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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버블의 세계, '주식 빚투' 현상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왜곡된 버블의 세계, '주식 빚투' 현상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 윤영호
  • 승인 2026.06.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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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금 주식에 대한 '빚 투자' 우려 확산...버블이 무서운 이유는 오르는 동안이 아니라 꺼지는 순간
지나치게 함몰될 교환가치의 망상에서 비롯...이제 타인이 매긴 가격표에 내 행복의 해상도를 흐리지 말아야

[윤영호 칼럼]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주식시장의 거대한 '숫자의 신기루'를 쫓아 집단적으로 열병을 앓고 있다. 최근 가장 우려스러운 현상은 주식에 대한 '빚 투자' 확산이다. 많은 사람이 주식 신용대출을 주택담보대출과 유사한 레버리지로 생각하고 빚 투자를 감행한다. 그러나 둘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아파트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한다고 해서 은행이 다음 날 당장 집을 처분하지는 않는다.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면 몇 년이고 기다릴 수 있다.

그러나 주식 신용거래는 정반대다. 주가가 담보유지비율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투자자는 선택권을 잃는다. 증권사는 기계적으로 반대매매를 집행한다. 그러면 주가는 더 떨어진다. 투자자가 아무리 기업의 미래를 확신해도 반등을 기다릴 권리조차 박탈된다. 빚을 내는 순간 시간은 더 이상 내 편이 아니다.

많은 투자자가 시장이 오를 때는 레버리지의 힘을 과신한다. 그러나 금융사의 강제청산 시스템은 상승장보다 하락장에서 훨씬 빠르게 작동한다. 버블이 무서운 이유는 오르는 동안이 아니라 꺼지는 순간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1980년대 일본 부동산 버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은 그 위험성에 대한 역사적 실증사례다.

오늘날 AI 산업 역시 장기적으로 인류 문명을 바꿀 거대한 혁신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혁신의 가치와 투자 가격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위대한 기술도 과도한 기대와 과도한 자금 유입 속에서는 버블을 형성할 수 있다. 문제는 버블 자체가 아니라, 버블에 올라타기 위해 자신의 삶 전체를 담보로 잡는 행위다.

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로 무장한 채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 비정상적인 풍경은, 삶의 근본적인 행복을 통째로 증발시키는 잔혹한 덫이 될 수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비극의 저변에는 칼 마르크스가 간파했던 고전적 비극, 즉 '사용가치를 삼켜버린 교환가치의 망상'이 도사리고 있다.

교환가치의 망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곳이 주식, 부동산, AI 버블 시장

상품은 두 가지 얼굴을 가졌다. 인간의 구체적인 욕망을 채워주는 ‘사용가치(Use-value)’와 시장에서 다른 물건이나 화폐와 바꿀 수 있는 비율을 뜻하는 ‘교환가치(Exchange-value)’가 그것이다.

사용가치는 철저히 주관적이고 구체적인,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실존적인 만족의 영역이다. 갈증이 날 때 마시는 시원한 물 한 잔의 청량함, 낡았지만 내 몸에 완벽히 길들여진 의자의 안락함,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걷는 동네 산책길의 평화는 모두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고유한 존재의 기쁨이다.

반면 교환가치는 이 모든 구체적인 삶의 질감을 거세하고 오직 ‘숫자’라는 단일한 척도로 환산한 추상적 개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산책길이 주변 아파트의 공시지가로 환산되고, 내가 앉아 쉬는 의자가 중고 시장의 가격표로 매겨지는 순간, 세계의 모든 아름다운 고유성은 익명의 숫자로 변해버린다.

대한민국 불행의 서막은 이 사용가치가 교환가치에 압도당하고, 끝내 매몰되면서 열렸다. 사물이 주는 본연의 쓸모와 기쁨을 즐기는 법을 잊어버린 우리는, 그것이 타인의 눈에 얼마짜리로 보일 것인가라는 ‘교환의 창’을 통해서만 세상을 본다. 거실에 놓인 소파가 어느 브랜드의 몇 백만 원짜리 제품인가가 나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믿는 순간, 인간은 사물의 주인이 아니라 숫자의 노예가 된다.

숫자는 늘 타인과의 비교를 강제하기에, 교환가치의 세계에서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며, 결국 끊임없는 박탈감과 열등감의 진원지가 될 뿐이다.

이 교환가치의 망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곳이 바로 작금의 주식, 부동산, AI 버블 시장이다. 지금의 시장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기술의 실질적인 생산성이라는 본질적 가치보다는 오직 '오늘 사서 내일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교환가치의 환상만을 쫓아 거대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회사에서 업무에 올인해야 할 직원이 온통 내 주식가격 변동에 정신 팔려 

빚내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은 투자라기보다 투기판에 가깝다. 집단적인 열병이자 광기다. 예민한 공무를 수행중에도 스마트폰으로 주식관련 정보를 들여다보다 직을 내려다놓는 고위직이 있다면, 회사조직에서 업무에 올인해야 할 직원이 온통 내 주식가격 변동에 정신이 팔리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 아니겠는가.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버블 시장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행위가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개인의 파산을 넘어 한 인간이 누려야 할 일상의 평온을 통째로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주식 창의 파란색, 빨간색 숫자에 영혼이 널뛰기하고, 대출 이자 독촉에 가슴을 졸이는 삶에 안정된 행복이 깃들 수 있겠는가.

우리가 범하는 가장 치명적인 인지적 오류는 삶의 본질이 ‘흐름(Flow)’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축적(Stock)’으로 오해한다는 데 있다. 경제학적으로 스톡은 특정 시점에 고여 있는 자산의 총량을 의미하고, 플로우는 일정 기간 동안 흐르는 소득이나 소비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뜻한다.

인간의 생명과 행복은 본질적으로 ‘플로우’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매 순간의 호흡,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온기, 사랑하는 이와 나누는 시선과 대화는 모두 흐르는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는 플로우의 현상들이다.

행복은 축적할 수 없다. 작년에 느꼈던 행복을 창고에 저장해 두었다가 올해 꺼내 쓸 수 없듯이, 삶의 진정한 만족은 ‘지금, 여기’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매 순간 새롭게 생겨나는 플로우의 경험에서만 온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과 대한민국의 비정상적인 자산 열풍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스톡’만을 강요한다. 통장 잔고의 액수, 부동산의 평수, 주식 계좌의 평가금액이라는 단단하게 얼어붙은 스톡의 숫자가 곧 삶의 성적표이자 계급이라고 속인다.

깊은 무력감과 상대적 박탈감...높은 몸값으로 통용되는 교환가치만을 쫓아

사용가치가 거세되고 스톡의 숭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절대적인 만족이란 존재할 자리를 잃는다. 내게 만족을 주었던 일상의 사용가치가, 타인의 시선과 투기 성공이라는 교환가치의 저울 위에서 ‘열등함’이라는 판정을 받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은 깊은 무력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다. 숫자로 촘촘히 정렬된 세계에서 나의 위치는 늘 중간 어디쯤이거나 바닥일 수밖에 없다. 끝없는 상향 비교 속에서 자아는 마모되고, 내가 가진 구체적인 행복의 조건들은 모두 부정당한다.

결국 우리는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법을 잃어버렸다. 오직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 시장에서 높은 몸값으로 통용되는 교환가치만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유한한 인생 시간은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속절없이 소진되고 있다. 

대략 8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삶 전체시간은 고작 30,000일 남짓이다. 50년 살았다면 남은 시간은 대략 10,000일 정도다. 이 짧은 우주적 찰나 동안, 우리는 숫자의 유령을 쫓다가 인생이라는 가장 고귀한 플로우를 소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나치게 함몰될 교환가치의 망상에서 나와야 한다. 타인이 매긴 가격표에 내 행복의 해상도를 흐리지 말아야 한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허상에서 깨어나 인공의 숫자 노예가 아니라, 자연의 주인으로 돌아가는 것이야 말로 이 왜곡된 버블의 세계에서 남은 인생을 구원할 길이 아닐까 싶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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