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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다오(靑島)의 새벽시장, 살아있는 표정과 정겨운 흙냄새
중국 칭다오(靑島)의 새벽시장, 살아있는 표정과 정겨운 흙냄새
  • 민경중
  • 승인 2026.10.0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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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국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눈부시게 변화...빵 한 조각에 온기를 나누는 이 작은 시장 골목

[민경중 칼럼] 새벽녘 중국 칭다오(靑島) 공항에 내려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이른 아침 호텔 문을 나선 것은 본능에 가까운 이끌림 때문이었다.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땅 사람들의 진짜 숨결과 삶의 활력을 날것 그대로 확인하고 싶다면 새벽시장만 한 곳이 없다.

발길 닿는 대로 걸어 들어간 골목 어귀, 순간 시공간이 30여 년 전으로 훌쩍 되돌아갔다. 당시 중국에 머물며 마주했던 그 투박하고도 정겨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길바닥 좌판에는 방금 밭에서 털어온 듯 흙이 묻은 싱싱한 푸성귀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한편에선 큼직한 목판 위에 통째로 걸린 돼지고기를 손님의 주문에 맞춰 칼로 썩썩 베어내고 있다. 이름 모를 알록달록한 과일들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아침 햇살 아래 놓여 있다.

칭다오 시장의 새벽 모습

소박하고 따스한 냄새가 잊고 있던 아침의 시장기를 자극

골목 안은 온통 사람의 소리로 가득하다. 몇 마오(毛), 몇 위안을 두고 목청을 높여 왁자지껄 흥정을 벌이다가, 셈이 수틀렸는지 손사래를 치며 휑하니 돌아서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에는 묘한 활력이 넘친다.

재미있는 것은 좌판을 지키며 손님을 맞고 목청을 돋우는 이들의 대다수가 억척스러운 남자들이라는 점이다. 덤덤하면서도 능숙하게 저울질을 하는 그 손길에서 묵직한 생의 무게가 전해진다.

어디선가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커다란 무쇠 솥에서 막 튀겨져 노릇노릇 부풀어 오른 유티아오(油条)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더우장(豆浆) 한 그릇. 그 소박하고 따스한 냄새가 잊고 있던 아침의 시장기를 사정없이 자극한다. 유티아오 한 입 베어 물고 달큰한 콩국을 들이켜던 수십 년 전의 아침이 혀끝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오늘날의 중국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눈부시게 변했다. 끝을 알 수 없이 치솟은 고층 빌딩과 매끄러운 고속철도, 지갑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결제되는 초연결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첨단 기술과 거대한 자본이 도시를 뒤덮어도, 내 마음을 진정으로 붙잡는 것은 번쩍이는 마천루가 아니다.

칭다오 시장의 생선 슈퍼마켓

푼돈을 다투면서도 눈빛만은 살아 있는 이들의 흥정 소리

매일 새벽 제 손으로 삶을 일구어내는 사람들의 거친 손마디, 푼돈을 다투면서도 눈빛만은 살아 있는 이들의 흥정 소리, 그리고 갓 튀겨낸 빵 한 조각에 온기를 나누는 이 작은 시장 골목이다.

오늘 아침 TV 화면을 가득 채운 시진핑 주석의 웅장한 국경절 연설과 화려한 국가적 행사보다, 나는 온몸으로 오늘 하루를 부딪쳐 살아내는 시장 상인들의 거친 호흡과 정겨운 흙냄새 속에서 비로소 진짜 중국의 살아있는 생명력을 본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하고 현대화의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도, 사람이 사람답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투박하고 정겨운 아침 풍경만큼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삶의 가장 진실한 활력은 언제나 길 위의 새벽시장에 있다.

<중국 칭다오에서/사진=민경중 교수 제공>

[중국 칭다오 개황]

중국 북부에서 제일가는 천연항 가운데 하나로, 산둥 반도 남쪽 해안에 있으며 자오저우 만 동쪽 어귀에 있다.

이 만은 혹독하게 추운 겨울에 때로 얼어붙기도 하지만, 대형 선박은 언제나 드나들 수 있다. 본래 즉묵현에 속한 보잘것없는 어촌이었으나, 청대(1644~1911)에 칭다오커우라는 세관이 세워지면서 대규모 정크 무역이 발전했다.

1880년대 북양함대를 창설하면서 중국 정부는 칭다오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곳에 소규모 해군 보급기지와 요새를 설치했다.

1897년 독일 정부는 자국 선교사 피살사건을 구실로 군대를 급파해 칭다오를 점령한 후 유럽풍의 근대적 도시로 설계되었다. 1914년 일본이 점령하여 1922년 워싱턴 회의결과에 따라 중국에 반환했다.

1938년 일본이 다시 칭다오를 점령하여 1945년까지 점령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괄목할 만한 산업 발전이 이루어졌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민경중 (nocutceo@naver.com)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부 초빙교수

한국정책학회 전략부회장

㈜코아스 상임고문, 전 대표이사

제주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표창

2004년 제24회 한국방송대상 앵커상

2018.02~2021.10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2010~2012.12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2008~2010  CBS 보도국장

1996~1998 CBS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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