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낳을 용기도 사라져…근무지 강제 이전 피해 청년세대 전가 안돼”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정부에 두 기관을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이전은 위기 대응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4일 예보·금감원 노조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예보와 금감원의 입지는 금융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의 문제”라며 지방이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양 기관 노조는 주요 금융기관의 지방이전이 업무 비효율과 금융위기 대응력 약화, 전문인력 이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 측은 "현장을 떠난 금융감독은 적시성과 현실성을 상실하고 비효율을 양산한다"며 "그로 인해 초래되는 피해는 정부나 기관이 아닌 오롯이 국민의 재산임을 상기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노조는 기관 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 경우 금융시장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의 금융안정·감독 기구가 수도에 있다는 점도 지방이전 반대 근거로 들었다.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현재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노조 측은 "금융위기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며 "분초를 다투는 신속성이 생명인 위기 대응의 순간에 기관 간의 물리적 거리는 곧 의사결정의 지연을 의미하며, 그 지연은 곧 국민의 손실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근무를 계속하겠다는 직원은 네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며 "전문인력이 떠나면 조직은 껍데기만 남고, 껍데기뿐인 조직은 금융 시스템 수호라는 중책을 떠받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금감원 노조가 직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6%가 지방이전 시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이들 노조는 "실무진의 다수는 회계사, 변호사, 계리사 등 금융·법률 전문성이 검증된 인력이며 저축은행 사태 등 역사적인 금융위기를 직접 헤쳐 온 경력을 내재하고 있다"며 "전문성의 이탈은 곧 소비자 보호기능의 소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근무지 강제이전 피해가 2030 등 젊은 세대에게 전가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은 맞벌이와 결혼·출산·육아 등의 문제까지 맞물려 근무지 이전에 따른 부담이 더욱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예보가 소개한 사연에서 한 실무직원은 "지방이전으로 아이 낳을 용기를 잃었다"며 "서울 직장이 있는 남편은 지방으로 내려갈 수 없고 이전이 현실화되면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 홀로 임신과 출산, 육아를 감당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