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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36) 논란의 ‘소주값’, 왜 국세청이 식품을 관할하나?
[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36) 논란의 ‘소주값’, 왜 국세청이 식품을 관할하나?
  • 권의종
  • 승인 2023.03.0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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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과 주점에서 소주 한 병값이 6,000원대로 치솟을 조짐을 보였다가 정부가 인상 자제 요구...일제강점기의 주류행정 구도는 광복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져...술에 대한 관리 감독을 식품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닌 세금을 다루는 국세청이 담당...이제 “술은 식품인가? 세금인가?”를 따져서 소관부처를 결정해야

지난 해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의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국정에 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이사장 정종석)과 공동으로 새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를 부문 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금융소비자연맹,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권의종 칼럼] 애먼 소주값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음식점과 주점에서 소주 한 병값이 6,000원대로 치솟을 조짐을 보였다. 그러잖아도 난방비,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 소주값까지 들먹이자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주류업계를 상대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업계 대표들을 만나 인상 자제를 설득했다. 강온 양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주류업계는 주정인 에탄올의 주재료인 타피오카 가격이 올라 소주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함을 토로했다. 주정을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가 지난해 주정 가격을 10년 만에 7.8% 올렸을 때 소주 출고가도 80원가량 올렸던 예를 거론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인상을 시도할 참이었다. 소주병 가격 인상도 거론했다. 소주 공용 병인 녹색병 가격이 개당 180원에서 220원으로 오른 것도 원가 부담 요인으로 열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역공 모드. 예전에 있었던 소주 업체의 가격 담합을 들먹였다. 2010년 11개 소주 업체가 소주 출고가격 인상을 밀약, 272억 원의 과징금을 물었던 일을 들췄다. 당시 공정위는 한 회사가 소주값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들도 비슷한 비율로 따라 올리는 담합 행위를 적발했다. 이번에도 여차하면 주류업계의 경쟁 구도와 독과점 가능성을 들여다볼 수 있음을 넌지시 내비쳤다.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겁을 먹은 주류업체는 가격 인상을 돌연 보류했다. “당분간 소주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며, 가격 인상과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소주 가격 인상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출고가 동결은 일시적 현상일 거라는 예측이 많다.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소줏값 인상은 조만간 다시 거론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한민국 소주 역사는 ‘흑(黑)역사’

소주는 증류식과 희석식 2종류가 있다. 원래 소주는 증류식 소주를 의미했다. 오늘날에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석권한 희석식 소주가 대중 술로 자리를 잡았다. 돼지감자나 카사바 등에서 뽑은 전분을 발효시키고 연속 증류해 얻은 고순도 주정을 물로 희석해 감미료를 첨가하는 방식으로 제조한다. 맛은 증류식 소주보다 역하고 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희석식 소주의 원조는 일본이다. 일본은 1895년 동아시아 최초로 주정을 생산했다. 1899년 희석식 소주를 처음 개발했다. 일제 침략과 함께 한반도에 들어온 희석식 소주는 낮은 생산 원가를 무기로 국내 증류식 소주를 대체하며 시장을 잠식했다. 1909년 통감부 주세법 공표로 1910년부터 국내에서도 고구마로 주정 생산을 개시했다. 1919년 6월 평양에 한반도 최초의 희석식 소주 공장인 조선소주가, 같은 해 10월 인천에 남한 지역 최초의 희석식 소주 공장인 조일양조장이 설립됐다. 

한편 조선총독부는 직접세 형식으로 과세가 이뤄지면 세금 인상 시마다 조세 저항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술이나 담배와 같은 기호품에 대해서는 간접세 과세가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1909년 주세와 연초세 등을 신설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대대로 전해지는 전통주를 집에서 직접 담가 마셨다. 술을 사서 마시는 경우는 드물었다. 

1916년 주세령이 시행됐다. 조선총독부의 허가를 받은 전문 주류업체가 아닌 자가 양조한 술에 대해서는 세금을 대폭 인상했다. 허가받지 않은 자가 빚은 술은 밀주로 규정해 엄하게 단속했다. 그 바람에 증류식 소주는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일제는 싸구려 술로 조선인의 술 수요를 충족시키고, 전통주 단속을 통해 주세 수입을 올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주류행정은 아직도 일제강점기 수준

일제강점기의 주류행정 구도는 광복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지금에 와서도 큰 변함이 없다. 소주 업체가 술을 제조하면서 알코올을 생산하지 못한다. 주정은 별도로 설립된 전국 9개 주정업체가 제조한다. 또 이것이 대한주정판매로 일괄 납품된 후 각 소주 업체로 정부가 책정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시스템이다. 주정의 원료 곡물도 정부가 직접 배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술의 품질향상은 꿈도 꾸기 어렵다. 내키지 않겠지만 이웃 나라 일본을 보라. 오랜 기간 부단한 품질향상으로 자국의 전통주 사케를 세계적인 명주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는가. 소주와 막걸리 등 대중주 가격을 억누르며 대한민국 주류수준을 형편없이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러고도 잘못을 잘못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법령상으로도 술은 식품이 아니었다. 위생관리 면에서는 2013년 7월 식품위생법 개정이 되고서야 식품으로 대접받았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엉뚱한 곳에 숨어 있다. 술에 대한 관리 감독을 식품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닌 세금을 다루는 국세청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류면허를 비롯해 생산, 유통, 소비 등에 대한 규제와 관리 감독이 국세청 소관으로 돼 있다. 

국세청이 주류를 관장해 세수 증대에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주 시장을 말살하고 값싼 술로 서민건강을 해쳐온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국민건강을 희생해 얻은 대가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와서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져야 한단 말인가. 지난 일은 지난 일.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다행히도 해법은 어렵지 않다. 다음 질문에 답을 하면 된다. “술은 식품인가? 세금인가?”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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