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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이란전쟁 끝나도 과거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 이란전쟁 끝나도 과거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
  • 윤영호
  • 승인 2026.06.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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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뉴노멀’의 생존법...전쟁의 진정한 승패는 전쟁 이후 달라진 세상에 누가 먼저 적응하느냐에 따라서 결정

[윤영호 칼럼] 100여 일 동안 이어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분기점을 맞이했다. 미국과 이란 양국은 우여곡절 속에서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도 그 후유증은 오랫동안 경제의 혈관을 타고 흐를 것이다. 이번 중동 전쟁과 이란 사태는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을 넘어, 지난 10여 년간 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질서를 열어젖힌 역사적 분기점에 가깝다.

많은 사람은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떨어지고 금리도 다시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전쟁은 끝날 수 있어도 구조는 쉽게 복원되지 않는다. 지금 세계가 마주한 것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경제 질서의 '단절(Discontinuity)'이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구조의 변화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주요 가스 및 정제 시설의 복구에는 수년이 걸리고, 호르무즈 해협 위협 선례가 다른 해협에서도 학습효과를 가지게 된다면 해상운송을 통한 보험료와 운송비, 인건비 상승은 공급망 전체에 새로운 비용이 추가될 수도 있다. 원유 공급이 유지되더라도 과거처럼 배럴당 60달러 수준의 안정적 유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더 큰 변화는 에너지 패권의 이동이다. 유럽과 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은 중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셰일가스와 원유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가 큰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산 에너지 구매가 경제와 외교를 동시에 고려한 현실적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만 그렇겠는가? 관세압박을 받고 있는 여타국가들이 미국산 석유구입에 몰린다면 미국이 석유수출가격을 지금 그대로 유지 하겠는가. 결국 에너지 안보가 국가 안보가 되고, 자원국의 협상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금리가 내려가기 어려운 세 가지 이유

더 심각한 문제는 금리다. 사람들은 금리를 중앙은행이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시장과 구조가 결정한다. 수십년간 저금리정책을 고수했던 일본은행(BOJ)도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로 인상하면서 1995년 9월 이후 약 31년 만에 '기준금리 1%대 시대'에 진입했다. 그동안 초저금리를 유지하던 일본이 이처럼 본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로 선회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히 지나가는 비가 아니다.

첫째는 구조적 인플레이션이다.
전쟁이 촉발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교란은 물가를 끌어올린다. 한 번 높아진 물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중앙은행이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물가가 다시 치솟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국의 재정 적자다.
전쟁 지원과 소비된 군수물자 재 비축, 감세 정책이 겹치면서 미국 정부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채권 공급이 폭증하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른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글로벌 자금은 미국으로 빨려 들어간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금리 역시 상승 압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셋째는 AI 혁명이 만들어낸 새로운 자금 블랙홀이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빅테크 기업들은 현금 부자였다.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인공지능 패권 경쟁이 시작되면서 거대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구축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과거 자금 공급자였던 기업들이 이제는 대규모 자금 수요자로 변했다. 돈을 빌리려는 주체가 늘어나면 돈 값인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AI 혁명이 당장은 역설적으로 고금리 시대를 연장시키는 셈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를 안고 있다. 기업들 역시 저금리 시대의 관성 속에서 차입 확대와 외형 성장에 익숙해져 왔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저금리 시대에는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이 승자였다. 하지만 고금리 시대에는 현금흐름을 지배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탈출구는 '생산성 혁명'

과거에는 "얼마나 빨리 성장하느냐"가 중요했다면 고금리 시대에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된다. 정부 역시 재정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장률보다 빠르게 국가부채가 증가하는 나라는 결국 미래세대의 소득을 미리 끌어다쓰는 나라가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을 푸는 정책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이다. 돈을 풀어도 소비지출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원도 부족하고 인구마저 줄어드는 한국이 고물가·고금리 시대를 이겨낼 방법은 많지 않다. 결국 답은 생산성이다. 1990년대 인터넷 혁명이 세계 경제에 새로운 공급 능력을 만들어냈듯이, AI 역시 새로운 생산성 혁명을 일으킬 가능성을 품고 있다.

AI를 단순한 투자 열풍이나 주가 상승 재료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제조업과 의료, 금융, 물류, 교육, 행정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 비용 구조를 혁신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한다. 

고유가를 견디는 에너지 효율 기술, 인구 감소를 보완하는 자동화와 로봇, AI를 활용한 제조 혁신과 신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문제다. 국가와 기업, 개인 모두 저금리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풍요의 시대에 통하던 공식이 결핍의 시대에도 통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쇠락은 시작된다.

기술과 효율로 승부하는 경제체질로 바꿔야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었을 뿐이다. 영국의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문명은 도전에 의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도전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해 무너진다"고 말했다. 

지금 세계 경제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의 규칙 자체가 바뀌고 있다. 전쟁이 끝난다고 금리가 돌아오는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비싼 에너지와 높은 금리, 지정학적 갈등이 새로운 일상이 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낙관은 약도 될 수 있지만, 현실을 외면한 낙관은 독이 된다. 과거의 성공 공식이 무너지는 단절의 시대.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길은 분명하다. 빚에 기대어 성장하던 경제에서 생산성으로 버티는 경제로, 값싼 돈에 의존하던 체질에서 기술과 효율로 승부하는 체질로 바꾸는 것이다.

전쟁의 진정한 승패는 전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전쟁 이후 달라진 세상에 누가 먼저 적응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싸움 역시 마찬가지다. 살아남는 나라는 가장 강한 나라가 아니라,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나라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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