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성장률을 회복할 장기적 대책 마련해야...구조개혁 속에서 자영업자의 회생방안 만들어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어디를 가도 상가의 빈 가게가 눈에 늘어났다. 필자의 서울 용산구 집근처에서도 동네빵집이 문을 닫는 지가 오래됐고, 몇년동안 문을 열었던 커피전문점도 조용히 사라졌다. 대신 그옆에는 빨래방을 겸업한 무인카페가 새로이 등장했다.
경기 불황 속에서 한국 경제의 심장부를 떠받치던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13조원에 달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뿌리며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체감 경기의 시금석이 되는 자영업자는 2년 연속 3만명대 감소세를 이어 갔다. 특히 20·30대 청년 자영업자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청년층 고용난이 창업 위축과 조기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영업자는 코로나가 확산한 2020년, 2021년에는 급감했다가 격리 완화와 엔데믹(풍토병화) 영향으로 2022년 11만9000명, 2023년 5만7000명 각각 늘며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4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금리와 인건비 상승, 내수 부진 등이 겹친 결과다.
정부가 지난해 소비쿠폰을 지급하며 경기 회복에 나섰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자영업 경기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성장률을 봐도 비슷한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작년 4분기(10~12월) 성장률이 -0.3%로 역성장했다고 밝혔다. 소비쿠폰 지급이 집중된 3분기에 1.3% 반짝 성장했다가 경기 회복세가 확 꺾인 것이다.
자영업 몰락의 타격이 가장 큰 연령층은 청년이다. 지난해 15∼29세 자영업자는 15만4000명으로 1년 새 3만3000명 감소했다. 2023년(-2만2000명), 2024년(-3000명)에 이어 3년째 줄었다. 30대도 63만6000명으로 3만6000명 줄었다. 2023년(-1000명), 2024년(-3만5000명)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다.
15∼29세 자영업자는 숙박·음식점업과 배달 라이더 등이 포함된 운수창고업에서, 30대는 운수창고업과 도소매업에서 주로 감소했다고 데이터처는 설명했다. 모두 내수와 직결된 산업이다. 40대와 50대도 각각 3000명, 3만4000명 줄었다. 반면 은퇴 연령대인 60세 이상은 6만8000명 늘어난 216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2016년부터 10년 연속 증가세다.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 20%를 차지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120만명이 사라져
한국 경제의 허리를 책임져온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의 몰락이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가파른 폐업률과 수익 감소, 급증하는 부채, 정책 부담, 그리고 탈한국을 가속화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선 구조적 위기의 징후다.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 20%를 차지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120만명이 사라졌다. 생존자라 해도 밝지 않다. 61%가 매출 감소를, 62%가 순이익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평균 매출은 6.5% 떨어졌고, 순이익은 7.2% 줄었다. 삶을 지탱하기 위해 끌어다 쓴 부채는 평균 1억2,000만원, 월 이자만 84만원 수준이다. 급등하는 인건비와 임차료, 원자재 값 앞에 자영업자들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중소기업은 더 어렵다. ‘한계기업’(이자도 못 내는 기업) 비율이 꾸준히 늘고, 연체율과 재무불안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산업분석에 따르면 2025년 중소기업은 세계 무역 분절화, 고환율, 생산성 격차, 환경규제 불확실성, 신기술 도입 격차, 고령화, 청년취업기피 등 복합적 위기 앞에서 휘청인다. 지방기업의 경영여건도 갈수록 악화, 아예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전하는 중견·대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 자영업계는 고금리 장기화, 소비 위축, 그리고 인건비 상승이라는 삼중고가 심화되며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자영업 몰락의 주요 원인은 다음이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부채 부담 가중이다. 코로나19 시기부터 누적된 대출의 상환 유예 종료와 고금리 지속으로 자영업자들의 금융 비용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둘째, 비용 구조 악화이다. 최저임금 상승과 원자재 가격 고착화로 매출이 늘어도 순이익이 줄어드는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뚜렷하다.
셋째,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다. 배달 앱 및 이커머스 플랫폼의 과도한 중개 수수료와 광고비가 소상공인의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저해하고 있다.
넷째, 비대면 경제 가속화이다. 무인 점포 급증과 온라인 쇼핑 비중 확대로 오프라인 기반 자영업자의 입지가 좁아졌다.
폐업자 재기 및 중장기 일자리 안전망, 비즈니스 모델 전환 지원 등 구조적인 정책 대안이 시급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출범후 위기의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7월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배포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장기채무자의 빚 탕감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 소비위축, 자금부족, 임대료 등의 문제는 단기간에 치유하기 쉽지 않아서다.
정부는 현재 채무 구조조정 및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부채 탕감 및 저금리 대환 대출을 확대, 파산을 막는 안전망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대응 전략 및 대책은 무엇일까.
첫째, 디지털 전환 지원이다. 키오스크, 서빙 로봇 도입 등 스마트 상점 기술 보급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운영 효율을 높여야 한다.
둘째,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이다. 단순 오프라인 판매에서 벗어나 밀키트 제작, 온라인 판로 개척 등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상생 협력 제도화이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 대형 플랫폼과 소상공인 간의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는 입법적 장치가 논의되어야 한다.
넷째, 현재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불황을 넘어선 산업 구조의 재편 과정으로 해석된다. 단순 경기부양책만으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정책적 지원과 함께 임금·세제·법제도의 혁신, 기술경쟁력 확보, 인력 유인방안 등 근본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
정부와 정책 당국은 내수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자영업자 대상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재창업 지원, 경영 안정자금 확대 등 일부 단기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한 창업 지원을 넘어 폐업자 재기 및 중장기 일자리 안전망, 비즈니스 모델 전환 지원 등 구조적인 정책 대안이 시급하다. 본질적인 내수 경기 활성화와 비용 경감 대책이 필요하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지난해 '자영업을 살리자'라는 주제로 특집기획물을 연재한 바 있다. 채무조정, 소비쿠폰, 카드수수료 인하 등 단편적인 대책만으로 자영업자를 살리는 건 쉽지 않다. 시장을 살리겠다며 ‘재정’을 풀어도 사람들은 대출을 갚느라 소비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결국 경제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장기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구조개혁 속에서 자영업자의 회생방안도 이 틀 안에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