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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 입법과제](65) 숭숭 뚫린 안보 구멍, ‘간첩죄’ 적용 입법 서둘러라
[제22대 국회 입법과제](65) 숭숭 뚫린 안보 구멍, ‘간첩죄’ 적용 입법 서둘러라
  • 나병문
  • 승인 2024.11.0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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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간첩법, 반체제 시위를 탄압하고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표적으로 삼는 데 악용될 것을 우려...국내 산업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물러터진 처벌로 어떻게 첨단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을지...경제계는 진작부터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금은 첨단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정부와 국회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 차원의 대책 수립 서둘러야

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중후반기, 그리고 다음 정부의 임기 초반기를 함께 할 국회이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2주년을 맞아서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과 공동으로 ‘제22대 국회 입법과제’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사)금융소비자연맹,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나병문 칼럼] 최근 중국 정부가 ‘신방첩법(新防諜法, 또는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한국인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한국인은 간첩죄 혐의로 중국 관련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라고 밝히면서 법에 따른 정당한 체포였음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법치 국가로, 법에 따라 위법한 범죄 활동을 적발했고, 당사자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했다”라고 말했다.

2023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중국 반간첩법은 국가 기밀과 관련된 정보 및 물품의 수집, 전달, 저장, 사용, 파괴, 훼손, 조작, 판매 등을 간첩 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 정부에 용의자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가택 수색과 사업체 수색, 구속 없이 용의자를 구금(拘禁)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된다.

간첩 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를 넓히고, 국가안보기관의 단속 권한을 확대한 대목에 특별히 눈이 간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 안보와 이익'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당국이 간첩 행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에 대한 각국의 인권 단체와 외국 정부의 비판도 거세다. 그들은 이 법이 반체제 시위를 탄압하고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표적으로 삼는 데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중국 정부는 한국인 기술자가 그들의 기술 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를 적용했지만 미심쩍기 짝이 없다. 중국의 그런 행태에 따른 향후 부작용도 걱정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교민·관광객·기업인의 중국 방문과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기업이 스카우트한 인물이 체포됐다는 점에서 경제인, 기술인 교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술 유출 심각한데 느긋한 정책당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해 산업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적발된 건수는 총 96건에 달했다. 기간을 좀 더 넓게 잡으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국가정보원의 자료에 의하면 2003년부터 작년 7월까지 20년 동안 집계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은 총 552건으로, 피해 규모가 자그마치 10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관련 기술 탈취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유사한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에 대해 이재민 서울대 교수는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중 양국과 관련한 이런 종류의 산업 스파이 사건을 더 많이 볼 가능성이 크다"라며 "두 나라가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반도체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한 한국의 단속 강화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신선영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은 “다들 놀라는 분위기 속에서 명확한 체포 사유가 밝혀지지 않아서 더 불안해한다”라며 “한·중 양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교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양국 간 민간 경협 및 인적 교류가 위축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활동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실상이 이렇게 심각한데, 국내 산업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가운데 무죄와 집행유예가 전체의 87% 이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2022년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한 형량은 평균 14.9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물러터진 처벌로 어떻게 첨단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 직시하고 관련법안 통과 서둘러야

경제계는 진작부터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국가안보의 심각한 저해를 야기할 수 있는 동기는 간첩죄에 준하여 양형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국가핵심기술 유출 시 처벌이 약해 기업의 첨단기술 보호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고,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라며 “외국으로의 국가핵심기술 유출자도 간첩죄를 적용해 산업기술 유출자의 처벌을 강화해달라”라고 요청했다.

국회도 현실을 마냥 도외시(度外視)한 것은 아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처벌 강화를 위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등 관련법안 여러 건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에는 북한에만 한정돼 적용하는 형법상 간첩죄를 다른 모든 나라로 확대하거나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서도 형법상 간첩죄를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제대로 논의해보지도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간첩죄 적용법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등이 직전 국회에서 발의했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도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법안에 간첩죄의 대상을 확대해 국가핵심기술을 적국이나 외국에 유출하면 간첩죄를 적용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이들 법안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국가핵심기술’ 판정 및 첨단기술 보유기관 등록‧관리 근거 규정 등을 명시했다.

지금은 첨단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그 점을 간과하면 치열한 전장(戰場)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곧바로 경제·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 차원의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첨단기술 유출 세력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담은 법안 마련에 전력투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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