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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새판 짜기](58) 실패를 허용하라, 그것이 혁신이다
[한국 금융, 새판 짜기](58) 실패를 허용하라, 그것이 혁신이다
  • 권의종
  • 승인 2025.06.3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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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두려워하면 혁신은 없다...기후금융, ESG 상품, 블록체인 자산, AI 기반 자문 서비스 등으로 확대해야

[금융소비자뉴스 권의종 논설실장] 금융혁신은 본질적으로 '실험'이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규제 틀 밖에서 출발하며, 예측 불가능한 위험과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그러나 한국의 규제 환경은 여전히 '안전한 성공'만을 허용하고, '도전하는 실패'에는 지나치게 가혹하다. 이제는 규제 샌드박스를 진정한 실험실로 만들고, 실패를 존중하는 금융 혁신 문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현재 금융 규제 샌드박스는 신청 절차가 까다롭고 승인 이후에도 제한이 많아 혁신 기업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테스트 기간이 짧고, 사후 상용화로의 연계가 불분명하여 '실험'이 끝난 뒤 오히려 제도화에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정한 의미의 샌드박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테스트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브릿지를 설계하고, 실패한 사례에 대해서도 정책적 보호와 재도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샌드박스, 형식이 아닌 실험의 장으로

2019년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한시적 규제 유예'를 통해 혁신적 아이디어의 실험을 지원하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실제 운영은 '신청→심사→임시허가→사후관리'라는 고정된 프로세스에 갇혀 있다. 유예의 폭과 기간도 협소해 많은 스타트업과 핀테크 기업들은 "충분한 실험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더욱이 샌드박스 내에서 시행된 서비스가 종료된 후 정식 인허가로 전환되지 못하고 좌초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는 규제 유예가 시간 벌기에 그치고, 제도 전환과 연계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험 이후 '제도화'와 '시장 진입'까지 이르는 사다리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기업이 재도전할 수 있도록 리스크 완충 장치와 정책적 보호장치를 설계해야 한다.

실패 허용의 문화와 제도, 왜 중요한가

혁신에는 본질적으로 실패가 수반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실패에 대한 낙인이 강하고, 이는 창업 생태계와 금융 혁신 환경에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규제 샌드박스 내 실험에 실패한 기업은 이후 인허가나 투자 유치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실패가 제도적 낙인이 되는 구조에서는 도전 자체가 위축된다.

감독당국은 실패에 대해 책임만 묻는 구조에서 벗어나, 실험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와 교훈을 정책 개선과 제도 설계에 반영하는 '학습 기반 감독' 철학을 확립해야 한다. 아울러, 실패한 기업에 대한 정책 금융의 유연한 재지원, 파산과 재도전을 허용하는 창업보호 제도, 중립적 평판 관리 기준 마련 등이 병행돼야 한다.

샌드박스의 전략적 고도화가 필요하다

규제 샌드박스를 금융산업 전략 도구로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테스트 범위의 확대다. 현재는 신용평가, 간편결제 등 일부 영역에 집중돼 있으나, 기후금융, ESG 상품, 블록체인 자산, AI 기반 자문 서비스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둘째, 신청 절차와 심사 기준의 간소화 및 명확화다. 서류 중심 심사와 불명확한 거절 사유는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공과 간소화된 절차는 기업의 진입 문턱을 낮춘다.

셋째, 실험 이후 제도 전환 체계의 설계다. 성공적인 테스트가 인허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 절차를 동반하는 동적 샌드박스 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피드백 순환 구조 강화다. 실험에 대한 결과를 감독당국, 산업계, 연구기관이 공동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보고서를 도출함으로써 '성공 또는 실패'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제도 반영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정리

▪ 규제 샌드박스는 실험적 금융 혁신을 위한 제도적 공간으로 기능해야 하며, 단순한 유예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

▪ 실패를 허용하고 이를 학습의 기회로 전환하는 문화와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지속 가능한 혁신이 가능하다.

▪ 샌드박스 제도의 범위 확대, 신청 절차 간소화, 제도화 연계, 피드백 구조 구축 등 전략적 고도화가 필요하다.

▪ 감독당국은 실패한 실험도 정책적 자산으로 수용하며, 데이터 기반의 동적 감독과 제도 학습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논설실장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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