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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유제조기술국’ 코리아, 중동 파고(波高) 넘어 'SAF 대응전략' 필요 
‘항공유제조기술국’ 코리아, 중동 파고(波高) 넘어 'SAF 대응전략' 필요 
  • 윤영호
  • 승인 2026.05.0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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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하늘길 30% 장악한 K-항공유의 힘
단기적으론 산유국과 ‘에너지 파트너십’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론 SAF 선점으로 친환경 에너지 패권 쥐어야

[윤영호 칼럼]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항공업계를 옥죄고 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자 일부 항공 노선은 결항하거나 우회하고 있고, 심지어는 항공노선을 폐쇄하고 있다. 결항이나 폐쇄를 하는 것은 원유공급 중단에 따른 정유조업 축소로 인해 항공유가 절대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유 산업의 핵심은 이른바 ‘고도화 설비’다. 값싼 중질유나 잔사유 같은 찌꺼기 원유를 고부가가치 연료로 바꾸는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지상의 유전’이라고 부른다. 땅속에서 기름을 캐는 대신 기술로 기름의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의미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 국가들이 가격 경쟁을 앞세워 정유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특히 항공유 시장만큼은 여전히 한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늘에 떠있는 비행기의 항공 연료는 품질에 대해 특히 예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보다 품질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수십 년간 쌓아온 품질과 안정성이 한국산 항공유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지금 호르무즈 위기를 전략적 기회로 삼아야

첫째, 단기적으로는 항공유 정제 능력을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산유국과의 관계를 ‘단순한 원유 구매 계약’이 아니라 ‘에너지 파트너십’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산유국’과 ‘항공유제조국’과는 별개댜. 고품질 항공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정제 능력은 한국의 중요한 협상 카드다. 원유 공급국과 정제 기술을 결합한 상호 의존구조를 구축한다면 원유확보의 안정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동시에 미국, 오세아니아 등 한국 항공유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과 에너지 안보협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비상 상황에서 해상 운송로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국제적 공조를 미리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은 중장기 전략이다. 항공유 산업의 미래는 ‘지속가능 항공유 (SAF=Sustainable Aviation Fuel)’에 있다. 지속가능 항공유는 화석연료 기반의 기존 항공유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차세대 연료로, 탄소중립시대를 맞이 대한민국 정유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다.

SAF는 폐식용유, 농업 부산물, 생활 폐기물 등을 원료로 만들어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은 이미 항공사에 SAF사용 의무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로 전환해야

대한민국 정유 4사는 호르무즈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위기속에서도 에너지 패권을 유지하기위해 SAF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협력하여 SA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SAF 생산을 위한 대규모 전용공장 건설 및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조기에 확보하고 있다.  

전통적 정유강국의 지위를 넘어 차세대 친환경 항공유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격차를 벌려 '기술 산유국'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라 할 것이다. 유럽연합(EU)의 SAF 혼합 의무화 등 국제적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지정학적 리스크(호르무즈 사태 등)에 대한 복원력을 높여야한다. 만약 한국이 기존 항공유 시장의 지배력을 SAF 시장까지 이어갈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항공 에너지 허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때에 한국은 더 이상 ‘자원 빈국’이 아니다. 기술과 정제 능력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 산유국’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은 늘 부족한 조건 속에서 길을 찾아왔다. 철광석도 부족했고 석유도 없었다. 그러나 철강 산업을 세계 정상급으로 키웠고, 정유 산업에서도 독보적 경쟁력을 만들었다.

필요한 것은 자원빈국이라는 콤플렉스가 아니라 초격차 기술전략

지금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불안 요인이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전략을 요구한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단기적으로는 정제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외교의 지렛대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SAF 시장을 선점해 미래 항공 에너지의 중심 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세계 하늘길의 연료를 책임지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자원빈국이라는 콤플렉스가 아니라 초격차 기술전략이다. 호르무즈의 파도가 아무리 높아도, 세계 비행기를 띄우는 정유 공장이 한국에서 돌아가는 한 대한민국의 목소리는 결코 가볍게 무시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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