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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보호는 국가의 존재 이유다
국민 보호는 국가의 존재 이유다
  • 나병문
  • 승인 2025.10.2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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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태 '일파만파'...국내 치안의 틀을 넘어 글로벌 범죄에 대응하는 체계로 확장해야

[나병문 칼럼] 한국인 대학생이 고수익 일자리 미끼에 속아 캄보디아에 입국한 뒤 강제 노동과 폭력에 노출되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학생처럼 현지의 범죄조직에 불법 감금 중인 한국인의 숫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알아차린 정부도 부랴부랴 수습책을 내놨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표단이 급거 캄보디아를 방문하여 해당국의 정부 인사들을 면담하고 우리 국민의 구조와 송환을 강력히 요구했다.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도 16일 한국인이 자국에서 숨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용의자 체포와 캄보디아 내 한국인 보호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캄보디아 이민 당국이 구금 중이던 64명을 전세기를 통해 송환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의 관심사는 범죄조직에 속아서 감금된 채, 아직 생사조차 파악할 수 없는 또 다른 국민의 안위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인원이 감언이설에 속아서 착취당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송환된 사람들보다 행방을 알 수 없는 국민을 찾아내는 일이 훨씬 더 절박하다.

이 사건은 갑자기 터진 우발적 범죄가 아니다. 이미 5개월 전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의 ’범죄 단지‘에서 벌어지는 가혹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에 긴급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사안의 심각성을 미리 경고한 것이다. 그런데도 당국은 그동안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사태 파악도, 대처도 미흡한 외교 당국

2025년 들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스캠 피해 신고 건수는 급증했다. 캄보디아 내에서 암약 중인 범죄단체들은 정교하고 체계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다국적 네트워크로 움직인다. 현지 경찰을 믿기 어렵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교민회장 오창수 선교사는 “올해에만 이미 50명이 넘는 한국인을 구조했는데 대부분 취업 사기로 온 사람들”이라며 “한국인의 몸값이 제일 높다 보이스피싱 수익을 잘 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치안 상태를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납치·감금 피해자들이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구조를 요청하면 피해자 본인이 직접 현재 위치와 연락처, 사진 등을 첨부해 신고해야 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사진 촬영도 금지된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그런 요구를 한다는 건 탈출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말 그대로 무법천지가 아닐 수 없다.

현지 상황이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외교 당국이라도 적극적으로 움직였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탈출한 한국인 사이에서 외교부와 대사관이 감금 피해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 가까스로 구출된 한 젊은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범죄 단지에서 대사, 영사, 공사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계속 보냈지만,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다른 피해자의 증언도 마찬가지다.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아들이 감금 중이라는 시민이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에 아들이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주소를 알리고 위치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지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라는 답변뿐이었다고 한다. 이에, 곧바로 외교부에 도움을 청했는데 “캄보디아 대사관에 다시 연락하라”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국격을 걸고 대책 세워야

이번 사태는 해외 교민 보호의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쩌다 일어나는 일과성 문제가 아닌, 해외 국민 보호 시스템의 근본적 허점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이번에 희생된 대학생 사건만으로도, 그 많은 자국민이 위험에 빠질 때까지 제대로 된 예방책이 없었다는 걸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위험 국가에 대한 출국 전 검증이나, 불법 취업 중개 플랫폼을 제대로 단속했더라면 그 같은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태 발생 이후에도 구인·구직 플랫폼과 SNS에 게시된 허위 채용 공고가 버젓이 노출되고 있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그에 대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취업 사기의 입구 역할을 하는 사이트에 대한 차단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브로커에 대한 철저한 색출이 시급하다. 중간에 다리를 놓는 등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과 협업 관계로 이어졌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직간접적 연관성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해외 교민 보호는 단순한 복지나 외교 이슈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국민 주권에 관한 문제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희생당하는 사례는 국가의 존립과 신뢰를 흔들 수 있다. 해외 교민 보호는 대한민국이 세계 무대에서 우리 국민을 지켜낼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범죄조직이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대응도 국내 치안의 틀을 넘어 글로벌 범죄에 대응하는 체계로 확장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외교 사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해외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지에 관한 뼈아픈 질문이다. 이로써 국가적 결단과 시스템의 개혁이 시급해졌다. 국민적 관심사가 된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정부와 국회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관련 예산과 조직을 확보하고, 필요한 법안도 제정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가 아니겠는가.

저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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