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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낮추기의 어려움
자기 낮추기의 어려움
  • 박석무
  • 승인 2026.03.1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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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오늘도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설 연휴를 맞이하여 모처럼 집에서 편히 쉬고 싶은데, 뉴스를 보면 마음이 편할 수 없습니다.

저 멀고 먼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가당찮은 억지를 부리며 힘이 약한 나라를 압박하여 자국의 이익만을 취하려는 만행을 저지르고, 인권을 무시하고 이민자를 쫓아낸다고 설치다 양민이 사살되는 불행을 초래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가까이는 국민의 과반이 넘게 정부 시책에 찬성하고 있는데, 야당은 터무니없는 이유를 거론하며 정부의 정책을 거부하며 온갖 막말만 퍼붓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니 어디 나라가 편할 날이 있는가요.

그래서 『논어』와 『주역』을 펴들고 어떻게 해야 편안한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를 살펴봅니다. 평소에 경전을 읽으면서 ‘이 대목은 참으로 행하기 어려운 내용이구나’라고 여겼던 곳을 찾아 다시 읽어봅니다. 『논어』에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 사람이 군자가 아닌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이런 내용처럼 행하기 어려운 대목을 어디서 또 찾아낼 수 있을까요. 아무리 노력해도 저로서는 영원히 불가능한 대목이 바로 이런 구절입니다. 나로서도 도저히 실천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금 세상의 모든 사람은 자기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고 온갖 몽니를 부리고 화를 쏟아내고 있는 것 아닌가요. 세상이 시끄러운 첫 번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주역』의 ‘겸(謙)’ 괘를 읽어봅니다. 주자의 해석이 좋습니다. “겸손이라는 것은 지니고 있으면서도 지닌 체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謙者 有而不居之義).” 있으면서도 없는 체,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양, 잘났으면서도 못난 체, 지위가 높지만 낮은 사람처럼 행하는 모든 것이 바로 ‘겸’이라는 의미입니다.

고령의 나이에 가까워 오면서 언제나 부족한 것은 겸손입니다. 늘 잘난 체, 모르는 것도 아는 체, 낮은 지위이면서 높은 지위인 체, 이런 병을 저는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고, 아는 것도 모르는 양, 겸손한 태도를 지닌 날이 올까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알아내서 외우고는 있으나 실천하지 못하는 다산의 주역 풀이를 다시 찾아 ‘이제는 꼭 실천해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역사전』의 겸괘 해설에, “지식을 가득 지녔다고 여기면 반드시 망하고 겸손하면 반드시 존경을 받는다. 스스로 높다고 여기면 남들이 끌어내리고 스스로 낮다고 여기면 남들이 끌어 올려준다(自上者人下之 自下者人上之)”라고 하였습니다.

이 얼마나 지극한 진리의 말인가요. 모든 인간 중, 자기만은 최고의 인간이고 남들이야 형편없는 사람으로 무시하는 이유로 세상이 이렇게 시끄럽고 불안한데, 스스로 낮다고 여겨야 남들이 올려주고 스스로 높다고 여기면 남들이 끌어내린다니 겸손의 가치가 얼마나 큰가에 대해 이보다 더 절실한 해석은 없다고 여겨집니다.

진리의 말씀에 만에 하나도 실천하지 못하는 저부터 다시 다짐합니다. 자기가 한 일은 모두 옳고, 자기만이 최고의 인간이요, 자기만이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야 한다는 이 무서운 병에서 벗어나, 자신은 낮고 남이 높으며, 자신은 모르고 남들이 많이 알고, 남들은 훌륭하고 자신은 어리석다는 생각을 새롭게 실천할 각오를 지녀봅니다. 제발 우리 모두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말고 자기는 낮다고 여기는 사람이 되어봅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박 석 무

(사)다산연구소 명예 이사장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다산학자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의 마음을 찾아―다산학을 말하다①』, 현암사
『다산의 생각을 따라―다산학을 말하다②』, 현암사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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