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도 “AI가 만들어내는 초과이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공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I·로봇 탓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국가가 최소한의 생계비를 주자는 '보편적 기본소득' 의 필요성 언급
[정기석 칼럼]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AI 배당’ 구상은 놀랍다. “AI 기업들이 국민에게 뭔가를 돌려주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것. 즉, 인공지능(AI) 기업의 지분 일부를 미국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것이다.
오늘날 AI가 창출하는 천문학적인 부를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분배할지가 전지구적, 시대적 거대담론으로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AI가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동시에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첨예한 논쟁에 철저한 국가자본주의자 트럼프마저 뛰어든 셈이다.
이 같은 논쟁의 배경에는 AI 산업의 급성장으로 필연적으로 촉발되는 사회적 비용의 부담이 놓여있다. 기업가치가 1조달러에 이르는 오픈AI, 앤트로픽 등 빅테크 AI 기업들의 밝은 성장사 뒤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 회계사, 사무직 노동자 등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위협받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트럼프 비판론자로서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AI 배당 논쟁’에 참전했다. “AI의 혜택이 소수의 부유한 기업들에만 돌아가서는 안 되며 그 혜택은 미국 국민과 공유돼야 한다”는 사회주의자다운 주장이다.
AI 창출 국부, 기업과 자본이 아닌 사회전체의 공유자산
그는 연간 AI매출 2억달러가 넘는 AI 기업에 일회성으로 세금 50%를 주식 형태로 환수해 약 7조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하는 법안을 공개했다. 펀드 자산의 연간 5%를 배당금으로 지급할 경우 모든 미국인이 매년 1000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다. 해당 펀드는 미국 국민에게 현금 배당을 지급하고 교육·주택·의료 등 공공 서비스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방안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지분을 기반으로 국민 투자기금을 조성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현행 미국 법체계에는 민간 기업이 정부에 지분을 무상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는 상태다. 제도화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말이다.
설사 제도화가 된다 한들 수백억~수천억달러 규모의 기업 지분을 민간 기업이 아무런 대가 없이 정부에 내놓을 이유가 있을까. 게다가 주가 등락이 곧 정권 지지율과 직결, 주가가 오르면 트럼프는 영웅이 되고 폭락하면 납세자가 청구서를 떠안을 수도 있는데. 어쨌든, 정부가 확보한 지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미국 가계에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거나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AI기업 당사자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의 행보는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이다. AI 기업에 투자하는 '공공 부(富) 펀드' 설립 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도 오픈AI의 제안에 기꺼이 지지를 표명했다.
이처럼 AI가 창출한 막대한 부를 기업과 투자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적정하게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의 한복판인 정치권, 경제계 등에서 이어지고 있는 건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재명 대통령, AI 창출 초과이익 일부를 ‘국민 기본소득’처럼
‘AI국민배당’ 논쟁은 한국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AI가 만들어내는 초과이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공언했다. AI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직면할 수 있는 장기 과제를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달에 김용범 정책실장도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AI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한 바 있다.
김 실장의 주장은 다분히 논리적이다.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이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므로,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는 게 설계의 정당성이자 원칙”이라는 지론이다. AI 시대의 초과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수혜 기업들 초과이익 일부를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에게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새로운 분배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의 사례는 한국의 국민배당금 제도 도입 필요성과 직결된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 운용 수익을 재정 원칙에 따라 사회 전체에 환원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AI 국민배당금’에 이어 ‘AI세’, ‘로봇세’까지 전 세계적 화두로
‘AI국민배당’에 이어 'AI세', '로봇세' 논의도 글로벌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실제 제조 공정 투입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한다면 그만큼 세금을 걷어 사회 안전망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AI·로봇 탓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국가가 최소한의 생계비를 주자는 '보편적 기본소득' 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알파고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오면 전통적인 일자리가 대거 사라질 수 있는 만큼 인간이 노동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 AI격변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진풍경을 흥미진진하게 목도하고 있다. 자본주의자 트럼프 대통령과 사회주의자 샌더스 상원의원이, 오픈AI의 샘 올트먼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한 목소리로 ‘AI국민배당’이나 ‘AI세’를 부르짖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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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