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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죽아'와 '히야시 코히'...한국과 일본의 상이한 커피문화
'얼죽아'와 '히야시 코히'...한국과 일본의 상이한 커피문화
  • 정종석
  • 승인 2025.10.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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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커피의 기본은 분쇄한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하는 드립 커피...일본인들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지만, 한국인처럼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일상적으로' 즐기지는 않아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올해 오랜만에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에 갔다가 토요일 오후 차없는 긴자(銀座)거리를 구경하고 커피전문점에 들른 적이 있다. 일본의 유명한 커피 전문점 브랜드로, 정통 킷사텐(喫茶店/일본식 다방)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현대적인 메뉴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었다.

먼저 아늑하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좋았다. 어두운 목재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푹신한 가죽 소파 등을 사용해 편안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통상적으로 현대식 건물속에 자리한, 콩크리트 인테리어 속 딱딱한 분위기의 한국 커피숍과 차이가 있다.

일본에는 카페(カフェ)외에 깃사텐이라는 곳이 있다. 이름만 봐서는 카페가 조금 세련된 느낌이고 찻집이나 다방 등으로 번역하는 깃사텐은 복고풍일 것같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깃사텐은 알코올류를 제외한 음료와 식사를 파는 곳으로 술을 팔 수 없고 음식도 샌드위치나 토스트, 디저트 등 가벼운 것이 많다. 반면 카페는 커피나 음식은 물론 법적으로 술도 판매할 수 있다. 다만 깃사텐으로 허가를 받았더라도 카페라는 이름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일본은 차의 나라로 인식돼 있고, '말차(抹茶)' 문화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 세계에서 손꼽히는 커피대국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스타벅스 등 체인점이 늘어나며 아이스커피가 정착되었지만 사실 유럽에서는 지금도 ‘커피=뜨거운음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계절이나 날씨와 상관없이 찬음료만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국만큼 아이스 커피에 빠진 나라가 있다면 바로 일본이다. 여름에 일본 식당에 가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얼음물인 점을 생각하면 그들이 찬 음료를 얼마나 즐겨하는지 알 수 있다.

일본 도쿄 시내의 한 아이스 커피(히야시 코히)

차가운 커피의 역사는 메이지 천황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차가운 커피의 역사는 1860년대 메이지(明治) 천황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차갑게 만든 커피’라는 뜻의 '히야시 코히(冷やしコーヒー)'라고 불렀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커피를 즐겨온 유럽에서는 주로 커피에 압력을 가해 추출하는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신다. 우리나라에서도 에스프레소에 물이나 우유를 넣은 커피가 주류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킷사텐 문화에서는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가 주를 이루며, 차가운 커피는 '아이스 커피'라는 이름으로 여름에 즐기는 음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핸드드립, 캔커피 등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다면 일본 커피의 기본은 분쇄한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하는 드립 커피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서는 손님의 눈앞에서 정성스럽게 내려줘 더욱 특별한 느낌이다.

또 프렌치프레스, 에어로프레스, 사이폰 등 여러 가지 추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개인 카페의 분위기는 주인의 취향이 반영돼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체인점은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는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다양한 메뉴를 판매, 손님들도 대화를 나누고 커피나 음식을 먹기 위해 찾는다.

일본의 많은 커피숍에서는 커피, 홍차, 주스 등의 음료수 뿐만 아니라, 토스트나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메뉴를 갖추고 있다. 오전 중에는 토스트, 달걀, 샐러드 등을 세트로 한 모닝세트, 낮에는 식사와 음료수를 세트로 한 런치세트를 싼 가격으로 제공하는 가게도 많다.

일본 도쿄의 최고 번화가인 긴자의 토요일 오후 '차없는 시간' 

일본인들은 커피를 맛과 향에 집중하며 여유롭게 마시는 경향

대부분의 커피숍에서 커피가 주력상품인 것은 틀림없지만, 특히 커피의 맛을 추구하고 있는 곳이 커피전문점이다. 커피원두의 종류, 볶는 방법에서 끓이는 방법, 커피잔에까지 많은 신경을 쓴다.

필자가 가본 커피전문점에서는 실내에 자리가 비어있는데도 밖에서 한참동안 대기하게 한 뒤 종업원들이 손님을 맞을 준비를 모두 끝내고 안으로 입장시키는 것이 한국과 너무 달랐다. 주문을 받은 뒤에 손님 네명에게 각각 무늬와 문양이 다른 영국산 고급 커피잔에 커피를 담아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보고도 내심 놀랐다. 한국에서라면 대부분 똑같은 커피잔을 손님에게 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커피를 맛과 향에 집중하며 여유롭게 마시는 경향이 강하다. 커피의 역사가 길고, 아이스커피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을 만큼 아이스커피 문화가 발달했다. 

일본의 카페에서 '아이스코히(アイスコーヒー)'를 주문하면 일반적으로 드립 커피를 차갑게 식힌 것을 제공한다. 일본의 아이스커피는 '급속 냉각'이라는 독특한 추출 방식을 사용한다. 차게 마실 것을 전제로 진하게 내린 커피에 시럽과 크림을 곁들여 마시는 전통적인 스타일이다. 이는 한국에서 흔히 마시는 에스프레소 기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는 차이가 있다.

일본인들도 더운 여름철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한국인처럼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는 아닌 듯 하다. 특히 '얼죽아'라는 신조어가 있을 만큼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는 한국 문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한일 간의 커피문화 차이는 일본처럼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문화와 한국처럼 '빨리빨리' 문화를 배경으로 한 기능적인 커피 소비습관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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