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중후반기, 그리고 다음 정부의 임기 초반기를 함께 할 국회이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2주년을 맞아서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과 공동으로 ‘제22대 국회 입법과제’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사)금융소비자연맹,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윤영호 칼럼] 지혜로운 재판이야기로인해 솔로몬은 온 세상 지혜의 상징이 되었다. 기원전 10세기,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제3대 왕인 솔로몬의 재판(The Judgment of Solomon)은 두 여인이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신의 아이라 주장하는 상황에서, 솔로몬이 모성(母性)을 이용해 참 어머니를 가려낸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한집에 사는 두 여자가 3일 간격으로 남아를 출산했다. 며칠 후 한 아이가 죽자, 두 여자는 솔로몬을 찾아와 산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며 서로 공방을 벌였다.
소송을 제기한 여인이 말하길, 새벽에 수유하러 일어나자 아이가 죽어 있었는데 날이 밝았을 때 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추측컨대 상대 여인이 잠결에 자기 아이를 눌러 죽이고는 밤중에 몰래 와서 내 품에 있는 아이와 바꿔치기한 것이라며 분개했다. 그러자 상대 여인은 막무가내로 산 아이가 자기 아들이라고 주장했다.
두 여인이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생모라고 주장하나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목격자나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둘 다 자기말이 옳다고 주장하니, 참말을 하는 사람과 거짓말하는 사람을 가려내야 했다. 그때 솔로몬은 기상천외한 명령을 내렸다. “칼을 내 게로 가져오라” 하니 칼을 왕 앞으로 가져온 지라 왕이 이르되 “산 아들을 둘로 나눠 반은 이에게 주고 반은 저에게 주라”
솔로몬의 명령에 두 여인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 여인은 아연실색하며 "산 아들을 (제가 아닌)상대에게 주시고 아무쪼록 죽이지 마옵소서~" 하고 애원했고, 다른 여인은 "내 것도 되게 말고 네 것도 되게 말고 나누게 하라~"며 아이를 죽이는 데 동의했다.
솔로몬은 자기가 패소하더라도 아이의 생명을 지키려는 여인이 참 어머니라고 판결했다. 아이를 죽이는 데 동의하는 여인은 어미 행세를 하는 가짜였다. 진짜 엄마의 확고한 모성이 있었기에 솔로몬이 발휘한 지혜는 유효했고, 아이는 안전하게 엄마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위기 속에서 당리당략 뒤로 하고, 대승적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 필요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국가권력을 사이에 두고 양 진영간 패가 갈린 정치재판싸움이 치열하다. 서로가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고 한다. 나라가 솔로몬 재판에서 자식에 해당되는 것이다. 보호무역과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으로 가뜩이나 요동치는 세계 정치경제의 파고속에서 자칫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승소보다 자식의 죽음을 더 걱정한 생모(生母)같은 애국 정치인은 과연 누구일까? 나라의 건강걱정보다는 정치싸움에서 이겨야만 하겠다는 가짜어미 행세를 하는 정치인은 과연 누구일까?
안타깝게도 솔로몬 재판의 기준이 되었던 모성(母性), 즉 자식의 목숨을 죽게 할 수만은 없다는 마음을, 지금 대결정치구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양분된 집단지성(集團知性)앞에서 조금이라도 불편한 목소리는 감히 허용될 수 없는 형국이다.
왕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지엄한 왕의 심기를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전제정치 공포나, 굳어진 양극팬덤이 지배하는 혼란정국에서 소신발언조차 할 수 없는 팬덤정치공포나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 혁명처럼 어렵듯이, 극렬세력들의 위협적 분위기가 공포로 작용되는 세상에서는 중도 온건파가 자리매김하기 어렵다.
아무리 지혜로운 솔로몬왕이라 할지라도 절체절명의 시간에 자신의 사익(私益)을 뺏기면서까지 아기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모성이 없었다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낼 수 없었을 터, 마찬가지로, 지금 나라가 혼란 위기속에 있는 상황에서 당리당략을 뒤로 하고서라도 국가공익(公益)을 우선하겠다는 대승적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이 정치인에게서 발견할 수 없다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양 진영 모두가 ‘국민의 이름~, 국민의 눈높이~’ 를 외치고 있지만, 그 구호 속에도 함정은 있을 수 있다. 진실한 디테일 정보가 온 국민에게 공정하게 공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거대하게 형성된 ‘정치 바람’ 앞에서 개인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우리나라 흑역사의 교훈이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힘 있는 권력은 근사한 명분과 암묵적 위협으로, 소중한 유권자의 표를 매표(買票)하는데 탁월한 기술을 발휘했다.
‘한국적 민주주의’를 내세운 유신헌법이 그랬고, 국민이 직접 행사할 수 있는 직접투표를 간접투표로 변형하는 체육관선거도,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국회의원을 대통령이 추천하면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승인 · 선출한 유정회도 그랬다. 정치권 이해관계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합종연횡(合從連衡)정치구도속에서 국민의 선택지는 좁을 수 밖에 없었다. 이들 모두가 한결같이 국민투표에서 과반이상 지지를 받아 결정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솔로몬 재판, 진짜 모성이 아기 살려...정치재판, 진짜 애국심이 나라 살려
예로부터 망하는 나라는 간신의 말이 충신말을 압도했다. 명품보다 짝퉁이 더 근사하고 화려하게 꾸미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다. 진실은 화려하지 않아도 진실이다. 명품은 과대 포장하지 않아도 명품이다. 국민 한 분, 한 분이 진짜 명품을 알아보는 안목이 뚜렷하다면 선거 때마다 짝퉁은 자동 소멸될 수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어리석음이 날로 줄어들 것이다.
이제 정치권에서도 국민을 원숭이로 보아서는 안된다. 과거 흑역사처럼, 더 이상 조삼모사(朝三暮四)로 현혹시키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국민들 시선이 탄핵에 집중되어 어수선한 시기에 급조된 법안이 깊은 고민의 과정 없이 당리당략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국가경영과 국민인권에 리스크 함정이 곳곳에 구조적으로 심어질 위험이 있음을 각성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줄이기위한 헌법개헌 목소리에 동의한다. 그러나 개헌도 되기전에 분노로 급조된 법안은 심대한 결함으로 인해 재 개정해야 할 확률이 클 수 있다. 당장 내 눈앞에 당리당략의 이익을 취할 수 있을지라도, 훗날 그것이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고, 내 자녀가 운명적으로 그 피해를 감수해야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 국회에서는 계엄, 탄핵, 내란, 외환 관련된 정치공학적 특별법 뿐만 아니라, 양곡관리등 경제법안들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다뤄지고 있다. 비록 정치싸움 중에 있을지라도 정치법안과 경제법안은 평가기준이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특정법안이 당장 내 정치역량이나 득표에 유리하지만, 국가경제의 기반(pie)자체를 서서히 무너뜨릴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의원 한사람 한사람은, 독립기관으로 인정받는 공인으로서 과연 어떤 결정을 해야 할 것인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공적행사를 하는 그 순간, 사인(私人)이 아니라 공인(公人)이어야 하고, 소속된 정당은 사당(私黨)이 아니라 공당(公黨)이어야 한다. 공인과 공당의 마음기준은 솔로몬 재판에서 진짜 엄마를 구분하는 기준과 명확히 맞아떨어진다.
진정한 주인의식은 소유만 하겠다는 주장이 아니라, 소유대상의 건제를 도모하겠다는 희생정신이다. 솔로몬 재판에서 진짜 모성만이 아기를 살렸듯이, 정치재판에서 진짜 애국심 만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 사익과 결탁된 포퓰리즘으로 경제논리를 무시한 결과 국부(國富)가 나락으로 떨어진 실패사례는 아르헨티나 뿐만이 아니었음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