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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부추기는 지역개발, 이제 그만
지역소멸 부추기는 지역개발, 이제 그만
  • 정기석
  • 승인 2026.04.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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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식 지역개발사업’, 사업모델 오류, 시행시스템 한계, 책임운영주체 부재 ‘3중고'

- ‘지역 기본생활소득’과 ‘지역사회기업’으로 정책패러다임과 제도메커니즘 전환을

[정기석 칼럼]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방식에 대한 현행 지원 체계의 실효성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특히 “(정부 지원이) 부정부패의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하더라”며 지원금 집행 과정의 투명성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또한 “기존의 관행을 방치하면 정부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뿐”이라며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지역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20여년 이상, 농식품부, 해수부, 행안부, 국토부 등 정부의 보조금 공모지원정책으로서 난립한 이른바 ‘한국형 농어촌지역개발사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사업의 주체이자 주인인 내부 마을주민이 아닌 상부의 비전문 행정조직과 외부의 상업적 용역업체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건식, 관광용, 도시형 관제 마을만들기’라는 예산시혜성 사업목적으로 왜곡되고 전시행정용 사업성과에 편향되고 말았다.

‘하향식, 관주도, 토건형 모델’ 지역개발사업의 오류와 무책임

이 같은 한국 지역개발사업의 현주소는 정책 설계의 오류에서 태생적으로 비롯된다. ‘한국식 지역개발정책’은 하향식, 관주도, 토건형 모델이다. 중앙정부에 예속된 유사·중복 사업의 주체 간 갈등과 시행착오도 고질적 병인이다. 부처 간 헤게모니 다툼, 중앙과 지방의 불협화음, 행정과 주민의 갈등만 야기하며 파행과 시행착오의 사례가 난무했다.

중앙정부 예산에 의존한 타율적인 단기사업 위주로 진행된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사업비를 대부분 중앙정부에 의존하니 지역별로 독자적, 자율적, 중장기적 사업의 계획이나 추진이 될 리 만무하다. 곤돌라, 출렁다리, 둘레길 등 기존사업이나 타 지역의 유사사례를 모방하고 답습하는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사례가 만연한 게 당연하다. 심지어 높이 10m가 넘는 로봇태권 V 조형물을 세우고 있는 무주군의 사례가 차라리 창의적으로 보일 지경이다.

요약하자면, ‘한국식 지역개발사업 ’의 실패는 사업모델 오류, 시행시스템 한계, 책임운용주체 부재라는 ‘3중고(三重苦)’로 정리할 수 있다.

사업모델의 오류는, ‘마을 만들기’로 속칭, 통칭되는 지역개발사업의 취지와 목적을 ‘산업적인 농어촌관광지화’ 또는 ‘상업적인 생태공원화’ 등 물리적인 성과물 조성사업과 동일시, 하드웨어 조성 위주의 토건사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예산 시혜성 목적과 전시행정용 평가 위주의 사업시스템 문제

그 결과, 외부인(도시민 체험객, 선진지 견학단, 공무원 시찰단 등)의 구경거리나 체험거리에 불과한 신원미상, 정체불명의 조악한 관광지, 공원 등이 전국 도처의 마을과 지역에 산재되어 사실상 유휴시설로 전락되고 말았다.

사업시스템의 한계는, 상부의 비전문 행정조직과 외부의 상업적 용역업체가 주도하는 예산 시혜성 사업목적과 전시행정용 사업평가 위주의 ‘토건식, 관광용, 도시형 관제 지역개발’ 사업시스템의 문제이다. 상부의 평가용, 외부의 소비용 ‘마을만들기’가 아닌 내부인(원주민, 귀농인, 출향인 등)의 생활과 생존을 보장하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적이고 생태인 마을살이 또는 마을살리기’로 사업의 계획, 추진 시스템 재정립해야 한다.

책임운영주체의 부재는 가장 본질적이고 치명적이다. 마을공동체사업 등 지역개발사업의 성패는 곧 사업의 3대 책임주체인 ‘행정, 주민, 전문가’의 자세와 역량의 정도로 결정된다.

그런데 행정은 사업에 임하는 진정성과 지원역량의 미흡, 주민은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내발적 역량의 부족, 이런 행정과 주민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역할의 전문가 집단은 전문역량과 책임소재의 미비라는 문제가 상존했다.

지역개발 이전에 ‘지역 사회적자본’-‘지역 기본생활소득’-‘지역사회기업’ 먼저

이같은 한국식 지역개발사업 실패의 원인을 더 깊이 들어가자면, 결국 사회적 자본까지 이어진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남에 따르면, 결합(Bonding) 사회적 자본은 또래, 같은 인종, 같은 종교와 같은 사회화 과정에 동일한 특성들 사이에 생겨나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다인종 사회에서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사회적 자본, 즉 연결(Bridging) 사회적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각종 지역개발사업이 시행되면서 지역의 한정된 자원 이용, 개발사업 참여 여부 및 정도, 이익 분배, 개발의 주도권 등을 둘러싸고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 내부에서 반목과 갈등이 표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지역개발사업 의 성공적 추진 및 성과를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끼리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연대하며.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배려하고 나누는 한편, 공동체의 규범과 관계망을 형성, 강화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의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유무형의 자산으로서 ‘사회적 자본’의 선행을 전제해야 한다.

이 같은 지역개발사업의 한계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간접 지원방식의 기존 농어촌지역개발사업 예산을 직접 지원방식의 ‘지역 기본생활소득’이라는 직불제 예산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길이다. 재원은 기존의 각 중앙부처 및 지자체의 지역개발사업 관련 예산의 조정 또는 재편으로 재원을 조성하면 가능하다.

지역소멸이나 지역소외를 오히려 부추기는 부작용과 실패가 우려돼

다만, 지역개발사업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능히 수행할만한 준비와 훈련이 되어있는 지역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엄선, 주민들이 통합돌봄, 공동체사업, 경관보전 등 지역공동체사업을 자조적, 자치적으로 계획, 수행, 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재생 공동사업기금’을 지원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한국식 지역개발사업’은 정책목적으로 표방하는 지역재생이나 지역활성화는 커녕 지역소멸이나 지역소외를 오히려 부추기는 부작용과 실패가 우려된다.

즉, 인적 기반 사회적자본 발전소로서 ‘지역사회 생활‧사업기술 직업전문학교’, 물적 기반 사회적자본 발전소로서 ‘유휴시설 지역공유 사회연대경제자산은행’, 조직적 사회적자본 발전소로서 ‘지자체단위 공동체사업 협동경영체(지역사회기업)’, 플랫폼 기반 사회적자본 발전소로서 ‘주민직영 자조·자치 중간지원조직‘이 선행·병행될 필요가 있다.

이때 지역개발사업에 관해서는 행정조직은 간섭은 하지 않고 예산지원만 하는 ‘팔길이의 원칙’만 견지하면 된다. 정부는 직불금 등 예산지원만 하고, 농정공무원이 필요 없이 농민회에 맡겨 자조하고 자치하는 중간지원조직, 유럽의 농업회의소처럼 말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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