내는 한글의 특성을 여러 언어의 발음 표기에 활용한다면 언어마다 서로 다른 철자 체계로 기록된 정보를 하나의 음소 중심 체계로 통일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는 실증적으로 밝혀야 할 문제이므로 하루속히 연구에 착수하자는 얘기다.​

​다만 현재의 한글로는 세계 여러 언어의 말소리를 기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하게 표기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영어의 ‘fashion’과 ‘passion’은 현행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모두 ‘패션’으로 표기되므로 두 소리의 차이가 사라진다. 이러한 약점을 떠안고는 연구를 제안하기조차 어렵다. 다행히 이 약점은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한글학자들의 생각이다.​

​우리 선진사회만들기연대는 지난해 5월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고 한글의 세계 문자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연구책임자인 필자는 연구의 중간 결과로 훈민정음의 원리를 오늘의 환경에 맞게 확장한 새로운 문자 체계 ‘한글 20’을 제안했다. 자음 10자와 모음 10자를 기본으로 하되, 이들을 조합해 세계 여러 언어의 말소리를 더 정확하게 표기하는 체계다.​

​그 연구 결과는 올해 10월 최종 발표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의 한류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렸다면, 이제는 한글이 세계인의 언어생활과 AI 발전에 이바지할 길을 찾아야 한다. 한글을 세계 문자로 만들자는 제안은 한낱 한글 자랑에 머무는 구호가 아니라, 연구와 검증을 통해 실현해 나가야 할 새로운 도전이다. 곧 돌아오는 580돌 한글날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맞이하자.​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신부용 (shinbuyong@kaist.ac.kr)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운영이사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며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주)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하여 IT 융합연구소 겸직교수로서 한글연구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대안없는 대안 원자력 발전,
중국인보다 빨리 배우는 신한위 학습법 등 여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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