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9-30 15:21 (수)
본격적 AI 시대를 대비한 기본소득의 공론화
본격적 AI 시대를 대비한 기본소득의 공론화
  • 윤영호
  • 승인 2026.06.01 07:51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비용 제로'로 향하는 시대...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이 던진 마지막 질문
당연하게 여겨왔던 ‘노동·자본·보상’의 공식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
평등의 안전망을 짜고, 약자의 평등이 앵무새의 획일주의가 되지 않도록 해야

[윤영호 칼럼] 이해관계집단들의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초과 성과급 배분논란은 대한민국이 이제껏 당연하게 여겨왔던 ‘노동·자본·보상’의 공식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다.

AI 혁명이 본격적으로 인간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압박하기 시작한 시대의 예고편이다. AGI(범용인공지능)기반위에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기업과 일자리를 잃은 빈민대중간, 부의 양극화 지대에서 분출될 용암은 이에 맞서는 범 국민적 저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기업의 이익은 대체로 자본과 노동의 결합에서 나왔다. 노동자는 노동을 제공했고, 기업은 자본과 설비를 제공했으며, 국가는 그 질서를 조정했다. 그래서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두고 다투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나 AI 시대는 이 오래된 질서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제 인간의 숙련과 경험, 심지어 창의성 일부까지도 알고리즘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인간 노동비용이 장기적으로 ‘제로(0)에 수렴’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AI 시대 초과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앞으로 주역은 인간 노동력이 아니라 데이터, 플랫폼, 알고리즘, 그리고 AI 인프라를 소유한 자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투쟁이 먹히는 지금은 여전히 인간 노동이 핵심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AI와 자동화 시스템이 생산성과 수익의 결정적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과도기다.

이 상황에서 과거의 노동 개념만으로 “성과를 누구의 몫으로 볼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어떤 엔지니어는 밤을 새워 제품을 개발했겠지만, 동시에 그 성과는 수십 년간 축적된 국가 인프라, 수많은 협력업체, 글로벌 공급망, 그리고 AI 자동화 시스템의 집합적 산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기여한 만큼 가져간다”는 원칙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인간 노동의 기여율 자체가 급속히 축소된다면, 기존의 분배 정의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래의 초거대 기업은 직원 수는 최소화하면서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소수의 플랫폼과 AI 소유자가 부를 독점하는 구조다.

지금까지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확대나 반 시장적 이상주의로 이해되는 생소한 용어였다. 그러나 본격적 AI 시대 기본소득은 오히려 체제유지 비용과 생존권 베이스에 가깝다. 인간 노동이 더 이상 시장에서 소득을 보장받지 못하는 순간, 소비 자체가 붕괴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단지 생산의 주체만이 아니라 소비의 주체이기도 하다. 

AI시대 기본소득은 지금까지의 기본소득이 아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조차 기본소득 논의가 진지하게 검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수록, 역설적으로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소득 재분배 장치가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교육은 '한번 배우고 평생 써먹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평생 다시 배우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업데이트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그런데 업데이트하여 활용하는 기회의 속도가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본소득 논쟁이 공론화 될것이며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소환될 수 밖에 없다. 무엇이 정의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인가?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역시 결국 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초과 이익이 일부의 독점적 보상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자산으로 일부 환원될 것인가. 산업혁명 때 노동법과 복지국가 개념이 탄생했듯, AI 혁명 역시 새로운 사회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호랑이의 자유’와 ‘앵무새의 평등’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낙관론도, 반기업 정서도 아니다. 자유와 혁신의 동력을 지키되, 그 과실이 최소수혜자에게도 희망의 사다리가 되도록 만드는 정교한 제도 설계다.

인류 문명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거대하고도 본질적인 두 축은 ‘자유’와 ‘평등’이었다. 그러나 자유와 평등은 상충되는 본질적 모순이다. 결국, 현실정치는 이 두 가치의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다.

성장을 위해 시장의 자유를 풀어주면 서민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분배를 위해 정부가 강제하면 성장이 정체되는 딜레마. 진보와 보수, 우파와 좌파라는 현대 정치의 구도는 사실상 ‘자유와 평등 중 어디에 더 무게추를 둘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각기 다른 대답에 불과하다.

세계 근현대사는 한마디로 자유와 평등이 벌인 거대한 전쟁터였다. 인류는 두 가치 중 어느 하나가 독주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 역사를 통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배웠다.

자유가 자본주의의 맹목적인 돈과 결합하면서 '호랑이의 자유'가 도래한 것이다. 자본을 쥔 강자는 숲속의 호랑이처럼 제어받지 않는 자유를 누리며 약자를 집어삼켰고, 법적인 자유는 가졌으나 경제적 수단이 없는 평민들은 시민에서 식민으로 내몰렸다. 반면, 강제적 평등주의는 개인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시켜 성장동력이 사라지면서 하향평준화 된 사회주의의 빈곤속에 ‘앵무새의 평등’만 남게 되었다. 

한국 사회의 논란에 던지는 존 롤스의 시사점

20세기 대표적인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현대 계약주의와 자유주의 정의론의 대가로 꼽히는 존 롤스(John Rawls)의 정의론은 1970년대의 낡은 이론이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겪고 있는 극심한 갈등 현장에 대입해 보아도 여전히 서늘할 정도로 날카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특정 호황 산업의 노동자들이나 경영진은 자신들의 밤샘 노력과 위험 감수를 근거로 수억 원의 성과급을 독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회 일각에서는 그것이 독점적 생태계와 국가적 인프라의 지원 속에서 얻어진 결과물인데, 격차를 이토록 벌리는 것이 정당한가를 묻는다.

여기에 롤스의 ‘무지의 베일’과 ‘차등의 원칙’을 씌워보자. 만약 우리가 성과급 지급 규칙을 정하기 전, 내가 대기업의 핵심 부서 직원일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다른 부서 직원일지, 아니면 3차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나 실직자일지 모르는 베일을 쓰고 있다면 어떤 제도를 선택하겠는가?

결코 대기업 정규직 노조만의 이익을 챙기거나, 반대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완전히 꺾어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를 빈곤하게 만드는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롤스적 관점에서의 공정한 해결책은 기업의 역동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 초과 이익의 과실이 세수나 상생 기금을 통해 AI 전환기에 밀려난 실직자, 소외된 협력업체 노동자 같은 '최소 수혜자'의 삶을 지탱하고 기회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환원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만 그 차등의 정당성이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이 앞설 때 비로소 완성되는 자유와 평등

우리는 오랫동안 자유와 평등을 서로간 원수로 취급해 왔다. 보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평등을 억누르려 했고, 진보는 평등을 이루기 위해 자유를 결박하려 했다. 이제 우리는 이 두 가치를 묶어줄 접착제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공정(Fairness)’이다.

공정은 자유와 평등에 앞서는 사회 제도의 제1덕목이다. 학문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진리’이듯, 정치·경제 제도의 세계에서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 기준은 ‘공정’이다. 아무리 시장이 효율적으로 성장하고 선거가 주기적으로 치러지더라도, 그 제도가 구성원들에게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시스템은 사상누각이다.

내가 가장 약자가 될 수 있다는 메타인지적 태도로 입장 바꿔 생각하는 공정함. 강자의 자유가 호랑이의 폭력이 되지 않도록 평등의 안전망을 짜고, 약자의 평등이 앵무새의 획일주의가 되지 않도록 기본적 자유를 굳건히 수호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본격적 AI시대를 대비하는 ‘기본 소득’ 공론화는 이러한 철학의 바탕 위에서 지금부터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