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21세기 초반, 세계 경제 질서는 자유무역의 확산에서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로 급격히 전환했다.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트럼프 라운드’다.
첫째, 기존 라운드와의 차이다. 과거의 라운드 협상(GATT·WTO)은 자유무역 확대를 위한 다자간 협상이었지만, 트럼프 라운드는 특정 국가의 일방적 조치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고율 관세와 무역 규제를 추진하면서 국제 무역질서가 흔들렸다.
둘째, 관세 폭탄과 무역 갈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대규모 추가 관세를 매겼다. 이는 전통적 무역전쟁의 성격을 띠었고, 글로벌 공급망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셋째, ‘미국 우선주의’ 전략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불공정의 결과로 규정하고, 양자 협상과 압박을 통해 무역 조건을 재조정하려 했다. 이는 다자주의의 약화를 초래했고, 세계 무역질서가 블록화·양자화되는 흐름을 촉발했다.
넷째, 한국에 대한 영향이다. 한국산 철강·자동차 등이 주요 타깃이 되었고, 한미 FTA 재협상이 강압적으로 추진되었다.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직접적인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 경제의 대응과 전략
트럼프 라운드 속에서 한국은 경제적 생존을 위한 다양한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첫째, 한미 FTA 재협상이다. 미국의 압박 속에서 한국은 자동차·농축산물 분야에서 양보했지만, 철강 등 일부 품목은 쿼터제를 수용하면서 관세 폭탄을 피했다. 이는 한국이 선택한 현실적 타협이었다.
둘째, 수출 시장 다변화다. 한국은 중국·동남아·EU 등 대체 시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 했다. 이는 수출 구조 다변화와 신흥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셋째, 산업구조 전환이다. 보호무역 강화는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문제였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 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 했다.
넷째, 통상 외교의 강화다. 한국은 WTO 제소, 다자·양자 협상 참여를 통해 불리한 조치를 완화하고, 통상 외교 역량을 강화했다. 이는 ‘경제주권’ 확보를 위한 필수 전략이었다.
역사적 의의와 교훈
트럼프 라운드와 한국의 대응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첫째, 무역질서의 불확실성이다. 국제 무역은 언제나 정치적 요인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경제와 정치, 안보는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둘째, 자율적 전략의 필요성이다. 한국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타협을 택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자율적 무역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산업 경쟁력의 핵심성이다. 국제 무역 갈등 속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국가는 기술·산업 경쟁력을 갖춘 나라다.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신산업을 육성해야 했다.
넷째, 오늘날 교훈은 분명하다. 경제외교는 생존의 문제다. 강대국의 압박 속에서도 협상력을 발휘하고, 산업 경쟁력과 시장 다변화를 통해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 라운드는 기존 자유무역 질서의 균열을 보여주었고, 한국은 직접적인 도전에 직면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한국이 무역 의존적 경제 구조를 재검토하고, 산업·외교 전략을 새롭게 설계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한국은 이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 강대국 의존에서 벗어나 다변화·혁신·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경제의 안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