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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말의 해, 우리는 어디로 달리고 있는가
2026년 말의 해, 우리는 어디로 달리고 있는가
  • 조석남
  • 승인 2025.12.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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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병오년(丙午年)은 ‘노마지지(老馬之智)’로 방향을 잡는 한 해가 되기를

[조석남의 에듀컬처]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말은 인류 문명에서 가장 오래된 동반자였다. 전쟁에서는 창보다 먼저 달렸고, 평화의 시기에는 묵묵히 짐을 실어 나르며 길을 열었다. 말은 인간의 의지를 대신해 속도를 만들어냈고, 시대의 변곡점마다 가장 먼저 숨을 고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말의 해는 언제나 역동과 변동, 그리고 그 이면의 위험을 함께 상징한다.

말과 관련된 고사성어를 들여다보면, 그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경고에 가깝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노마지지(老馬之智)’다. ‘늙은 말의 지혜’, 즉 경험과 축적의 가치를 뜻한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는 어떤가. 경륜과 숙성보다 속도와 신선함만을 숭배한다. 정치는 매번 새로운 얼굴을 내세우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정책은 단기 성과에 매달린다. 길을 아는 말은 외면 받고, 앞만 보고 달리는 말만이 환호를 받는다.

그 결과 나타나는 풍경이 바로 ‘주마간산(走馬看山)’이다. ‘말을 타고 달리며 산을 본다’는 말처럼, 우리는 너무 빠르게 움직이느라 사안의 본질을 놓친다. 사회적 갈등은 깊어지는데 토론은 얕아지고, 구조적 문제는 복잡한 설명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외면된다. 미디어는 자극적인 장면만을 소비하고, 정치는 구호로 책임을 대신한다. 말은 분명히 달리고 있지만, 풍경만 스쳐 지나갈 뿐 목적지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어떻게 달릴 것인가’

이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은 ‘견마지로(犬馬之勞)’의 현실을 체감한다. ‘개와 말처럼 부려지는 수고’, 즉 헌신과 노력은 요구되지만 정당한 보상은 돌아오지 않는 상태다. 열심히 일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고, 성실함이 미덕이 아니라 소모의 다른 이름이 된 사회. 말은 계속 달리는데 고삐는 언제나 다른 손에 쥐어져 있다. 결국 이는 ‘마피지곤(馬疲之困)’, ‘말이 지쳐 쓰러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말의 해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어떻게 달릴 것인가’에 있다. 이 지점에서 다시 떠올려야 할 말이 ‘자강불식(自强不息)’이다. 『주역』에서 유래한 이 말은 ‘쉼 없이 스스로를 단련한다’는 뜻이다. 말에게 ‘자강불식’이란 무작정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다. 호흡을 조절하고, 근육을 관리하며, 끝까지 갈 수 있는 리듬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2026년은 거대한 도약을 약속하는 해라기보다, 탈진을 경계해야 하는 해에 가깝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빨라졌고, 사회 변화의 속도도 개인의 감당을 넘어섰다. 이럴수록 필요한 것은 질주가 아니라 지구력이다. 개인에게는 자기 삶을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힘이, 사회에는 사람을 소모하지 않는 제도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자강불식’의 태도로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버텨야

여기서 다시 등장하는 고사가 ‘천리마(千里馬)’다. ‘천리를 달리는 말’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고사는 늘 이렇게 덧붙인다. “천리마는 있어도 백락은 없다.” 능력 있는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알아보고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회의 무능이 문제라는 뜻이다. 2026년 말의 해는 개인에게만 자강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사회 역시 스스로를 단련하지 않으면, 천리마는 결국 소진되고 만다.

말은 말이 없다. 대신 달림으로 증명한다. 방향을 잃으면 위험해지고, 무리하면 쓰러진다. 말의 해 2026년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달리고 있는가. 그리고 누가 고삐를 쥐고 있는가를...

‘속도’보다 ‘지혜’가, ‘질주’보다 ‘지속’이 필요한 시기다. ‘노마의 지혜’로 방향을 잡고, ‘주마간산’의 유혹을 경계하며, ‘견마지로’의 현실을 바꾸려는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강불식’의 태도로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버텨야 한다. 이것이 수천 년을 인간과 함께 달려온 말이, 2026년의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오래된 새해 인사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 한국골프과학기술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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