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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은 한국의 '변곡점', 고령사회와 제론토크러시
2026년은 한국의 '변곡점', 고령사회와 제론토크러시
  • 정종석
  • 승인 2025.12.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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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대한민국 초고령 사회 진입...'어르신 정책'이 국민 모두를 위한 정책”

우리나라 정책당국자들은 말로만 노년층 대책을 외칠게 아니라 일본을 다시 배워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로 처음으로 20%를 돌파하면서 바야흐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일본은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0%다. 우리나라는 10년 후인 2035년에 일본처럼 된다. 일본서 65세이상 인구가 20%를 막 넘겼을 때가 지난 2005년 2월이다. 즉 지금의 한국은 일본의 20년전이고, 지금의 일본은 한국의 10년후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제일 빠른 고령화로 온갖 사회현상과 문제를 겪은 나라가 일본이다. 그들이 20년에 걸쳐 겪은 사회변화를 우리는 10년 안에 겪어야 하는 셈이다.

한일 두 나라는 사는 문화, 먹는 방식, 가족 구성, 노동 구조가 비슷하다. 우리는 일본의 초고령사회 성공과 실패를 보고, 잘한 것은 따라하고, 못한 것은 피하면 된다. 사회학적 시각에서 보면 일본은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는 거울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 즉 고령자 지배사회로 접어드는 것일까. 말뜻으로 제론토크라시는 노년층이 사회 전반을 장악해 기득권을 유지하는 정체를 가리킨다. 특히 고령자 지배체제가 낳는 폐쇄적이고 경직된 사고, 소통 장애를 비판적으로 강조하는 개념이다.

그리스어로 고령을 뜻하는 ‘제론(geron)’과 체제를 뜻하는 ‘크라시(cracy)’가 합쳐진 말로 오늘날에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들이 대부분 제론토크라시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기득권 노령층의 이해관계가 정책의 우위에 서게 되면, 사회가 보수화되고 성장성과 역동성이 떨어지며 청년층의 발언권이 위축된다.

우리나라의 유례없는 초저출산이 초고령화를 한층 앞당겼다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현상을 직시해 부작용과 역기능이 적도록 정부당국의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이미 한국에도 노년정치는 확인됐고 갈등과 소외의 현실은 시작됐다. 앞으로 갈수록 한국사회는 올드보이들이 지배하는 사회로 재편될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앞이 식사를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붐비고 있다. 

늙은 리더십의 생명력과 초고령화...세대교체 없는 서열의 고착화

정책실행의 주체·객체 모두 노년화를 향한다. 머릿수가 중요한 정치공학은 벌써 노년들의 심중에 사활을 건다. 이미 선거때마다 여야 정기권은 노령층과 올드보이들을 향해서 러브콜을 날린다. ‘득표율=머릿수’인 까닭이다.

신(新)노년의 연령 기준으로 유력한 70세 이상만 봐도 점유율은 점차 증가세다. 70세 이상은 2035년 총인구의 20.9%로 커진다. 2015년(9.0%) 대비 2배를 웃돈다. 2050년이면 30.5%까지 늘어난다. 뒤이어 ‘중년→노년’을 향하는 4070세대도 1990년 24.1%에서 2035년 43.8%로 급증하게 된다.

결국 2035년에는 40대 이상만 64.7%의 압도적 절대비중을 점한다. 반면 40대까지는 정치변방 신세로 위축된 발언·참여권에 좌절한다. 늙은 리더십이 오히려 정치사회적으로 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는 초고령화의 단면이다. 세대교체가 없는 서열의 고착화인 셈이다. 정년연장·연금개혁 등 고령자들이 당면한 우리 사회의 화두가 부각될수록 제론토크라시는 더욱 심화할 수 밖에 없다.

이웃나라 일본의 노인생활을 한번 들여다 보자. 일본은 의자 왕국이다. 고령자들이 워낙 많이 돌아다니기에 곳곳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들이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의자가 있다. 버튼을 누르면 간이 의자가 되는 지팡이도 잘 팔 린다.

할머니들은 바퀴가 4개달린 작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며 동네 시장을 다닌다. 길거리 횡단보도 입구에는 고령자용 버튼이 있는데, 누르면 보행자 녹색등 신호가 1.5배 길어진다.

택시를 타면 좌석 앞에 손잡이가 크게 걸려 있다. 그걸 잡고 당기며 일어나면 내릴 때 편하다. 버스를 타면, 손 닿는 데마다 손잡이가 있다. 워낙 고령자 낙상 사고가 많기에 그렇다.

시내버스는 시속 30㎞로 달린다. 다음 정류장에 내리려고 미리 하차 문 쪽으로 움직이면 운전사가 움직이지 말아 달라고 한다. 승객이 내리고 다 올라타서 자리를 잡은 뒤에 버스는 출발한다. 이에 반해 시속 60㎞ 이상 으로 달리는 서울 버스는 도쿄기준 으로 '레이스(競走)'에 가깝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을 차로 모시고 다닐 때 보면, 태우는데 5분, 내리는데 5분이다.

일본의 고령자 안전운전 교육.

누구나 어디든 돌아다닐수 있는 '배리어 프리 (barrier free) 사회'

일본에는 버튼을 누르면 좌석이 차 밖으로 나오고, 버튼을 누르면 안으로 들어가는 도요타, 혼다 자동차가 있다. 크기가 작은 차량인 데도 뒷좌석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게 설계된 것이 많다. 미래의 자동차는 전기차와 수소차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미래차의 대세는 오히려 노인을 존중하는 일본차이다.

움직이는 초고령 사회가 되려면 누구나 어디든 돌아다닐수 있는 '배리어 프리 (barrier free)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일본은 고령자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이른바 살롱(salon)이 동네마다 있고, 그 수가 6만여개다. 독서, 바둑 등 취미를 공유하는 ‘노인구락부’( club)는 전국에 10만여개가 있고, 회원수 는 600만명에 이른다.

집에서 혼자 지내긴 힘들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낮에 모이는 소규모 다기능 주택이 5000여개다. 집과 병원의 중간 ‘의료 사랑방’이다. 우리나라는 그런 시설이 하나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노인회 관계자 190여명을 초청해 오찬을 하며 “2025년 대한민국은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며 “이제는 어르신 정책이 곧 국민 모두를 위한 정책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노년층 정책을 소개하며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노인 일자리도 역대 최대 수준인 115만개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적용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복지를 더욱 촘촘하게 하되 어르신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 자산으로 발휘하도록 대전환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다가올 2026년은 한국 사회에 ‘중대한 변곡점’이 된다. 정부는 과거 저출생·고령화 문제의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부총리급 부처로 인구부 신설을 추진해 왔으나, 끝내 무산됐다. 지난 7월 발표된 정부조직개편 방안에서 인구부 신설에 대한 내용이 제외된 데 이어 9월 발표된 국정세부과제 발표에서도 빠지고 말았다.

필자가 생각할 때 새해 우리나라 정책당국자들은 말로만 노년층 대책을 외칠게 아니라 고령사회와 제론토크라시에 관한 한 일본을 다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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