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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축제의 이면(裏面)...화려한 숫자 뒤에서 울고있는 원화
증시 축제의 이면(裏面)...화려한 숫자 뒤에서 울고있는 원화
  • 윤영호
  • 승인 2026.06.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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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급등하면 외국인 자금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빠르게 이탈...주가상승과 환차손을 언제나 동시에 계산
재정과 통화 정책의 방향을 일치시켜야...선심성 지출과 반복되는 추경을 심사숙고하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해야

[윤영호 칼럼] 주식시장은 환호하는데 원화 통화는 울고 있다. 코스피는 인공지능(AI)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열풍을 타고 사상 최고 수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반도체 수출도 호조를 보인다. 겉으로만 보면 한국 경제는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은 듯하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 뒤에서는 다른 경고음이 울린다.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려나고 있다. 증시는 웃는데 통화는 울고 있는 것이다. 환율은 경제의 체온계다. 체온계가 이상 신호를 보내는데 얼굴빛만 보고 건강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이를 미국의 고금리와 달러 강세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외부 환경의 영향은 크다. 그러나 외풍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문제의 본질은 우리 내부에도 분명히 있다.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고민한다. 반면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추경과 재정 확대를 검토한다.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는데 다른 쪽은 가속 페달을 밟는 셈이다. 경제 정책은 오케스트라와 같다. 각 악기가 제멋대로 연주하면 소음만 남는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책의 방향이 엇갈리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신뢰는 약해진다. 결국 그 대가는 통화가치 하락으로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재정이다. 경기 침체 때 재정을 동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단기 부양에만 집착해 현금성 지출과 추경을 반복한다면 국가 채무증가는 상수가 된다. 돈은 숫자로 찍어낼 수 있지만 신뢰는 인쇄할 수 없다. 국가의 신뢰가 흔들리면 화폐가치도 흔들린다. 시장은 언제나 숫자보다 신뢰에 먼저 반응한다. 

정책의 불협화음이 서로 싸우는 나라...과연 어디에서 해법을 찾을까

반도체 대기업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골목상권은 폐업이 늘고 가계부채는 역대 최고 수준을 향해 가고 있다. 증시와 실물경제의 괴리가 커질수록 위험은 깊어진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과도한 레버리지다. 신용융자 잔고는 33조 원 안팎까지 불어났다. 상승장에서는 레버리지가 수익을 키우지만, 하락장에서는 파괴력을 배가시킨다.

시장은 계단으로 올라가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는 말이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외국인 자금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빠르게 이탈한다. 주가상승과 환차손을 언제나 동시에 계산한다. 주가가 흔들리면 신용거래 투자자들의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외국인 매도가 개인의 강제 매도를 부르고, 강제 매도가 다시 주가 폭락을 낳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위기는 늘 작은 균열에서 시작됐다. 거대한 건물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 같지만, 그 시작은 내부의 균열로부터 비롯된다. 외환보유고는 만능 방패가 아니다 환율이 출렁일 때마다 정부는 통상 시장 개입에 나선다. 달러를 공급해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외환보유고는 무한하지 않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구조적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달러를 계속 풀어 환율을 방어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르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의 방어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국가 신용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은행과 기업들의 해외 자금 조달 비용도 상승한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즉흥적 통제다. 시장의 불안을 규제로 억누르려 할수록 시장은 더 불안해진다. 자본의 흐름을 억지로 막겠다는 신호는 오히려 "정부가 자신감을 잃었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재정과 통화 정책의 방향을 일치시켜야

돈은 두려움이 있는 곳에서 떠나고 신뢰가 있는 곳으로 모인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와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한다. 원화 약세는 곧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소비자의 삶을 압박한다. 결국 환율 문제는 단순한 외환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전체의 체질과 직결된 문제다.

무엇보다 재정과 통화 정책의 방향을 일치시켜야 한다. 선심성 지출과 반복되는 추경을 심사숙고하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 국가 채무 관리에 대한 분명한 원칙도 필요하다. 

금융시장 내부의 과도한 레버리지를 관리하고,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외환 정책 역시 외환보유고 소모에 의존하기보다 통화스와프 확대와 해외 자산의 국내 환류 등 장기적이고 다각적인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주가지수는 높아도 통화 가치가 흔들리면 오래가지 못한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화려한 겉옷이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언제까지 보장해 줄 것으로 믿는가.

시장은 숫자에 취하지 않는다. 시장은 신뢰를 본다. 지금 사상 최고 지수에 도취된 축배만 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원화가 보내는 침묵의 경고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화폐의 가치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 원화의 눈물이 깊어질수록, 한국 경제가 마주할 폭풍도 그만큼 가까워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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