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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세제는 신(神)만 아는 미로(迷路)인가
대한민국 부동산 세제는 신(神)만 아는 미로(迷路)인가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09.0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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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누더기 규제'가 만든 조세 불신...예외와 특례, 유예와 중과를 끝없이 늘리는 방식서 벗어나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한민국의 부동산 세제는 이미 법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수십 차례의 부동산 대책과 끊임없는 세법 개정은 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납세자와 전문가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는 거대한 미로를 만들어냈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취득세가 서로 얽혀 돌아가는 구조는 이제 일반 국민은 물론 전문가조차 한눈에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부동산 세제는 신(神)만이 안다’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국민이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취득하면서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하는지조차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세제의 비극이자 국가 정책의 실패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을 관통한 가장 확실한 진리는 ‘어제의 세법이 오늘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권이 바뀌거나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양도세 중과와 비과세 요건, 다주택자 규제의 나사를 조였다 풀기를 반복했다.

문제는 변화 그 자체가 아니다. 변화의 빈도와 방향, 그리고 예측 가능성의 부재다. 실거주 요건은 정책 시점에 따라 달라졌고, 일시적 2주택의 처분 기한도 여러 차례 조정됐다. 예외에 예외가 붙으면서 법체계는 점점 복잡해졌다. 납세자는 법을 지키고 싶어도 자신에게 어떤 규정이 적용되는지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법은 국민에게 준수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국민이 그 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해야 세금을 줄일 수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면 법을 어기게 되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세제라면 조세 법률주의의 취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세무 전문가도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이율배반'의 역설

“이 집을 지금 팔아야 할까요, 아니면 증여하는 게 나을까요?” 부동산을 보유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보유 주택 수와 취득 시점, 거주 기간, 처분 시점, 조정대상지역 여부, 취득가액과 양도가액 등 수많은 변수를 따져야 한다.

종부세 과세 여부와 합산 배제, 1세대 1주택 관련 특례, 일시적 2주택 규정,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규정 등이 서로 얽히면서 세금 계산은 점점 복잡해졌다. 같은 주택이라도 어떤 요건을 충족하느냐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세법이 어렵다’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의사결정을 세금 때문에 포기하거나 미루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다.

집을 팔고 싶어도 세금이 얼마나 나올지 확신하기 어렵다. 갈아타고 싶어도 취득세와 양도세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자녀에게 재산을 이전하려 해도 증여세와 취득 관련 세금, 향후 양도 문제까지 따져야 한다. 세금이 시장의 신호가 아니라 시장의 장애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세제가 지나치게 ‘징벌’의 언어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세금은 재정 확보를 넘어 소득과 부의 재분배,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세제가 특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되면 경제 주체의 합리적인 선택까지 왜곡한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사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주택이 두 채가 된 사람, 부모로부터 주택을 상속받은 사람, 노후를 위해 주택을 보유한 사람까지 복잡한 세제의 영향권에 들어온다. 거래를 막아 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은 오래갈 수 없다. 거래가 사라지면 가격의 발견 기능도 사라지고, 결국 시장은 더 불투명해진다.

신이 아니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세제로

복잡한 부동산 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납세자다. 세법을 이해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야 하고, 전문가에게 상담받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같은 재산을 두고도 세법 적용 시점과 요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 납세자가 느끼는 불안과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조세는 국가가 국민에게 부과하는 가장 강력한 경제적 의무 가운데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 세금은 신(神)의 영역에 숨겨진 비밀 스위치가 아니다. 국민이 자신의 재산과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하고 이해 가능한 규칙이어야 한다.

이제는 세법에 덧붙은 예외와 특례, 유예와 중과를 끝없이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잡하게 얽힌 규정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정책 목적과 과세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권과 시장 상황에 따라 세율과 과세 기준이 급변하는 일도 최소화해야 한다. 좋은 세제는 세금을 많이 걷는 세제가 아니다. 국민이 내야 할 세금을 미리 알고, 그에 따라 경제적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세제다.

정부가 국민에게 점쟁이가 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집을 사고팔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규정이 적용될까’를 눈치 보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부동산 세제의 목표는 국민을 세법의 미로에 가두는 것이 아니다. 시장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고, 납세자가 법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제 답은 분명하다. 신(神)만이 아는 세제를 버리고,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세제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시장을 살리고 조세 정의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주필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전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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