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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긴장'의 장기화, K-조선은 지금 기회를 잡아라
‘호르무즈 긴장'의 장기화, K-조선은 지금 기회를 잡아라
  • 윤영호
  • 승인 2026.08.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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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흐름의 마지막 고리와 병목지점은 생산이 아니라 운송...산유국이 배를 사들이는 이유…에너지 안보의 마지막 고리는 운송

장기 용선, 선박 관리, 선원 운용, 디지털 관제, 금융까지 제공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윤영호 칼럼]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지정학적 긴장이 상수가 되면서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오래된 공식이 깨지고 있다. 과거 산유국은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소비국이나 전문 해운사가 선박을 마련했다. 필요할 때 배를 빌리면 됐다. 선박을 직접 보유하는 것은 자본 부담이 크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시장의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르무주 해협 봉쇄장기화는 시장의 계산법을 바꾸고 있다. 위험 해역을 통과할 선사가 줄어들고 전쟁보험료가 치솟으면 배가 움직이지 않는다. 원유는 생산되지만 수출되지 못한다. 저장탱크가 차면 생산을 줄여야 한다. 결국 자원은 있는데 팔 수 없고 살 수 없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기업 아드녹(ADNOC)의 최근 행보가 상징적이다. 아드녹의 물류 자회사 ADNOC L&S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직접 사들이고 LNG·LPG 운반선 등 선대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당장 필요한 배는 중고선이라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필요한 선박은 조선소에 새로 발주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것은 위험 지역의 원유를 안전지대로 옮기는 셔틀 운송 체계를 위해서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오만만(Gulf of Oman) 인근의 푸자이라(Fujairah) 포트로 연결되는 'Habshan-Fujairah 파이프라인'을 운용 중이며, 위험 구역 안팎을 잇는 셔틀 해송 및 외곽 기지 저장을 완충장치(Buffer)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서 원유를 실어 외곽 저장시설로 옮긴 뒤 대형 유조선으로 세계 시장에 내보내는 방식이다. 에너지 공급망을 끊기지 않게 하는 완충장치를 바다 위에 만드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의 장기화가 던지는 본질적 질문

이는 UAE만의 현상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도 지정학적 위험이 장기화하면 선박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UAE와 똑 같은 사정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의 장기화가 던지는 본질적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에너지 안보의 마지막 고리는 생산이 아니라 운송이다. 문제는 산유국과 수입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시에 목이 졸린다는 것이다.

산유국부터 보자. 유전에서는 원유를 계속 뽑아내야 한다. 그런데 선박이 들어오지 않거나 수출이 막히면 생산한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진다. 저장탱크가 차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유정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원유는 마냥 지하에서 퍼 올려 쌓아 둘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장기간 생산을 멈추면 유정 관리와 재가동에도 부담이 생긴다. 

지난 3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은 태국 선박 [연합뉴스]

수입국은 정반대의 고통을 겪는다. 배가 들어오지 않으면 정유공장에 원유가 공급되지 않는다. 원유 공급이 끊기면 처음에는 비축유가 버티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유제품 가격이 오르고 산업용 에너지 비용이 뛰며 결국 생산과 물류까지 흔들린다. 

특히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국가는 더 민감하다. 원유 한 척이 늦게 들어오는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반도체·철강·석유화학·항공·물류의 원가가 동시에 올라갈 수 있는 문제다.

선박 건조에서 끝내지 말고 원유확보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지금, 호르무즈의 통항 불안이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한 산유국 움직임에 주목한다. 선박의 역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도 한국 조선업은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중동 산유국의 전략 선박 발주 증가는 국내 조선업계에 확실한 수주 호재다. 선박은 자동차처럼 몇 달 만에 찍어낼 수 없다. 발주에서 인도까지 수년이 걸린다.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지금 주문해야 한다.

한국은 이 시장을 잡을 기술력이 있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은 LNG 운반선과 초대형 가스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LNG 이중연료, 암모니아·메탄올 레디, 스마트십 등 친환경·디지털 기술도 축적했다.

그러나 ‘배를 많이 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선박 건조에서 끝내지 말고 원유확보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변화되는 석유공급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여 위기를 기회로 잡아야 한다.

더 나아가 한국이 중동에 팔아야 할 것은 유조선 한 척이 아니라 에너지 운송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으면 좋겠다. 장기 용선, 선박 관리, 선원 운용, 디지털 관제, 금융까지 묶어 제공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볼 사항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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