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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가 급한’ 나라의 ‘성과급’ 딜레마, 입법 공백이 키운 혼란
‘성과가 급한’ 나라의 ‘성과급’ 딜레마, 입법 공백이 키운 혼란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07.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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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하이닉스 때 놓친 성과급 원칙, 현대車에 '불똥'… 법적 성격과 이익 처분 권한 명확히 하는 제도적 기준 필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노동계의 요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사흘간의 부분 파업에 돌입하며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사측이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 350%+100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안을 제시했음에도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별 사업장의 노사 갈등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을 넘어 조선·IT·플랫폼 업계로 '이익 배분 요구'가 확산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이 같은 혼란은 정부와 당국이 제때 원칙을 세우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과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영업이익의 N% 성과급' 논란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 정부는 성과급의 법적 성격과 한계를 명확히 정리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논란은 대기업 내부의 일시적 갈등 정도로 취급되며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그 결과 성과급은 경영 판단의 영역이 아니라, 노조가 교섭과 파업을 통해 쟁취해야 하는 당연한 권리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현대차 노조의 요구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원칙 없는 방치가 쌓여 만들어낸 예고된 결과다.

성과급은 근로조건이 아닌 이익 배분의 영역

대법원은 이미 성과급의 성격을 분명히 정리한 바 있다. 성과급은 임금이나 근로조건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경영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다. 기업은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며 자본을 투입해 성장하는 조직이며, 이익 처분의 최종 권한은 주주총회에 있다. 그러나 노사 교섭이나 파업을 통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실상 사전에 배분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기업 지배구조 및 자본주의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더욱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생존을 건 구조 개편이 한창이다. 미국의 관세 장벽 강화와 중국 업체들의 매서운 공세 속에서 세계 완성차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생산성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쟁국 기업들이 미래 투자와 체질 개선에 집중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성과급 배분이 노사 갈등의 핵심 의제가 되어버렸다. 기업이 미래 경쟁력 확보보다 단기 이익 배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투자 축소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익은 함께 나누되 위험은 경영진만 부담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된다면 노동시장의 양극화 역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제는 입법으로 원칙을 세울 때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개별 기업의 노사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성과급의 법적 성격과 이익 처분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는 제도적 기준이 시급하다. 

특히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연동하는 방식은 주주의 권리와 기업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상법상 주주총회 의결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노사 협상과 주주 권한 사이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입법이 지연된다면 정부라도 먼저 나서야 한다. 관련 법령의 해석을 명확히 하고 행정지침을 정비해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 지금처럼 원칙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기업마다 기준이 난립하고, 노사 갈등은 산업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보다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성과를 창출하는 경쟁력보다 배분이 우선되는 사회에서는 미래 성장도, 양질의 일자리도 기대하기 어렵다. 성과급 논란의 해법은 갈등의 봉합이 아니라, 시장 원칙과 법적 기준을 바로 세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주필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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