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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새판 짜기](64) 죽은 창업금융, 다시 뛰게 하라
[한국 금융, 새판 짜기](64) 죽은 창업금융, 다시 뛰게 하라
  • 권의종
  • 승인 2025.07.0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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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국가의 미래, 자금은 생명선...재창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개인신용회복 절차 간소화, 파산자의 재도전 보장해야

[금융소비자뉴스 권의종 논설실장] 혁신경제의 시작은 창업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기술, 신산업, 일자리 창출, 경제 역동성의 근간은 결국 ‘누가 도전하고, 그 도전에 얼마나 자본이 흘러가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창업·벤처 자금 생태계는 위험 회피적 금융, 단기 성과 중심 투자, 공공자금 의존에 편중돼 있다. 창업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자금 환경이 절실하다.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 등 민간 모험자본은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특정 분야에 집중되거나 단기 수익 중심의 투자가 많아 창업 초기 기업의 다양성과 지속성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담보나 실적이 부족한 예비 창업자들은 여전히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공공 부문이 초기 창업 자금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은 민간 참여의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 자금 공급 구조의 다양화, 투자 회수시장 개선, 민간 중심의 투자 생태계 조성, 지역 기반 창업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하며, 정책 자금은 마중물로서 혁신 창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창업 초기 자본, 공공이 아닌 민간이 주도해야

창업 초기 자금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초기 투자 단계조차 대부분 정부 보조금, 창업 지원금, 정책펀드에 의존하고 있다. 민간 자본은 시장성과 실적이 확인된 이후에야 비로소 본격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구조는 창업 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고, 자생적 성장을 저해한다.

따라서 창업 초기 자본의 조달 구조를 민간 주도로 전환해야 한다. 엔젤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접근성을 높이며,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조성하는 CVC(Corporate Venture Capital)에 대한 규제도 합리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민간의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는 공동투자 방식이나 손실보전 장치를 통해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공공은 정책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투자 생태계의 기반을 조성하고, 초기 기업 발굴과 평가 역량을 지원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투자와 회수의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창업 자금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려면, ‘투자 → 성장 → 회수 →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는 투자 이후 회수 수단이 제한적이며,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를 통한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아 재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수 시장의 다양화가 시급하다. 기술특례 상장, 코넥스 시장 활성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확대 등을 통해 IPO 외에도 다양한 회수 루트를 확보해야 한다. M&A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벤처기업이 대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는 경로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한, 벤처펀드의 유한 구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장기형 펀드 도입과 성장주 중심의 벤치마크 설정도 회수시장 안정을 위한 핵심 과제다. 회수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때, 자본은 다시 창업으로 유입되는 자생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지역과 산업을 아우르는 생태계 확장 전략

창업 자금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특정 기술·산업에 편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지역 기반의 혁신과 다양한 산업 기반의 창업이 병행되지 않으면,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과 산업 다양성 확보는 어렵다.

이를 위해 지역 대학,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자체 출자 펀드 등을 활용해 지역 기반 창업금융 허브를 조성하고, 지역 신용보증재단과 연계한 맞춤형 투자·보증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농업, 문화, 관광, 환경 등 비IT 산업에서도 창업이 가능하도록 산업 맞춤형 투자 기준과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술 인큐베이팅과 자금 연결을 촉진하고, 지방 국립대와 연계한 실험실 창업 활성화, 지역 특화형 펀드 조성, 지역 기술거래소 구축도 병행되어야 한다. 창업이 수도권 중심의 엘리트 전유물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자립적 생태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지속가능한 도전 환경과 실패 친화적 금융

창업 자금의 공급은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은 창업 실패에 따른 낙인과 신용불량, 재기 불가 등 구조적 제약이 많다. 이는 창업자에게 과도한 리스크를 전가하고, 실패 회피적인 생태계를 고착화시킨다.

따라서 재창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개인신용회복 절차 간소화, 파산자의 재도전 보장 등 ‘실패 친화적 금융’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관련 기관은 도전과 실패, 회복을 하나의 순환 과정으로 인식하고, 이에 맞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창업 교육과 투자자 교육을 병행해 ‘실패한 창업자도 자산’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언론과 사회 전반의 실패 담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은 실패 위에서 자란다. 금융은 이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정리

▪ 창업 초기 자금의 공공 의존을 줄이고, 민간 중심의 자생적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

▪ 투자 회수 시장을 다변화해 재투자 기반을 마련하고, 벤처·스타트업 자금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 지역과 산업의 다양성을 반영한 맞춤형 창업 자금 전략이 필요하며, 지방 기반 창업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 실패 친화적 금융 시스템과 창업자의 재도전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창업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논설실장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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