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권의종 논설실장] 한국 사회는 초고령화와 저성장의 이중 위기 속에 놓여 있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으나, 개인의 노후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한편 자산관리 시장은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불균형하게 발전해 왔고, 중산층과 서민층은 체계적인 금융 조언과 자산 축적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연금 개혁과 자산관리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국민연금의 적립금은 증가했지만, 고령화로 인한 지출 급증은 시간문제다. 수급 연령 조정, 급여 수준 합리화, 보험료율 현실화 등 제도 전반의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또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낮은 수익률과 운용 비효율로 인해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자산관리 시장 역시 판매 중심 관행이 고착화되어, 금융소비자들은 복잡한 상품 구조에 비해 낮은 이해 수준으로 불완전판매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금의 공적·사적 체계를 재정립하고, 디폴트옵션 도입, 기금운용 혁신, 수익률 제고와 함께 공공-민간이 공동으로 종합적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모델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구조 개편
국민연금은 한국의 대표적인 공적 노후소득 보장 체계이지만, 현재 구조로는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낮은 보험료율과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 수준의 조합은 적립기금의 조기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조 개편이 요구된다. 첫째,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수급 연령도 현실화해야 한다. 둘째, 수익비의 형평성을 고려해 급여 산정 방식을 조정하고, 일정 부분 기여 기반 급여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기금 운용의 글로벌 분산, 대체투자 확대 등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동시에 위험관리 체계를 정교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실질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공적연금을 보완할 핵심 축이지만, 제도적 성과는 미미하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참여율은 낮고, 기업 역시 실질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운용 수익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가입자 대부분은 자산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 제도의 도입이 핵심이다. 이는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설정된 포트폴리오에 자동 투자되도록 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유도할 수 있다. 미국, 호주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며, 국내 도입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개인연금은 납입 유인과 세제 혜택이 부족하고, 상품 구조는 지나치게 복잡하다. 이에 따라 연금계좌의 유연성 확대, 상품 비교 플랫폼 구축, 생애주기형 자산관리 체계 도입 등 포괄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자산관리 시장의 포용성과 혁신
자산관리 시장은 지금까지 고액 자산가 위주의 프라이빗뱅킹(PB)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중산층 이하 국민은 체계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접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자산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특히 고령층, 청년층, 금융 문해도가 낮은 계층은 자산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민간 협력 기반의 자산관리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공공은 표준화된 상품 정보 제공, 금융교육, 소비자 보호 제도 구축을 맡고, 민간은 맞춤형 상품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 체계도 성과 기반으로 개편해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 모바일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 ESG 투자 등 디지털 금융 혁신도 병행돼야 한다.
금융과 복지의 연결, 자산 형성 지원 시스템
연금과 자산관리 개혁은 금융정책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복지정책과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특히 중저소득층과 청년층을 위한 ‘자산 형성 지원 제도’는 포용적 금융·복지국가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 전략이다.
청년희망적금, 내일채움공제, 근로자 자산형성 프로그램 등은 보다 확대·재설계되어야 하며, 이와 같은 제도들이 개인연금, 장기투자 상품과 연계되어야 실질적인 자산 형성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누구나 자신의 자산 흐름을 분석하고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자산 형성은 시작에 불과하다. 자산의 유지, 전환, 활용까지 포함하는 전 생애주기적 자산관리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고령층의 노후 빈곤을 예방하고, 중산층의 경제적 안정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정리
▪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수급 연령, 급여 체계 등 전반에 걸친 구조 개편을 통해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실질화, 디폴트옵션 도입, 수익률 제고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 자산관리 시장은 포용성과 공공성을 갖춘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중산층 이하 국민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 금융과 복지를 연계한 자산 형성 지원 시스템 구축은 포용적 성장과 사회적 안정의 핵심 인프라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논설실장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사단법인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