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손해배상액 회수도 '0원'…허영 의원 "제도 실효성 따져봐야"
[금융소비자뉴스 백종국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건설사업관리(CM) 공사에서 입찰 담합으로 적발된 업체들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을 받고도 제재의 허점을 이용해 3000억원에 육박하는 LH의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담합 처벌 대상 업체에 대한 솜방망이 제재 등 제도상의 맹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조달청과 LH의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정위가 지난해 6월 24일 의결해 입찰 담합을 인정한 20개의 CM 업체 중 19개 사가 공정위 의결 이후 공고된 43건의 CM·설계 사업을 수주했다고 30일 밝혔다.
공동수급 지분을 반영한 이들 공사의 계약액은 총 2941억원으로, 이 가운데 98%(2880억원)가 CM 사업이었다.
이들 담합 판정 업체 가운데 11개 사가 올해 LH가 발주한 CM 사업중 17건을 수주했으며, 이 중 공정위 제재를 면제받은 A업체의 수주 1건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B업체의 수주 1건을 제외한 15건이 소송을 통해 감점 제재를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금액으로는 감점 대상 수주액 약 821억4000만원 가운데 86.3%인 약 709억2000만원이 감점 제재 없이 계약됐다.
담합 판정 업체들이 소송이 진행될 경우에는 확정판결 전까지 공정위 처분이 미뤄지는 점을 활용해 제재를 피해 간 것이다.
현행 기준상 공정위의 의결 결과는 당해연도 입찰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고 다음 해 공고분부터 적용되므로, 지난해 담합으로 감점 처분을 받은 20개 업체는 지난해 공사 수주에 감점 등 제약이 없었다.
실제 올해 공고된 '고양창릉 S-3블록 및 S-4블록 건설사업관리용역'에서는 공정위 처분에 별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C사에는 감점 0.2점이 적용된 반면, 0.3점 감점 대상인 D사는 관련 소송을 제기해 감점이 적용되지 않았다.
입찰 담합에 따른 손해배상도 납부 기한까지 회수되지 않았다.
LH가 산정한 이번 담합 사건의 손해배상액은 약 356억원으로, LH는 연대책임 등을 반영해 담합 관련 20개 사에 총 875억8468만원을 청구했으나 납부 기한인 지난 8월 21일이 지나도록 전액 미납 상태다.
현행 기준은 납부 기한을 넘기면 지연 발생 시점 해당 월의 금융기관 대출평균금리를 적용해 지연이자를 산정하고, LH가 지급할 다른 대가에서 우선 공제할 수 있지만 업체들로서는 납부 지연의 불이익이 크지 않다.
허영 의원은 "공정위 의결이 나와도 당해연도 입찰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고, 이듬해에 감점 대상이 된 뒤에도 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까지 적용이 미뤄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업체의 정당한 권리구제는 충분히 보장하되 공정위의 담합 제재가 실제 입찰 평가에 반영되는 시점과 방식이 적정한지 제도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