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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 받으며 4.5일 근무를
‘생활임금’ 받으며 4.5일 근무를
  • 정기석
  • 승인 2025.12.2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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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5일제의 안정적 정착, 어떤 구조 속에서 사회적 논의를 하고 참여를 이끌어낼 지가 관건

[정기석 칼럼] 도시에는 없고 농산어촌 같은 지역에만 있는 특별한 직업이 있다. ‘마을사무장’이라는 일자리다. 이름 그대로 농어촌체험·휴양마을사업, 마을기업 등 마을공동체사업의 사무를 보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공모를 통해 마을사무장을 채용한 마을에게는 인건비를 지원해준다. 이러한 지원 덕분에 특히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도시민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다. 당장 농사를 짓거나 물고기를 잡아서 먹고 살 자신이 없는 귀농(어)인들로서는 초기 생계비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을사무장 제도는 농산어촌에, 지역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지원 효과를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제도의 한계와 문제가 있다.

마을공동체사업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게 시작과 끝이 사실상 모호하다. 일의 양도 많고 일의 가짓수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원받는 인건비라는 게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가장으로서 가계를 꾸려가기에 충분한 수준이 아닌 것이다.

가족을 부양하는 최소한의 임금, 생활임금을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최저임금 논란에 불을 붙였다.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적정 임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적어도 정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부터.

이 대통령은 “최저임금은 그 이하는 주면 안 된다는 금지선이지 그것만 주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적정임금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조차) 왜 사람을 쓰고 노동에 상당한 임금을 줘야 하는데 최저임금을 주나”라고 노동부 등 관련부처를 질타했다.

정부조차 정규직을 채용하는 대신 임시직을 채용하고, 게다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11개월만 채용하는 경우는 흔하다. 이미 우리 사회에 표준적인 인사매뉴얼처럼 통용되고 있다.

최저임금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다.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生活賃金)을 주어야 한다. 생활임금이란 노동자가 실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가 등을 고려해 책정한 임금을 뜻한다. 주거, 교육, 문화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고려해 산출하므로 일반적으로 최저임금보다 높기 마련이다.

이같은 생활임금은 19세기 말 미국에서 처음 등장, 당시 생활임금은 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을 뜻했다. 현재는 인간다운 삶을 사는데 필요한 최저 수준의 임금으로 정의한다. 미국은 140여 개 도시에서 생활임금(Living wage)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서울시와 경기 부천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생활임금은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개 최저임금보다 20% 정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지자체의 생활임금 조례를 뒷받침할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관련 법안의 입법 필요성이 크다. 가령 경력 인정 등 처우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저소득층 노동자의 생활 수준 향상 등 생활임금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일과 삶이 하나되는 생활을 위한 주 4.5일제

노동자에게는 임금 못지 않게 민감한 주제가 노동시간이다. 인간다움 생활을 위해서는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침 주4.5일제가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남도는 최근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과 주 4.5일제 근무 도입을 담은 ‘2025년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공무원복무규정에 맞춰 월~금요일 사이 주 4.5일 근무제 시행에 합의했다. 주 40시간 근무 체계를 유지하면서 개인이 원하는 날에 4시간을 근무하고 나머지 4일에 하루 1시간씩 연장 근무하는 형태다.

제주도는 7월부터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하는 ‘13시의 금요일’을 도입해 주 4.5일 유연 근무제를 행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도 이달부터 일부 부서를 대상으로 주 4.5일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강원 정선군은 지난해 9월 기초지자체 중 처음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했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사회적 대화가 우선되어야 할 주4.5일제 도입’ 보고서를 통해 주4.5일제 도입 논의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라고 지적했다.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실현되려면 생산성 향상, 인력 재배치, 업무량 조정, 비용 분담 방식 등 다양한 조건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 규모와 조직 능력, 인력 운영 여력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 부담은 상당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주 4.5일제 도입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이다. 정부는 내년 포괄임금제 금지 입법 추진 등에 이어 2027년 이후 주 4.5일제 확산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4.5일제 논의의 향후 과제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구조를 설계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노동자, 기업인 등 당사자 참여를 확대하며, 제도 논의를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결국 주4.5일제의 안정적 정착은 도입 시기보다 어떤 구조 속에서 사회적 논의를 조직하고 참여를 이끌어낼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모든 노동자들은 일과 삶이 조화되고 균형을 이루는 행복한 일터와 일자리를 원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 적정임금을 받고 싶다. 가족들과 함께 가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함께 누리고 즐기고 싶다. 생활임금을 받는 4.5일제, 노동자와 가정 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 등, 국가경제주체가 더불어, 함께 행복해지는 비법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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