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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그런 것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그런 것이 아니다
  • 정기석
  • 승인 2026.02.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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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군, 군 단위 지자체 최초로 자체 예산으로 ‘무주형 기본소득’ 지급

기본소득의 6대 조건을 갖추려면 지속가능한 자립적 재정구조부터

[정기석 칼럼] 어제 초리마을 마을회관에는 모처럼 마을 노인들이 다 모였다. 이장님이 마을방송으로 모두 불러 모았다. 이른바 ‘무주형 기본소득’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을 그냥 나눠준다니, 마을 노인들은 100% 출석했을 게 틀림없다.

전북 무주군은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자체 재원으로 모든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군비 등 자체 예산으로 주민 1인당 연 80만 원을 지급하는 ‘무주형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무주군에 주민등록을 둔 주민이라면 소득·자산·직업과 관계없이 무주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무주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전입자도 전입신고 후 30일이 지나면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무주군 인구는 2만 2777명이니 전 주민에게 연 80만 원을 지급하면 연간 약 182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무주군이 예산이 남아돌아 자체 군비로 지원하는 건 아니다. 정부가 국비 매칭으로 지원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주군은 지방소멸 위기에 맞서는 정책 실험으로서 군민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경제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용단을 내린 것이다.

李 대통령, 기본소득에 열성적인 무주군이 소외되지 않게

지난 24일 이같은 무주군의 과감하지만 외로운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이 화답했다. 국무회의에서 무주군을 거론하며 기본소득 도입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추가 지원을 지시한 것이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 이렇게 의지가 강한 군 단위 지자체가 소외되지 않도록 농식품부 장관에 당부했다.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도 이달 말 시작된다.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8개 도 10개 군 농어촌 주민에게 내년까지 매달 15만원을 지급한다. 인구 감소, 지방소멸로 무너져가는 농촌의 생활 구조를 되살리겠다는 정책적 실험이다.

정부는 이 정책을 '소득 보전'보다 '지역 체류 기반'에 초점을 맞춰 설계, 지급 수단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한정하고 사용 지역을 거주 읍·면 중심으로 묶었다. 주민 소비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정책실험이니 정책 효과 검증도 중요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농촌 기본사회연구단을 구성, 소득 안정 효과, 지역경제 활성화, 공동체 회복 등 정책 성과를 정량·정성적으로 평가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향후 본사업 전환 여부와 제도 설계를 검토할 계획이다.

문제는, 한시적 예산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재정구조

그런데, 문제가 있다. 역시 돈 문제다. 무주군도 무주형 기본소득 시행을 앞두고 재정결손 규모와 순세계잉여금 산출 방식을 놓고 무주군과 무주군의회가 정면 충돌했다. ‘무주형 기본소득’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적 부담이 누적, 120~130억원의 재정결손 사태가 벌어졌다는 군의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무주군도 상당한 규모의 재원 공백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 상태다.

무주군은 무주형 기본소득 예산으로 184억원을 계상했다. 무주군은 일반예비비 72억원과 추경 편성 약 40억원에 특별교부세 확보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결산 이후, 다음 추경에서 정리하겠다며 부적절한 예산 편성의 절차, 무책임한 재정 분석 및 운영 방식을 군의회가 질타하고 나선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단지 무주군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선정, 국비 매칭 지원을 받는 10개군도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지난날 한때 ‘농민수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유행처럼 전국 지자체마다 벌였던 한시적, 전시적 사례의 시행착오를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농민수당’은 농민 기본소득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개별 농민이 아닌 농가 단위로 지급, 개별성을 위반했다. 또 연간 50만~60만원 정도로 낮은 금액을 책정, 충분성에도 어긋났다. 철학적 기반을 살펴봐도 사회수당에 가까워 보편적 시민권에 기반을 둔 기본소득과는 달랐다.

기본소득은 누구나 받을 권리가 있는 ‘보편성’부터 지켜야 

특히 ‘수당’이라는 용어 자체도 적정하지 않다 애초 수당의 사전적 정의는 ‘정해진 급여 외에 특별한 사유에 따라 정기적이거나 수시로 지급되는 보수’를 뜻한다. 농민수당은 ‘정해진 급여’가 아닌 한시적, 전시적, 시혜적, 심지어 정치적 의도도 다소 내재된 현금지원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기본소득은 6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사회구성원으로서 시민권을 가진 누구나 받을 권리가 있는 ‘보편성’부터 지켜야 한다. 자산이나 소득이 많든 적든, 노동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지급하는 ‘무조건성’도 준수해야 한다.

또 개인마다 수급자격을 주는 개별성, 주기적으로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하게 지급하는 정기성, 현물이 아닌 현금으로 주는 현금성도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소득보전 효과를 발휘할 정도의 금액을 지급하는 충분성도 필요하다.

이번 ‘농어촌 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지난날 마치 농민기본소득처럼 포장된 ‘농민수당’처럼 한정된 예산만큼만 한시적, 전시적으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시혜하는듯한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그렇게 해서는 농어촌지역의 소득 안정 효과, 지역경제 활성화, 공동체 회복 등 정책실험은 반드시 실패한다. 가령, 전국의 농어촌마을마다 햇빛연금발전소 같은 지속가능한 자립적 재정구조가 선행, 병행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범사업이나 정책실험이 아닌, 비로소 ‘농어촌 기본소득사업’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은 그런 것이 아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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