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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열풍' 속 '코메리칸 영웅'들의 감춰진 땀과 눈물
'케데헌 열풍' 속 '코메리칸 영웅'들의 감춰진 땀과 눈물
  • 정종석
  • 승인 2025.08.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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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강 감독과 이재 등 출연자들, 이민 사회서 ‘아시아계’와 ‘여성’ 이유로 방황...좌절을 극복하고 자기 완성

독창적 IP-글로벌 플랫폼·협업 전략, 기술력·팬덤·지속적 개선 의지 있어야 ‘한국 제작, 세계 성공’의 시대 열어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지난 2013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Frozen)'은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했지만, 디즈니 특유의 감성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됐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렛잇고(Let It Go)' 신드롬을 일으키며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동적인 스토리, 그리고 귀에 쏙쏙 박히는 음악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명작이 됐다.

이로부터 12년 지난 지금 전 세계는 넷플릭스 사상 역대 최고로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등극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케데헌)'에 열광하고 있다.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에 올랐다. 골든은 공개 후 불과 7주 만에 1위에 오르며 K팝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과거 국내 1000만 관객, 전 세계 10억 달러 수익으로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을 거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겨울왕국' 시리즈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케데헌’은 제작사가 미국 회사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제작된 다른 작품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작품을 제작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은 일본 기업 소니가 인수한 미국 회사인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다.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과 미국인 크리스 아펠한스가 맡았다.

‘케데헌’은 K팝이라는 핵심 소재와 작품 인기의 중심축인 OST가 한국 레이블을 통해 탄생했다. 인기를 이끈 OST는 YG 출신 프로듀서 테디의 ‘더 블랙 레이블’이 작업했고,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이재가 작곡과 가창에 참여했다.

▲ '케이팝 데몬 헌터스' 홍보 이미지 갈무리

캐데헌은 '코리안 아메리칸(코메리칸)'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탄생한 대형 히트작

감독을 맡은 메기 강(Maggie Kang)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한국문화와 자신의 정체성을 살린 이야기를 만들고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 각본까지 참여했다. 봉준호 감독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고, ‘한국 여성 샤먼’ 전통을 주인공 설정에 녹였다. 한국적 상징과 정서를 담아내려 노력했다.

이렇게 보면 캐데헌은 한국계 미국인과 캐나다인(코리안 아메리칸, 이하 '코메리칸'으로 통칭)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탄생한 대형 히트작이다. 이들은 모두 캐데헌의 성공역사에서 코메리칸으로서의 성장 서사를 잘 보여준다.

메기 강 감독은 “한국인 정체성을 품고, 한국 문화를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애썼다”고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느꼈던 한국계 캐나다인으로서의 정체성 고민, 창작자가 겪는 불안과 두려움, 가족(딸)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영화 루미 캐릭터의 이름과 성격도 딸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투영했다고 한다.

이재(EJAE, 김은재)는 오랜 연습생 생활의 좌절, 이민과 유학, 음악 작업의 치열한 과정(한 곡에 57개 데모를 만들기도 함), K팝 업계의 오묘함과 꿈에 대한 열망을 담은 창작 비화를 밝혔다.

제작·성우진의 다수 역시 각기 다른 이유로 해외에서 자라며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아온 한인 2세, 다문화 커뮤니티 출신이 많아 ‘코리안 아메리칸, 글로벌 한민족’의 자부심과 애환, 그리고 현지 사회와 문화의 장벽을 넘는 노력이 작품 전체에 투영돼 있다.

이처럼 K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계 미국인(Komerican) 및 글로벌 한인 창작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도전과 극복, 정체성 문제를 예술로 승화한 세계적 문화 콘텐츠인 셈이다.

케데헌으로 대성공을 거두었으나 메기 강을 비롯한 이들 코메리칸들이 처음부터 순풍에 돛단 듯이 성장한 것은 아니다. 매기 강은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 주류 사회에서 ‘아시아계’와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메인 연출자에 쉽게 오르지 못했다. '스토리 아티스트'로만 머무르며 수차례 연출 데뷔 시도가 묵살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 장면 [AP 연합뉴스]

'케데헌’ 사례 두고 "재주는 K컬처가 부리고, 돈은 미국 기업이 가져간다" 볼멘소리

연출자로 데뷔하기 전, 오랜 시간 스토리 아티스트와 조연 업무만을 담당하며 메인 연출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하는 경력 장벽을 경험했다. 본인이 구상한 비전을 지키기 어려운 환경에 자주 놓이며 창작자로서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나”라는 자기 부정과 회의에 빠진 시기가 있었다.

메기 강 감독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나 자신을 믿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정확히 살릴 때 비로소 내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고백했다. 좌절을 넘은 극복의 내면적 힘이 잘 드러난다. 마침내 정체성을 긍정하고, 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투영함으로써 세계적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재는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이다. 약 10년간 아이돌 데뷔를 준비했으나 여러 차례 무산된 뒤, 뉴욕대 티시예술대에서 음악산업과 심리학을 전공하며 미국에서 음악적 경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음악적 영향으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이중문화 경험, 팝과 R&B, 뮤지컬 산문(동시적 서사와 강렬한 멜로디)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연습생 시절의 좌절감, 정체성 고민, K팝 산업의 현실적 경험이 곡 전체에 녹아 있다. 자신만의 완벽주의와 자전적 내러티브, 그리고 강한 여성상(특히 케이팝 데몬 헌터스 ‘루미’ 캐릭터)을 밀도 깊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재는 “더 이상 숨지 않고 빛나겠다”라는 메시지를 자기 음악의 주제의식으로 삼으며, 자신의 곡이 타인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잇단 좌절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 반열의 싱어송라이터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국에서도 ‘케데헌’처럼 스스로의 능력으로 글로벌 성공을 거두는 자체제작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케데헌'의 지식재산권(IP) 가치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IP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케데헌’ 사례를 두고 "재주는 K컬처가 부리고, 돈은 미국 기업이 가져간다"는 볼멘소리다.

이제 정부 차원에서 IP 확보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자국 플랫폼 등을 강화, 상생 및 콘텐츠 창작 환경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세계에 통하는 독창적 IP와 글로벌 플랫폼·협업 전략, 기술력·팬덤·지속적 개선 의지가 만나야 ‘한국 제작, 세계 성공’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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