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능력, 화려한 설명이 아니라 진실한 성품이란 걸 알아야
소통의 능력, 화려한 설명이 아니라 진실한 성품이란 걸 알아야
  • 윤영호
  • 승인 2022.05.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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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뉴스 창간10주년 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39) 우리나라 정치권 소통 흐름은 교통 체증만큼이나 말이 통하지 않는 '불통'...그들 만의 정치 술수언어가 세상의 소통을 교란시키지 않았으면...노무현대통령의 ‘과거사 청산 위원회’ 와 만델라 대통령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 가 지향하는 목적과 방법이 어떻게 다른 지, 조용히 비교 검토해서 보다 업그레이드된 철학으로 접근해 보아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정의 모든 부문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아 '새 대통령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 <편집자 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공동 1위' 손흥민(토트넘)이 포효하고 있다.
윤영호 대표

[윤영호 칼럼]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우리의 인프라가 있다면, 인터넷과 공중 화장실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속도는 선진국이 부러워할 정도의 수준이고, 대중이 모이는 터미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은 수많은 여행객들이 소대변의 배설을 지체없이 처리 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화장실 문화다. 외국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은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공히 인정하는 바다. 막혀서 기다려야만 하는 답답함이 거의 없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권 소통 흐름은 교통 체증만큼이나 말이 통하지 않는 불통이다. 생각없이 불쑥 한 말이나, 꼼수를 섞어서 던진 정치인의 말은 거의 예외 없이 그 말의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후속 멘트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구구한 변명과 해명이 따라붙지 않으면 말이 끝나지 않는다. 내뱉은 말의 후폭풍을 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백성이 듣기에는 그리 어려운 말도 아닌데, 유독 정치권에서 주고받는 말은 해설이 필요하다니 참 아이러니 하다. 그만큼 상식과 순리가 무시되는 왜곡이 일상화되었다는 반증이다. 진실이 결여된 모순과 꼼수의 대전이다.

성경에 보면, 극도로 교만해진 인간이 바벨탑을 높이 쌓아서 하나님 반열에 도달하려고 했을 때, 무모한 인간의 욕망을 좌절 시키기 위해 신(God)이 동원한 수단은, 채찍이 아니라 언어의 교란이었다. 그만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을 한계상황에 감금하는 장벽이고 형벌이다. 육체나 정신이나 통(通)하지 못하면 고통(苦痛)이기 때문이다. ‘기(氣)가 막혀 죽겠다’는 우리들의 평범한 말속에도 ‘죽지 않으려면 막히지 않아야 한다’는 순환 원리가 들어있다.

설명이 구구하다는 것은 내용이 부실하거나 진실이 없다는 반증...역대 정치권의 많은 사례들 보면서 반면교사 삼아야

소화되지 않은 음식은 악취가 나고, 이해되지 않은 말은 의심을 자아낸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 악취를 내기위해 음식을 만들겠는가? 의심을 부르기 위해 말을 하겠는가? 숨겨진 의도가 없는데 굳이 머리 아프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말은 화자(話者)의 수사학(修辭學)이 아니라 청자(聽子)의 심리학(心理學)이다. 상대방의 처지와 이해를 고려하지 않는 말은 악취나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진영내 강성 지지자들의 귀를 즐겁게 하기위해 상대에게 던져 대는 막말이나, 자기 분을 참지 못해 뱉어대는 분풀이 폭언이나, 언어의 유희를 통해서 거짓프레임을 상대에게 씌워 대는 뻔뻔함은, 이 시대 소시오패스들이 만들어내는 전형적 정치판의 병리현상이다. “그런 뜻이 아니다” 라고 사후 해명을 해도 소용없다. 모래밭의 발자국은 지울 수 있지만, 말이나 글의 자취는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수사학’ 에서.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고 강조한다. 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에 따라서 상대에게 전달되는 의미의 진실성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어눌하게 말할 지라도, 진실한 팩트와 따뜻한 권위를 가진 사람의 말이 곧바로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만의 정치 술수언어가 세상의 소통을 교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명이 구구하다는 것은 내용이 부실하거나 진실이 없다는 반증이다. 과거 역대 정치권에서 많은 사례를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기존 정치언어의 교활함에 식상한 국민 눈높이에는 윤석열 대통령처럼 아직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정치인의 말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언어가 순수하고 포장이 단출하다면 굳이 별도의 해석이 없어도 되기 때문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가 편해지려면 사는 집이 단촐해야 하고, 인간관계가 편해지려면 사용하는 말이 쉽고 간결해야 한다"고 했다. 할 일이 태산 같은 현 시국에서 소통비용이 너무 들어서는 곤란하다. 말을 믿지 못하면 관계를 진전시키기에 앞서 일일이 팩트를 체크해야 하기에 이해 시간과 신뢰 회복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모두가 국민이 낸 세금이다. 안 써도 될 부분에 너무 많은 국가역량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외환위기 때 박세리, 프로축구 손흥민 선수의 모습, 좌절의 수렁에 빠진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과 용기 불어넣어  

말은 인격이다. 말은 거짓과 진실을 담는 그릇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더러운 그릇에 담아주면 먹지 않는다. 이제 국민들의 의식도 달라졌다. 뻔한 거짓말은 금그릇에 담아주어도 식상해 한다. 이기적인 자기 목적달성을 위해서 사람을 물건처럼 사용하고 버리는 권력형 소시오패스들의 모습을 그동안 너무 많이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길은 따라 걷기 쉬워야 하고, 말은 알아듣기 쉬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을 혼란케 하는 과대포장을 제거해야 한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을 마케팅하는 소시오패스의 달콤함과 뻔뻔함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그런 인격의 참모를 구별해 내는 것도 능력이다. 원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거짓을 능수능란하게 전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간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니까.

정권 초기부터 쓰레기청소를 잘 하면 적폐걱정 안 해도 된다. 거짓은 들통날 때까지 거짓으로 덮어야 하는 것이니, 적폐의 이불은 쌓일 수 밖에 없다. 아직 감춰야 할 치부가 비교적 많지 않은 정권 초기부터 그런 쓸데없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단단히 결심하고 실천하기 바란다.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나온 것은 화장한 정치언어대신 심플한 국민언어를 접하겠다는 각오 아닌가? 백성의 소리에 둔감했던 청와대 퇴임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단 아닌가?

플라톤은 이상국가 지도자 덕목으로 지혜, 용기, 절제, 정의 4가지를 들었다. 마키아벨리는 잔인하고 냉혹한 결단력과 카리스마, 사악한 기회주의적 요소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러나 갈등과 대결현상이 두드러진 현대사회에서 더욱 영악해진 국민에게는 공포나 권위가 아니라, 진실과 상생정신에 입각한 협상과 조정의 리더십이 더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대통령의 ‘과거사 청산 위원회’ 와 만델라 대통령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 가 지향하는 목적과 방법이 어떻게 다른 지, 조용히 비교 검토해서 보다 업그레이드된 철학으로 접근해 보기를 권한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 수렁에 빠진 골프공을 올려 치면서 용기를 불어넣어 줬던 박세리 선수와, 지금 국제 프로축구장에서 신들린 듯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모습은, 그때 못지않은 좌절의 수렁에 빠져 있는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구구한 부연설명 없이도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진한 감동과 울림이 있는 교훈은 귀로 들려지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HCN지속협 대표회장

더뉴스24 주필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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