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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도 ‘지산지소(地産地消)’가 상책
에너지도 ‘지산지소(地産地消)’가 상책
  • 정기석
  • 승인 2026.01.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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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으로 피해를 보는 비수도권(지역)은 ‘수도권의 (전력)식민지’인가?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 지역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전환을

[정기석 칼럼] 무주 산골마을 주민으로 귀농해 생활한 지 10년이 넘었다. 산골마을에서는 물론이고 지역에서는 먹고사는 일이 만만치 않다. 시장도, 경제도, 인구도 쇠락하고 소명하는 곳이나 마땅한 일자리가 많을리 없다.

일자리가 없으니 돈을 벌기도 쉽지 않다. 다만, 버는 만큼 쓴다는 소박한 철학과 검소한 태도만 지킨다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마을이고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도시에서 보다는 아무래도 돈을 쓸 소비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말까지 무주 산골마을에 살면서 전기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전기세 고지서에는 늘 ‘0원’이 청구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마을 바로 위에는 양수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양수발전소에서 도시지역으로 전기를 실어 나르려고 마을 뒷산으로 송전탑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볼썽사나운 송전탑, 송전선로 때문에, 이 마을 주민들은 모두 송주법, 즉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기세를 일정 금액 보상받고 있다.

지역에는 송전탑 보다 산업단지가 필요하다

송주법이란 송·변전 설비의 설치로 인해 그 주변지역에는 잠재적인 사고위험, 경관훼손 및 지가하락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송·변전 설비 주변지역의 지역주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상 및 지원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서 지역주민의 불가피한 피해와 손실은, 결국 전력수급의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졔와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정책적 목적에 가려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피해와 손실에 대한 보상으로 전기료를 일부 지원해준다는 명분이다.

그런데 과연 그 보상과 지원이라는 게 충분한 수준인가? 아니 설사 충분하다해도 어쨌든 보상과 지원을 받으니 지역주민들은 어떠한 피해와 손실도 기꺼이 감수해야 하나? 전력수급의 안정과 국민경제와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정책적 목적은 중요하고 지역주민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은 중요하지 않은가, 얼마든지 깨져도 되는가?

지금 무주군에는 지역을 관통하는 고압 송전선로 건설 반대 현수막 때문에 가뜩이나 쇠락한 지역사회가 더욱 을씨년스럽고 심란하다.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광양-장수, 임실-장수-계룡, 장수-무주영동 3개 초고압 송전선로 사업 때문이다.

무주군 지역사회는 ‘무주군 송전선로 반대 범군민 대책위원회’까지 꾸리고 나섰다. 수도권 반도체 산업 확대를 위한 송전망 구축 사업을 위해 지역이 또다시 피해와 손실을 감수해야 하나 반감과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남쪽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나아가 고압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최대의 수혜자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을 촉구하는 전북지역 정치권의 보다 근본적인 해법도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이른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2단계 사업은 LH가 조성하고 삼성전자가 분양을 받는 총 투자 규모 약 360조, 직·간접 고용 효과 최대 192만 명, 생산 유발 효과 480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자그마치 원전 10기 분량, 10GW 정도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문재인 정부가 승인해 SK가 추진 중인 원전 6기 분량, 즉 6GW 정도의 일반산업단지를 포함하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필요한 총전력은 원전 16기 분량인 약 16GW에 달한다. 2024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전력수요 97GW의 16.5%에 달하는 수준이다.

바로 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때문에 전남 해안 지역의 태양광·풍력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초고압 송전망이 무주군을 비롯한 전남·전북·충남 일대를 관통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문제의 원인이자 핵심쟁점이다.

이 계획은 재고해야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조차 경기도지사 시절 유치한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에 대해 대통령이 된 지금은 다른 생각이 든다고 하지 않았는가.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언급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역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산업단지의 혜택과 무관한 지역에 송전탑의 짐을 떠넘기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물론 정의롭지도 않다. 송전탑 때문에 지역사회가 갈라지고 농지와 산림이 훼손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거나 이전해야 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에너지를 지역으로 균형적으로 분산해야 한다. 지역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로 근본적인 에너지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오늘날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0%대에 불과하고 경기도는 60%대에 머무는 실정이다.

마침 최근 이 같은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주도하는 ‘수도권 전력 집중 해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도 출범했다.

한국 전력의 절반을 소비하는 수도권만을 위한 대규모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것이다. 지역갈등과 환경권 침해를 낳고 에너지 불평등과 지역격차를 고착화한다고 고발하고 나선 것이다.

오늘날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려고 7개의 초고압 초고압 송전선이 지역의 자연과 사회를 관통하고 운용되고 있다.

그런데 16개 원전이 감당할 어마어마한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공장을 과연 수도권, 경기도 용인에 또 건설하는 게 타당한가? 효율적인가? 안정적인가? 위험하지는 않은가? 수도권만 잘 먹고 잘 살면 되는가? 송전탑으로 피해를 보는 비수도권, 지역은 단지 ‘수도권의 (전력)식민지’에 불과한가?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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