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9-30 16:20 (수)
메이저 언론의 침몰, 레거시 미디어 시대의 종언(終焉)인가
메이저 언론의 침몰, 레거시 미디어 시대의 종언(終焉)인가
  • 정종석 기자
  • 승인 2026.06.22 07:00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일보 워크아웃 신청...이른바 ‘조중동 카르텔’ 메이저 언론의 퇴조와 '재래식 언론'으로 추락 신호
역설적으로 철저하게 팩트를 검증, 게이트키핑하는 기성 언론의 시스템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필요
매체별 독립적 장르와 독자층 확보...독자와 깊은 신뢰관계 맺는 '컨텐츠 기업'으로 완전히 체질 바꿔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올 봄에 국내에서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The Devil Wears Prada 2, 2026/감독 데이비드 프랭클)는 언론계 종사자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일만한 영화이다. 시종일관 주인공의 패션과 뷰티만 이야기하는 스토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Runway)'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扮)와 20년 만에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앤 해서웨이 扮)가 럭셔리 브랜드의 임원이 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扮)와 재회하고, 완전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시 한번 패션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모든 커리어를 거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를 보면 종이에 인쇄된 패션 매거진이 패션업계의 '바이블(성경)'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영화에서는 모든 배경과 환경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바이럴(Viral)로 가득차 있다.

전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종이 잡지가 트렌드를 주도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매거진 편집장의 절대적인 권력을 보여줬다. 이로부터 20년이 지나서 디지털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에서는 소셜 미디어, 뉴 플랫폼과의 생존 경쟁 속에서 변화하는 패션 비즈니스 생태계를 투영하며 미디어 환경의 달라진 역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인 매거진 '런웨이'도 마찬가지다. 이제 더 이상 잡지라는 인쇄매체가 아니다. 여전히 발행은 하지만,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실체 없는 채널로 여긴다. 일상이었던 해외 촬영을 통해서 겨우 찍은 화보는 쇼츠를 넘기는 사람들이 몇 초 보고 그냥 넘기는 시대다. 사회적인 변화의 물결 속에서 매일처럼 속절없게 달라지는 시류에 힘들게 적응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중앙일보, '메이저 언론의 퇴장'이 갖는 의미와 파장

한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중앙일보가 지난 주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공식 신청했다.

이번 사태는 모체인 중앙그룹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이하면서 발생했다. 중앙홀딩스, JTBC, 메가박스중앙 등 주요 계열사 5개 법인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 중앙일보 역시 자금 경색을 이기지 못하고 워크아웃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이는 한국 미디어 역사상 메이저 언론사가 재무적 파산 위기에 직면해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된 전례 없는 사건이다.

우리나라에는 언론 지형을 수십 년간 지배해온 이른바 '조·중·동' 카르텔이 존재했다. 그 한 축이자 대형 방송사(JTBC)를 거느린 거대 미디어 그룹(메이저 언론)의 붕괴는 업계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디지털 혁명과 뉴미디어의 성장 속에서 거대 언론 권력도 자본 흐름과 방만한 투자 실패 앞에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비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중앙그룹이 무리한 자금 조달 기조 속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독점 투자 등 대규모 콘텐츠 투자 실패가 대외 경제 여건 악화가 맞물려 단기 차입금 상환에 실패한 때문이다.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이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유지를 요구하며 성명을 발표하는 등 향후 대규모 인력 감축과 매각 절차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메이저 언론사의 영향력이 약화되거나 소유 구조가 재편될 경우, 국내 언론의 사회적 의제 설정(Social agenda-setting) 방식과 국민여론 형성, 언론계 지형에도 어떤 형태로든 '지각변동'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중앙그룹의 무리한 차입 경영과 대규모 컨텐츠투자 실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아직 건재한걸 보면 이번 중앙그룹의 파산 위기는 '조중동'이라는 보수 언론 카르텔 전체의 위기라기보다는, 중앙일보·JTBC 특유의 무리한 차입 경영과 대규모 콘텐츠 투자 실패(월드컵 독점 중계권 등)가 초래한 개별 기업의 ‘유동성 재앙’에 가깝다는 느낌이 듣다.

오히려 문제는 전체적으로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기성 언론·방송)의 시대가 한물가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레거시 미디어가 과거처럼 '여론을 독점하고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가 확실하게 저물고 있는 추세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과거에는 신문과 지상파 방송이 정보를 독점해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 구조였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알고리즘 기반의 뉴미디어(New media/유튜브, OTT, SNS, 서브스택 등)가 정보 유통망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레거시 미디어의 지위는 급격히 추락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레거시 미디어는 앞으로 '완전한 소멸'로 갈 것인가. 언론학자들은 레거시 미디어가 무대 중심에서 내려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역할이 축소된 채 '하이브리드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미디어 소비자들의 주목도만 따지자면 유튜브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수위를 차지했거나 근접하고 있다. 중앙일보 사태처럼 무리한 차입 경영을 하거나 디지털 전환에 실패한 매체는 퇴장하게 된다. 반면 미국의 뉴욕타임스(NYT)처럼 성공적으로 '유료 디지털 구독 모델'을 정착시킨 곳들은 살아남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생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의 언론산업은 과거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 언론왕국이나 언론재벌이 아니라, 오페라 극장이나 박물관처럼 특정 지식인층이나 충성 독자층이 유료로 소비하는 고품격 컨텐츠 거점으로 위상이 가라앉게 될 것이다.

중앙일보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단순히 간판만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시대는 사실상 끝나

우리나라도 광고 자본과 독자의 시선이 디지털로 완전히 이동하면서 인터넷신문과 온라인 미디어 등 뉴미디어의 비중이 레거시 미디어를 압도할 만큼 커졌다. 또 대중이 뉴스를 소비하는 주류 통로가 종이신문이나 TV 채널에서 유튜브, 포털, SNS, 구독형 미디어 플랫폼으로 적극 전환했다. 다만 비중이 커진 만큼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양극화와 신뢰성 위기라는 부작용도 함께 겪고 있다.

정보가 지나치게 넘쳐나고 유튜브발 '가짜 뉴스'와 '대책 없는 선동'이 판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철저하게 팩트를 검증하고 게이트키핑을 하는 레거시 미디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단순히 뉴스를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독립적인 장르와 독자층(Target audience)를 확보한 가운데 독자와 깊은 신뢰관계를 맺는 '컨텐츠 기업'으로 완전히 체질을 바꾸어야만 생존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종이로 인쇄하는 일간신문이나 지상파 방송보도를 칭송하고 떠받들던 시대는 지나갔다. 메이저 언론사라고 해서 마냥 우월적 지위를 유지,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느 언론사이든 재무적 위기에 직면하면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로 망할 수 있는 경영환경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레거시 미디어'라는 간판만으로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는 레거시 미디어를 이미 '재래식 언론'이라고 비하하기 시작한지 오래이다. 

오늘날 레거시 미디어의 불황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에서도 지난 2000년대 들면서 명문 언론인 워싱턴 포스트가 매각되고,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가 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상당수의 신문사들의 폐,휴간이 잇따르며 '종이 신문의 사막화'라고 불리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같은 미디어 생태계의 급변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터진 게 아닐까 싶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대표이사/발행인(언론학박사)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이사장

(전) 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