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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폐업 시대, '창업 권유'보다 '재기 지원'이 먼저다
100만 폐업 시대, '창업 권유'보다 '재기 지원'이 먼저다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07.1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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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다사(多産多死)'의 자영업 잔혹사... 정책의 시선은 ‘시작’이 아닌, ‘생존’과 ‘재기’를 향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한민국 자영업 생태계는 거대한 ‘회전무대’를 닮았다.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앞무대에서는 매년 수많은 창업자가 희망을 품고 등장하나, 어두운 뒷무대에서는 그만큼의 낙오자들이 소리 없이 무대 아래로 밀려난다. 통계청과 국세청 자료에 나타난 연간 폐업자 100만 명이라는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창업의 문턱이 낮았던 만큼, 폐업의 그늘은 깊고 짙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지원 시스템은 여전히 ‘어떻게 무대 위에 올릴 것인가’라는 초동 지원에만 매몰되어 있다. 이제는 ‘어떻게 안전한 퇴로를 열어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다시 기회를 줄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정부와 지자체의 자영업 대책을 들여다보면, 재원의 압도적인 비중이 창업 자금 대출, 컨설팅, 초기 정착 지원 등 ‘진입 단계’에 집중되어 있다. 고용 지표를 가시적으로 끌어올리기에 창업만큼 매력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떠밀리듯 나선 창업은 결국 실패의 확률만 높이는 ‘독이 든 성배’가 될 뿐이다.

현재 대한민국 자영업 시장은 포화를 넘어 고사 직전의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진입 장벽이 낮은 외식업과 서비스업에 퇴직 세대와 청년층이 대거 몰리면서 출혈 경쟁은 일상이 되었고, 치솟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는 이들의 생존율을 사정없이 끌어내리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 속에서 창업 선동에만 치중하는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창업의 양적 증가가 고스란히 폐업의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단순히 ‘시장의 문을 열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과 ‘문이 닫힌 뒤 다시 일어설 자생력’을 함께 길러주는 정책적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실패=파멸’의 공포, 혁신의 발목을 잡는 패자부활전 없는 사회

자영업자에게 폐업은 단순한 사업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가계 경제의 파탄이자 사회적 신용의 상실이며, 한 인간의 삶의 의지마저 송두리째 꺾어버리는 사회적 재난이다. 우리 사회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한 번 실패한 자영업자가 자력으로 재기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폐업 과정에서 떠안은 막대한 부채와 신용불량의 굴레는 이들을 만성적 취약계층으로 고착시키고, 경제 활동의 주체로 복귀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차단해 버린다.

이처럼 ‘실패가 곧 파멸’로 이어지는 공식은 경제 전반의 동력과 역동성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도전 정신을 위축시키고, 한 번 무너진 인적 자본과 축적된 경험이 그대로 사장되는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뼈아픈 손실이다.

따라서 정부 지원의 방점은 이제 ‘재기 지원’으로 과감하게 이동해야 한다. 폐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세무적 갈등을 해결할 전문 상담부터 사업 정리 지원금의 현실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재창업·재취업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실패의 경험을 소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의 무대가 마련될 때, 자영업 생태계는 비로소 건강한 선순환의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출구 전략’과 ‘재도약’을 잇는 통합적 징검다리 구축

향후 자영업 지원 정책은 시혜성 지원을 넘어 ‘생애주기별 맞춤형 케어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 핵심은 폐업 단계에서의 부드러운 ‘연착륙(Soft Landing)’을 유도하고, 새로운 시작을 돕는 ‘재도약(Jump-up)’의 징검다리를 촘촘하게 놓는 것에 있다.

첫째, 폐업 이후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노란우산공제 같은 사적 자구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견인하고, 폐업 시 실업급여 형태의 소득 보전 제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둘째, 금융 지원의 패러다임을 사후 구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계에 도달한 자영업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빚을 늘리는 대출 연장이 아니라, 과감한 채무 조정과 신용 회복을 통한 경제적 회생이다. 도덕적 해이를 막을 가이드라인은 촘촘히 하되, 재기 의지가 확고한 이들에게는 과감한 채무 감면과 재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유연한 금융 처방이 필요하다.

셋째, 실효성 있는 전문 재교육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 낙후된 방식에 머물다 도태된 이들에게 디지털 전환 교육을 제공하고, 정밀한 업종 전환 컨설팅이나 임금근로자로의 안정적인 전직을 지원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최일선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터지면 몸 전체가 마비되듯, 100만 폐업 시대의 그늘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의 허리인 중산층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창업이라는 화려한 입구보다, 폐업이라는 좁고 어두운 출구에 더 밝은 서치라이트를 비추어야 할 때다. 실패를 용인하고, 다시 일어서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사회야말로 600만 자영업자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복지이자 생산적인 경제 정책이다. 정책의 시선은 이제 ‘시작’이 아닌, ‘생존’과 ‘재기’를 향해야 한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주필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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