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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새판 짜기](63) 생산적 금융이 혁신의 엔진이다
[한국 금융, 새판 짜기](63) 생산적 금융이 혁신의 엔진이다
  • 권의종
  • 승인 2025.07.0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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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본령은 생산적 자본 배분...주식, 채권, 벤처캐피털, 크라우드펀딩 등 자본시장 중심의 직접금융 활성화 병행돼야

[금융소비자뉴스 권의종 논설실장] 금융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실물경제의 혁신을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금융은 그동안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의 비생산적 신용창출에 치중해 왔고, 기술 혁신과 고용 창출을 이끄는 기업에는 충분한 자금이 흘러가지 못했다. 생산적 금융의 회복 없이는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도, 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중소기업,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은 기술력과 시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담보 부족, 신용등급 한계 등의 이유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출 위주의 전통적 금융은 미래 수익을 반영한 금융중개를 어렵게 하며,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활성화도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 기술성, ESG 가치 등을 반영한 신용평가 체계를 새로이 구축해야 하며,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의 역할 분담도 보다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금융회사는 장기투자와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내부 유인을 강화함으로써 금융의 질적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담보 중심 금융에서 성장 중심 금융으로

지금까지 한국 금융은 ‘담보가 있는 기업에 돈이 간다’는 원칙에 익숙해져 있었다. 부동산 담보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자금지원의 우선 기준이 되면서,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자금 흐름의 고려 대상에서 배제되기 일쑤였다. 이로 인해 많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이 ‘금융의 문턱’ 앞에서 좌절했고, 이는 한국 산업의 동력 약화로 이어졌다.

이제는 담보가 아닌 성장 가능성과 기술 가치 중심의 금융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기업의 재무제표 외에 비재무 정보—기술 인증, 특허 보유, 인력 구성, 시장 전략—등을 평가할 수 있는 통합 신용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미래 수익을 예측하고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투자 기반을 금융회사가 갖춰야 한다.

셋째, 은행만이 아닌 증권사, 벤처캐피털, 보험사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기술 기반 기업의 성장에 자금을 배분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센티브를 정비해야 한다. 금융의 질적 전환은 이처럼 시스템, 문화, 인프라의 동시 전환 속에서 이루어진다.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의 역할 분담 정교화

생산적 금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고 정교해야 한다. 정책금융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민간금융이 꺼리는 고위험 영역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며, 민간금융은 이를 이어받아 본격적인 자본 공급자로서 기능해야 한다.

현재는 정책금융이 민간금융을 지나치게 대체하는 구조로 운영되면서, 민간의 모험자본 유인이 약화되는 부작용도 있다. 예컨대,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이 거의 전액을 보증하면서도 은행은 리스크 부담 없이 대출을 집행하는 구조가 반복되다 보니, 금융회사는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정부 의존만 높아졌다.

앞으로는 정부 보증 비율을 일정 부분 낮추는 대신, 민간금융이 스스로 리스크를 분담하면서 정보 수집과 기업 분석 역량을 키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정책금융기관은 단순한 자금 제공이 아니라, 기업 맞춤형 컨설팅, 성장 단계별 지원 체계, 후속 투자 연계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적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자본시장과 모험자본, 생태계 복원 필요

생산적 금융은 단지 대출 확대에 머물러선 안 된다. 주식, 채권, 벤처캐피털, 크라우드펀딩 등 자본시장 중심의 직접금융 활성화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초기 기업의 창의성과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모험자본 생태계는 아직 한국 금융의 취약 지대다.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서는 첫째, 사모펀드 제도의 신뢰 회복과 공모시장 활성화를 통해 장기 투자자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 둘째, 벤처투자 세제 혜택과 출자 인센티브를 강화해 민간 자본의 참여를 확대해야 하며, 셋째, 상장 요건을 완화한 기술특례상장, 코넥스 시장 등 중소·벤처 기업 전용 시장의 실질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기업 공개(IPO) 이후에도 후속 투자와 재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펀드 연결, 기업 분석 정보 제공,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 등 전 생애 주기 기반 지원이 필요하다. 나아가 ‘산업-금융-기술’을 잇는 삼각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 기술 혁신-자금 연결-시장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복원해야 한다.

정리

▪ 금융은 부동산 담보 중심에서 기술과 성장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 정책금융은 마중물 역할, 민간금융은 리스크 감수와 자본 배분자로서의 기능을 분명히 해야 한다.

▪ 자본시장 활성화와 모험자본 생태계 복원을 통해 혁신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 금융은 혁신과 실물경제를 연결하는 자본의 순환 구조를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구조 재설계가 필요하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논설실장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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