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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육 대전환](1) 한국 금융교육의 구조적 위기
[금융교육 대전환](1) 한국 금융교육의 구조적 위기
  • 나병문
  • 승인 2025.12.2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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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육을 전담할 전문 인력, 가칭 ‘금융전문강사’ 제도의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

[나병문 칼럼] 금융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금융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금융상품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지만, 국민 대다수는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야 할 한국의 금융교육 체계가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교육은 존재하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감당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한국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고속 성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발전해왔다. 산업화와 도시화, 기술혁신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경제 구조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중에서도 금융 분야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1990년대 이후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면서 금융상품과 금융구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디지털 금융이 금융소비자의 행동을 사실상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고, 금융기관 역시 고도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도 국민의 금융 이해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 국민의 금융 지식은 여전히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기관 점포 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상담 인력도 감소하고 있지만, 이를 대신할 교육·상담 시스템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그 결과 금융 취약자들은 단순한 거래조차 버거워졌고, 금융사기 피해와 금융 민원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개인의 금융 이해력 부족은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기초적인 금융 지식이 부족하면 합리적인 소비와 저축, 투자 판단이 어렵다. 이는 개인과 가계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금융 취약계층일수록 그 피해는 더욱 커진다. 불완전판매가 반복되고, 불법 대출이나 사금융에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결국 낮은 금융 이해력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금융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된다.

금융교육 체계의 취약성 드러나

이 문제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기관은 고객 상담과 교육에 추가적인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점포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고객 대응 역량은 오히려 약화하고 있다.

그 간극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 모두에게 부담을 안기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공공기관도 금융교육 확대를 위해 나름 노력을 기울여왔다. 학교 금융교육, 서민금융 지원센터, 민간단체의 교육 프로그램 등이 그 예다. 하지만 대부분 개별 기관 단위로 이루어지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교육 내용이 중복되고 산발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교육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금융교육을 전담할 체계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다.

금융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경제 활동이다. 금융교육 역시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금융소비자의 소득 수준과 자산 구조, 위험 성향과 생애 주기를 종합적으로 이해한 뒤 맞춤형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과 상담 능력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는 이러한 역량을 갖춘 금융교육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제도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고령층과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상담과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에게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금융상품 구조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신용관리와 채무조정, 재무설계를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복잡한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금융교육 현장은 여전히 기초 강의 중심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문제 해결을 돕는 전문적 교육은 매우 제한적이다.

변화한 금융환경, 새로운 교육 시스템

향후 금융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AI 기반 금융서비스는 이미 일상화되었고, 새로운 형태의 금융 생태계가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금융소비자가 안정적인 금융생활을 유지하려면 교육·상담·보호 체계 역시 한 단계 더 정교해져야 한다. 전문성이 결여된 금융교육은 교육 효과를 떨어뜨리고, 금융소비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시장의 규모와 디지털 금융의 발전 수준을 감안하면, 이제 금융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단편적인 프로그램 확대나 일회성 캠페인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국가 차원의 금융교육 정책을 일원화하며,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금융교육의 표준화와 전문화다. 금융교육은 국민의 금융안전망을 구축하는 국가적 과제이며, 복지·고용·조세 정책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담당하는 주체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추어야 하고, 조직적으로 양성되어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금융교육을 전담할 전문 인력, 가칭 ‘금융전문강사’ 제도의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취약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초고령화와 가계부채 증가, 복잡한 금융상품의 확산은 금융교육의 질적 도약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금융교육을 국가적 시스템으로 재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남은 질문은 분명하다. 이 중요한 금융교육을 과연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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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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