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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육 대전환](8) 금융교육, 국가 시스템으로 재구축해야
[금융교육 대전환](8) 금융교육, 국가 시스템으로 재구축해야
  • 나병문
  • 승인 2026.05.1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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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금융교육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제도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금융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금융상품은 복잡해졌으며, 디지털 금융은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금융교육 체계는 여전히 산발적이고 단편적이다. 교육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금융생활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금융은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저축과 투자, 대출과 보험, 연금과 세금, 신용관리와 채무조정이 모두 금융의 영역에 속한다. 금융 판단 하나가 가계의 안정성을 좌우하고, 잘못된 선택은 장기간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런 시대에 금융교육을 개인에게만 맡기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다.

문제는 금융교육의 수요가 커졌음에도 책임 구조가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학교 교육, 공공기관 프로그램, 금융회사 상담, 민간단체 강의 등이 존재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기준과 체계는 부족하다. 교육 내용은 중복되고, 대상별 교육 기준도 불분명하며, 성과 관리도 충분하지 않다.

그 피해는 금융 취약계층에게 가장 먼저 나타난다. 고령층은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소외되기 쉽고, 복잡한 금융상품과 금융사기에 취약하다. 청년층은 충분한 사전 교육 없이 신용관리와 대출, 투자 판단을 감당해야 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사업자금과 가계 재무가 뒤섞인 상태에서 대출, 금리, 세금, 현금흐름을 한꺼번에 관리해야 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처지에 놓여 있지만, 금융 선택의 갈림길에서 믿고 상담할 전문적 조력자가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교육 책임질 주체 세워야

금융교육 대전환의 첫 번째 과제는 책임질 주체를 세우는 일이다. 교육의 성패는 강의 횟수에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을 전달하고, 설명하고, 상담하며,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 지점에서 금융교육을 전담할 전문 인력, 즉 ‘금융교육사’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금융교육사는 단순한 강사가 아니다. 금융소비자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생애주기에 맞는 금융 판단을 돕는 공적 전문가여야 한다. 신용과 채무, 투자와 연금, 보험과 세제, 재무설계 등 복잡한 금융 구조를 쉬운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특정 금융상품이나 이해집단으로부터 독립된 위치를 지켜야 한다.

전문 인력의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금융교육사를 양성하고 관리할 전문 위탁교육기관이 필요하다. 국가는 정책 방향을 정하고 기준을 설정할 수 있지만, 현장 교육과 재교육, 윤리 관리, 성과 평가를 모두 직접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책임은 국가가 지되, 실행은 전문기관이 맡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합리적인 평가·인증 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금융환경은 계속 변하고, 소비자의 위험도 달라진다. 따라서 금융교육사는 정기적인 재교육과 평가를 통해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 위탁교육기관 역시 단순 실적보다 교육의 질과 공공성을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래야 금융교육이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검증되는 공공 교육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제도의 설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동 구조다. 금융교육사 제도와 위탁교육기관, 평가·인증 체계가 따로 움직이면 그것은 하나의 시스템이 아니라 분산된 장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법적·행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책을 총괄할 주관 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금융교육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시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한 뒤, 검증된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금융교육 전담 국가 시스템 세워야

현실 조건도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일회성 예산으로는 장기적인 교육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도 분명해야 한다. 국가는 기준과 감독을 맡고, 전문기관은 운영을 담당하며, 금융교육사는 현장에서 실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여기에 교육 성과를 측정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가 더해져야 한다. 측정되지 않는 교육은 개선되기 어렵다.

결국 금융교육 대전환의 핵심은 하나다. 금융교육을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금융교육은 더 이상 보조적 복지 프로그램이나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다. 그것은 금융사기, 과잉부채, 불완전판매, 노후 불안, 청년층의 무리한 투자와 같은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는 금융안전망이다. 금융 선택의 실패는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고 가계 부실과 사회적 비용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금융교육을 국가 시스템으로 구축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자격증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국민이 금융생활에서 최소한의 판단 능력과 보호 장치를 갖도록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도로와 의료, 교육이 공공 인프라라면, 금융교육 역시 현대사회에서 기본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금융이 삶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시대에 금융교육을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둘 수는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충분히 논의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금융교육사를 제도화하고, 전문 위탁교육기관을 세우며, 평가·인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국가 책임 아래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야 한다. 금융교육 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다. 국민의 금융생활을 보호하고 한국 금융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이제 금융교육을 국가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한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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