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홍준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차명계좌에 숨겨온 재산 4조4천억 원 중 주식재산에 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추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회장이 그동안 차명계좌의 증권을 다른 사람이름으로 명의신탁 해온 것은 증여로 보아야한다는 상속·증여세법 규정에 근거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 차명계좌의 재산이 실명전환 대상인지 여부에 따라 거액의 세금부과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증여세 과세 문제까지 불거져 삼성비자금사건 당시 1조원 출연을 약속하고도 지금까지 이를 지키지 않는 이 회장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30일 국감에서 “2008년 조준웅 특검이 적발한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가운데, 2004년 이후 개설된 증권 차명계좌의 경우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1987년부터 2007년까지 삼성증권 우리은행 등 금융기관 10곳에서 1021개의 차명계좌에 거액의 재산을 숨겨왔는데 이 가운데 2004년 이후 개설된 증권 계좌는 총 316개(삼성증권 315개, 한국투자증권 1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상속·증여세법상의 ‘명의신탁 재산의 증여의제’ 조항을 들어 이들 명의신탁 차명계좌의 증권재산에 증여세를 부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증여의제는 주식처럼 등기나 명의개서가 필요한 재산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엔 명의자가 그 재산을 실소유자에게서 받은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최고세율 50%)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자에 실제 소유권이 넘어간 것은 아니지만 세금을 안 낼 목적 등으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재산을 맡겼다는 점에서 벌칙성 세금을 물린다는 것이 이 조항의 취지다.
박 의원은 증여의제 조항이 신설되고 증여세의 조세채권소멸시효(15년) 등을 감안하면 이 회장이 지난 2004년 이후 만들어진 차명 증권계좌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증여세규모가 얼마에 이를지는 현재로는 추정하기 어렵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개설된 316개 계좌에 든 주식 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을 뿐더러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된 자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히지만 이 회장이 삼성생명 등 계열사 주식을 다수의 임직원 명의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관리해왔다면, 사실상 주식가액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조세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상속·증여세법은 같은 주식이 여러 사람 계좌로 계속 옮겨가는 형태로 명의신탁이 반복적으로 이뤄질 경우에는 명의신탁이 이뤄질 때마다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