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를 편가르면 안 돼...투기 억제하되 정상적인 주거-재산 형성 보호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내 집 마련의 꿈은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에게 단순한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다. 평생 땀 흘려 마련한 삶의 보루이자 노후를 지탱할 마지막 안전망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투기와의 전쟁을 벌일 때, 다주택자와 투기 수요를 겨냥하는 정책 취지 자체를 부정할 국민은 많지 않다.
문제는 정책의 칼날이 투기 세력을 넘어 실수요자에게까지 향할 때다. 평생 한 채의 집을 마련했지만 직장이나 가족 사정 때문에 잠시 거주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 집을 투기 자산처럼 취급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보유 주택 수와 실제 거주 여부만으로 선의의 1주택자와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를 동일한 잣대로 재단하는 순간, 조세의 공정성은 흔들린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 논란은 단순한 세법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재산권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조세가 시장을 교정하는 수단인지 국민의 삶을 통제하는 수단인지 묻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보유와 투기를 혼동한 정책의 함정
주택 시장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필요하다. 여러 채의 주택을 사들여 공급을 잠식하고 가격 상승을 노리는 행위에는 분명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택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투기 행위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1주택은 자산 증식의 수단이기 이전에 생활의 기반이다. 지방 발령이나 해외 파견으로 집을 비울 수도 있고, 부모의 요양이나 자녀의 학업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생활할 수도 있다.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월세를 살면서 수도권의 자기 집을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집은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대상이 아니라 평생 일해 마련한 삶의 터전이다.
그럼에도 단지 실제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세 부담을 크게 높인다면, 재산의 실질과 보유 목적을 외면한 채 형식적 기준만으로 납세자를 분류하는 결과가 된다.
조세는 공공서비스를 위한 합리적 부담이어야 한다. 특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그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면 조세는 사실상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한 채뿐인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투기 억제라는 명분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조세의 비례성과 형평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숫자로 재단할 수 없는 실수요자의 삶
정책의 성패는 현장의 디테일에서 갈린다. 통계상 ‘비거주 1주택자’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인 사람들의 삶은 천차만별이다.
평생 저축해 수도권에 집을 마련하고 노후를 준비했지만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생활하는 가장이 있고, 자녀의 교육 때문에 일정 기간 다른 지역에 머무는 가정이 있다. 부모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집을 비워두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투기라는 낙인을 찍는다면 정책의 정당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세금 부담이 주택 처분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을 팔면 오랜 기간 축적한 자산을 잃고, 보유하면 세 부담이 감당하기 버거워지는 상황에 놓인다면 납세자는 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받는다. 정책이 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정상적인 자산 보유자에게 불확실성만 키우는 셈이다.
좋은 정책은 평균적인 지표 너머의 예외와 사각지대를 얼마나 정교하게 걸러내느냐에서 결정된다. 투기 억제가 목적이라면 투기 행위와 실수요를 구별하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며, 거주 여부 하나만으로 사람을 일률적으로 분류하는 방식은 신중하게 재검토되어야 한다.
세금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조세 정의란 단순히 누구에게 세금을 더 걷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상황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다른 상황에는 다른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공정의 출발점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투기 세력의 불로소득을 방치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투기와 편법에는 엄정한 과세가 필요하다. 다만 투기와 무관한 1주택자의 재산까지 같은 잣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세제는 특히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주택은 대부분의 국민에게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세제가 자주 바뀌고 기준이 복잡해지면 국민은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세금에 대한 불신은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주택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을 편 가르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투기는 억제하되 정상적인 주거와 재산 형성은 보호하고, 시장의 효율성과 국민의 재산권을 함께 지키는 데 있어야 한다.
민심은 거창한 구호보다 생활 속에서 움직인다. 집 한 채를 지키기 위해 평생 일해온 사람이 국가의 정책을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겨냥한 것’이라고 느끼는 순간, 작은 세금 문제는 깊은 정치적 불신으로 이어진다.
세금은 숫자로 걷지만 신뢰로 완성된다. 비거주 1주택자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던지는 가장 큰 교훈도 여기에 있다. 투기를 잡겠다는 명분이 평범한 국민의 재산권과 상식까지 짓누르는 순간, 정책은 시장보다 먼저 민심을 잃게 될 것이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주필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전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