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밸류업 공시-성장기업 특성 반영해 자금조달·공급계약 공시 강화…허위공시 제재 확대로 '철퇴'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제로(0)' 상태여도 5년간 퇴출되지 않는 구조적 허점을 악용해, 혁신성이나 자생력이 고갈된 부실 기업들이 증시에서 퇴출되지 않고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문제된지 오래이다. 이는 코스닥 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기술특례상장사에 제공되던 무조건적인 상장폐지 유예는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이른바 본업 외 '주가 띄우기용' 사업 목적 변경 즉, '꼼수 우회'가 성행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상장한 기업들이 본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유예 기간(5년) 내에 엉뚱한 테마성 사업으로 목적을 변경하는 행위였다.
극도로 저조한 주주 소통 및 '밸류업' 참여율도 문제였다. 미래 성장성을 담보로 상장 혜택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상장 이후 투자자와의 소통이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은 일반 기업보다 훨씬 미흡했다.
코스닥 전체 밸류업 공시 중 특례상장기업의 공시 비중은 단 3.2%에 불과하다. 일반 기업 참여율 26.4%에 비해 심각하게 낮다. 투자자들은 상장 당시 제시했던 파이프라인이나 기술 상용화 예측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깜깜이 투자에 노출됐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 개선을 위해 기술특례상장기업의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앞으로는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인정받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술특례상장사라도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유예를 적용받지 못한다.
거래소는 최근 공시 위반에 대한 제재 수위를 크게 높였다. 지난해 10월 허위공시 제재금을 기존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했고, 벌점 감경 사유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특히 이달 1일부터는 불성실공시 벌점이 10점만 돼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넘어가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최근 1년간 벌점이 15점 이상이어야 했다.
땀 흘리며 고생하는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에게 이번 개정안이 효과를 발휘하기를 기대
거래소는 상장사가 연 1회 이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사회와 경영진의 적극적인 참여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 성장기업은 주주환원 방식에서도 대형 상장사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코스닥 기업의 중심이 되는 성장형 기업은 연구개발 같은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가 당장 주주환원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이나 현금배당을 했는지보다 회사의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썼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거래소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공표제도의 근거도 마련했다. 세부 기준은 이달 중 별도 지침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또 저PBR 기업 리스트를 KRX 밸류업 홈페이지에 상시 공개하고, 종목명에 태그를 표출해 ‘네이밍 앤드 셰이밍’(실명 공개 및 망신주기)을 실시한다.
이에 더해 거래소는 ‘최다의결권자’ 개념을 새로 도입하고 최대주주와 다를 경우 의무보유 대상에 최다의결권자를 포함시켰다. 아울러 상장예비심사 시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의 적정성과 의결권 남용 방지 장치 마련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그동안 바이오 신약 개발사나 확장현실(XR) 업체가 느닷없이 사명을 바꾸고 전환사채(CB)를 대규모 발행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매집하는 이른바 '코인 트레저리(Coin Treasury)' 빚투 행태가 잇따랐다. 이에 거래소는 앞으로 특례상장 후 5년 내 주된 사업 목적을 무관한 분야로 변경할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리기로 한 것이다.
거래소의 이번 제도 개선은 기술특례 제도가 부실 기업의 연명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상장사 스스로 주주가치 제고를 증명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유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선에서 땀을 흘리면서 고생하는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에게 이번 개정안이 애로사항을 타개하고 현실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