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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금융’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 살리는 금융’
‘잔인한 금융’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 살리는 금융’
  • 정기석
  • 승인 2025.11.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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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신용점수 기준 등으로 계량화...정책적 지원이 일시적인 생활비 소요로 끝나
반면 호주와 일본은 지원 대상자의 일시적이고 긴요한 자금을 지원해 주거나 자립을 도모하는 목적

[정기석 칼럼] 오래된 지난날, 무모한 과욕으로 인터넷 벤처사업에 뛰어든 적이 있다. 하이리스크가 걱정됐지만 ‘돈을 어서, 많이 벌어, 돈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는 하이리턴의 욕심이 더 컸다. 물론 인터넷을 통한 사회혁신을 염원하는 기대도 곁들였다.

하지만 욕심을 부린 투자유치도, 기대가 컸던 매출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세 충분치 않은 초기자본금은 바닥이 드러나고 돈은 늘 부족했다. 시설투자, 수익의 재투자, 직원 인건비는 고사하고 차비와 밥값 걱정을 하는 날이 더 많을 정도였다.

당시 벤처업계는 경상적 매출에 앞서 천사 같은 벤처캐피털을 만나 투자를 유치하는 게 지상목표였으나 역부족이었다. 돌이켜보며 고백하자면 사실 자본도, 인력도, 기술도, 열정도, 사회적 가치도 부족했다.

당연히 법인과 개인의 신용은 날이 갈수록 끝없이 동반추락하고 말았다. 제도권 금융이나 신용보증은 언감생심 접근도 할 수 없는 초라한 지경으로 내몰렸다.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막판에는 단기, 고리의 사금융까지 기웃거리며 돌려 막기를 하는 게 주요 업무가 되었다. 결국 2002년, 사상누각이니 신기루 같던 벤처판의 열풍과 거품이 꺼지면서 ‘하이리스크-노리턴’의 그 벤처사업도 문을 닫고 말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은 잔인하다”, 뼛속 깊이 공감

그래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에서 “금융은 잔인하다”는 일갈은 그 누구보다 뼛속 깊이 공감되었다. 연 15.9%의 불법사금융 예방대출, 15.2%의 최저신용자보증부 대출 금리를 지적하며 "가장 잔인한 게 금융"이라던 그 직설.

이 대통령은 “서민들이 연 15% 이자를 내고 500만 원, 1000만 원을 빌리면 빚을 못 갚을 가능성도 매우 높고 그러면 신용불량으로 전락하고 마는데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금융권에 호소하고 금융당국에 당부했다.

이미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사람 살리는 금융'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뜻을 받아, 새 정부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위원회가 '서민금융안정기금'을 포용금융 확대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주관 기관 서민금융진흥원은 ‘잔인한 금융’ 발언에 호응해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 행보에 들어갔다. 바로 서민금융안정기금 추진단을 설치하고,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 및 운영방안 컨설팅'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등 기금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그보다 먼저 기금 운용을 위해서는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법', '부담금 관리 기본법', '국가재정법' 등 법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빠르면 2027년 초부터 기금이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정책서민금융, 호주, 일본은 무이자로 자립 도모까지

그동안 정부는 서금원의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 보증 재원 마련을 위해 2021년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금융사로부터 매년 출연금을 걷어 왔다. 일단 서민금융안정기금이 조성되면 정책대출상품 재원 조성을 위해 금융사들이 한시적으로 내왔던 출연금 납부가 상시화된다. 이제 안정적 재원 마련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불법사금융 예방대출, 최저신용자보증부 대출 금리를 낮추며 공급 규모를 기존대로 유지하려면 결국 추가적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금융권은 금리 인하 여력을 만들기 위해 0.06%인 출연요율이 더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연구원은 해외의 정책서민금융 사례와 비교를 통해 재정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한편 정책 지원 대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해외 서민금융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나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도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성 서민금융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정책서민금융 상품의 경우 민간 금융회사와 유사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는 반면 호주와 일본의 정책서민금융은 무이자로 제공된다.

특히 이 보고서는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해 “민간 금융회사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저소득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복지적 성격을 갖고 있다”라고 규정했다.

서민으로 몸소 겪은 절절한 경험과 현실에 기대어 갈구

그럼에도 현재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공급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금리는 유사한 계층에 대출을 공급하는 대부업보다 낮고 저축은행과는 유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24년 개인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저축은행 15.3%, 대부업 18.1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호주와 일본의의 정책서민금융 상품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생활 필수 비용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 가령 호주의 ‘무이자대출’(NILS)‘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구입, 차량 수리 및 등록비, 의료비, 전화·노트북 등 정보통신비, 자연재해에 따른 주택 수리비 등 생활 필수 비용에 대해 지원해 준다.

일본의 경우 ‘생활복지자금대출’ 상품을 운영 중이다. 일본은 행정구역 단위의 사회복지협의회 주관으로 저소득, 장애인, 고령자 가구를 대상으로 종합지원자금, 복지자금, 교육지원자금, 부동산담보형 생활자금 등의 생활복지자금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소득 및 신용점수 기준 등으로 계량화되어 있어 정책적 지원이 일시적인 생활비 소요로 끝나고 마는 경향이 있다. 반면 호주와 일본은 지원 대상자의 일시적이고 긴요한 자금을 지원해 주거나 자립을 도모하는 목적이다.

호주 및 일본처럼, ‘잔인한 금융’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을 살리는 금융’이 절실하다. 서민으로서 몸소 겪은 절절한 경험과 간절한 현실에 직접 기대어 갈구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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